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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하나다 여행은 건빵을 춤추게 한다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공부하는 이에겐 여행도 부담이 되고 어떤 여행인지 몰라도, 여행은 즐겁다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내소사와 소정방 역사와 야사 역사가 재밌는 이유 4. 알면 쓸데없는 내소사 지식과 등산론 사찰로 들어가는 길은 행복이어라 대웅전 천정엔 문고리가 있다 이따금 가슴이 답답할 때면 오르다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계획도 없이 불안도 없..
7. 이윤영의 내소사 시가 특별한 이유와 우리의 뒷풀이 사찰을 읊은 시라면 으레 있는 과장법에 대해선 저번 후기에서 살펴봤다. 하긴 여러 한시를 공부하다 보니 굳이 사찰시가 아니더라도 과장을 하는 경우가 숫하게 보이긴 한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동인시화』에선 이런 과장법에 대해 다루며 “이것은 말로 뜻을 해쳐선 안 되는 것으로 다만 뜻에 마땅히 할 뿐이다.是不可以辭害意, 但當意會爾.”라고 결론지으며 내용 전달에 더 탁월했다면 그건 ‘시적 허용’으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 내소사 좋다. 내소사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이윤영의 「내소사」란 시가 특별한 이유 이처럼 교수님은 사찰시에선 이런 과장법이 허용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런 구라를 씨게 칠수록 사찰의..
6. 사찰시의 특징과 내소사란 시의 독특함에 빠져 어느 정도 내려오니 계곡이 보였다. 물이 그렇게 많진 않아도 발을 충분히 담그고 있을 만했고,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발을 계속 담그고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함께 앉을 정도의 평평하고 큰 바위는 없어서 어떻게든 각자 앉았고 주전부리들을 세팅하기 시작했으며, 팩으로 사온 소주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 계곡야유회를 준비하는 손길들. 내소산 계곡에서 시회가 열리다 그리고 더욱 재밌었던 점은 교수님이 한시를 전공한 사람답게 “여기에 왔으니, 내소사에 관련된 시는 한 편 봐야지”라고 했다는 점이다. 지식인들의 이런 식의 고상한 놀이가 때론 싫게도 느껴졌다. 현실의 문제는 더욱 꼬여만 가는데 거기엔 지식인들의 무관심과 이와 같은 지적 유희가 한몫을 하는 면..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이제 내소사도 둘러봤고 내소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들었으니, 본격적으로 등산을 할 차례다. 그런데 나도 등산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지만 아이들도 몰랐던지, 등산할 차림을 갖추지 않고 왔더라. ▲ 한 걸음, 한 걸음씩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대단하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물론 이 말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처럼 등산화를 갖추고 값비싼,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적인 등산복을 갖추어 입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처럼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등산복을 풀세트로 갖추거나, 낮은 산임에도 히말라야라도 탈 것 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신발은 신축성이 있으면 되고, 옷차림은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거치적거리지 ..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버스는 달려간다. 김제평야를 지나서 가는데 진귀한 풍경이 보이더라. 꼭 가을인 것처럼 황금물결이 이는 곳도 있었고, 어느 곳은 이제 막 벼를 심었는지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노랗게 익은 곡식과 이제 막 자라는 푸른 여린 새싹의 대비가 아주 절묘했다. ▲ 노란색의 들판이 이채롭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그래서 교수님께 물어보니, 노랗게 익은 것은 보리라고 말씀해주시더라. 학생 때 이모작을 한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실질적인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셈이다. 보리를 키워 이 시기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다시 벼를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정몽주가 지은 「중양절에 익양 태수 이용이 새로 지은 명원루에서 쓰다重九日題益陽守李容明遠樓」라는 시에..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5월은 가족의 달이지만, 만물이 싱그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3월엔 소생하는 만물에 동화되어 내 마음도 가눌 길 없이 산들바람따라 하염없이 흔들거리고, 4월엔 어느덧 익숙해진 따스함에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으며, 5월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운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 4월엔 전주대에도 곳곳에 봄이 내렸다.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하지만 임용을 다시 시작하고 나선 맘이 바빠져서인지, 홀로 애태워서인지,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어디로 떠나질 못했다. 3월에 임용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엔 2주에 한 번씩은 어디든 가야지라고 맘먹었는데, 정작 그게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버렸다. 그렇게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5월 ..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요즘 한문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확실히 2010년에 공부할 때만 해도 여러 문장들은 그저 봐야만 하는, 그래서 소위 아이들이 ‘이런 시인들이 안 태어났으면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여러 글을 쓴 학자들을 버거워했으며 부담스럽게만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글 하나하나가 너무도 궁금하고 그 학자들이 왜 그런 글을, 왜 그런 시를 쓰게 됐는지 알고 싶기만 하다. ▲ 2007년 6월의 모습. 그 당시에 보던 책들이 보인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2012년 11월엔 가평 펜션에서 단재학교 학부모들과 교사들, 그리고 일본학자 나카지마 히로카즈가 함께 ..
변산 소래사에서변산소래사(邊山蘇來寺) 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 天近斗牛聯可捫浮雲流水客到寺 紅葉蒼苔僧閉門秋風微凉吹落日 山月漸白啼淸猿奇哉尨眉一老衲 長年不夢人間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옛길 적막하여 소나무뿌리 얽혀 있고 天近斗牛聯可捫천근두우련가문하늘은 가까워 북두칠성을 멋대로 만질 수 있을 듯하네.浮雲流水客到寺부운류수객도사뜬 구름과 흐르는 물 따라 손님이 사찰에 이르면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붉은 잎사귀 푸른 이끼 낀 사찰의 스님은 문을 닫네.秋風微凉吹落日추풍미량취락일가을바람 미풍이고 스산한데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山月漸白啼淸猿산월점백제청원산의 달은 점점 밝아져 맑은 원숭이의 울음소리 들려오네. 奇哉尨眉一老衲기재방미일로납기이하구나! 눈썹 짙은 늙은 스님長年不夢人間喧장년불몽인간훤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