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소나무를 읊으며
영해송(詠海松)
김정(金淨)
海風吹去悲聲遠 山月高來瘦影疎
賴有直根泉下到 雪霜標格未全除
해석
海風吹去悲聲遠 해풍취거비성원 | 바닷바람 불어오니 슬픈 소리 멀어지고 |
山月高來瘦影疎 산월고래수영소 | 산의 달 높이 떠오르니 수척한 그림자 옅어졌네. |
賴有直根泉下到 뢰유직근천하도 | 다행히 곧은 뿌리는 샘 아래까지 뻗어있어, |
雪霜標格未全除 설상표격미전제 | 눈과 서리로도 풍도【표격(標格): 사람의 언어와 행동거지, 그리고 태도를 가리킴[指人的言談舉止和儀態]】가 모두 없애지 못한다. |
해설
이 시는 기묘사화를 겪은 뒤 귀양 가서 길가에 있는 소나무를 보고 읊은 것으로, 소나무는 김정(金淨)을 형상화(形象化)하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 가니 슬픈 자신의 소리를 멀리 전하고 있고, 산 위에 높이 달이 솟아오르자 소나무의 앙상한 그림자가 드러난다(起句의 聽覺的 이미지가 承句에서는 視覺的 이미지로 변환되었다). 곧게 뻗은 뿌리는 샘 아래까지 박힌 데 힘입어 눈과 서리에도 변함없는 높은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정치적 시련에도 곧은 자신의 기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75번에서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을 남기고 있다.
“충암 김정은 문장이 정심하고 호악하여 선배들이 ‘글은 서한을 추구하였고, 시는 성당을 배웠다.’고 칭송하였다. 그는 당화에 연좌되어 장형을 당하고 제주에 유배되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사사 되었는데, 해남 바닷가에 이르러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를 시로 읊었다. ……이 두 시는 격운이 맑고 원대하며 용의가 매우 절실하다. 이 시를 가지고 자신의 정황을 묘사했는데, 그는 결국 자기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다. 동량으로 쓰이려던 꿈도 이미 사라졌고, 신선의 뗏목감이나 되려던 바람도 끊어졌으니, 슬픈 일이다[金冲庵淨, 文章精深灝噩, 先輩稱謂文追西漢, 詩學盛唐. 坐黨禍, 杖流濟州, 尋賜死. 其至南海也, 「詠路傍松」曰: ‘海風吹去悲聲遠, 山月高來瘦影疎. 賴有直根泉下到, 雪霜標格未全除.’ 又曰: ‘枝柯摧折葉鬖髿, 斤斧餘身欲臥沙. 望絶棟樑嗟已矣, 枒楂堪作海仙槎.’ 格韻淸遠, 用意甚切, 盖以自況, 而竟不保命, 棟梁之用旣已矣, 仙槎之願亦絶焉, 悲夫].”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32~23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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