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의 소나무를 읊다
영로방송(詠路傍松)
김정(金淨)
枝條摧折葉鬖髿 斤斧餘身欲臥沙
望絶棟樑嗟已矣 査牙堪作海仙槎 『冲庵先生集年譜』 上
해석
枝條摧折葉鬖髿 지조최절엽삼사 | 가지 꺾였고 잎사귀는 헝클어져 |
斤斧餘身欲臥沙 근부여신욕와사 | 도끼에 잘린 남은 몸통은 모래에 누우려 하네. |
望絶棟樑嗟已矣 망절동량차이의 | 희망 끊긴 동량은 이제 그만이로구나! |
査牙堪作海仙槎 사아감작해선사 | 뗏목으로 바다의 신선이 탈 배를 만들련다. 『冲庵先生集年譜』 上 |
해설
소나무 가지는 꺾이고 솔잎은 헝클어져 내려와, 도끼에 찍히고 남은 소나무는 모래 위에 쓰러질 듯하다. 동량이 되기를 바랐으나 그 꿈은 사라져 자신을 한탄하나, 비쭉이 나온 가지는 바다 신선의 뗏목이 될 만하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75번에서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을 남기고 있다.
“충암 김정은 문장이 정심하고 호악하여 선배들이 ‘글은 서한을 추구하였고, 시는 성당을 배웠다.’고 칭송하였다. 그는 당화에 연좌되어 장형을 당하고 제주에 유배되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사사 되었는데, 해남 바닷가에 이르러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를 시로 읊었다. ……이 두 시는 격운이 맑고 원대하며 용의가 매우 절실하다. 이 시를 가지고 자신의 정황을 묘사했는데, 그는 결국 자기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다. 동량으로 쓰이려던 꿈도 이미 사라졌고, 신선의 뗏목감이나 되려던 바람도 끊어졌으니, 슬픈 일이다[金冲庵淨, 文章精深灝噩, 先輩稱謂文追西漢, 詩學盛唐. 坐黨禍, 杖流濟州, 尋賜死. 其至南海也, 「詠路傍松」曰: ‘海風吹去悲聲遠, 山月高來瘦影疎. 賴有直根泉下到, 雪霜標格未全除.’ 又曰: ‘枝柯摧折葉鬖髿, 斤斧餘身欲臥沙. 望絶棟樑嗟已矣, 枒楂堪作海仙槎.’ 格韻淸遠, 用意甚切, 盖以自況, 而竟不保命, 棟梁之用旣已矣, 仙槎之願亦絶焉, 悲夫].”
김정(金淨)의 시에는 당대 훈구파와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여 정치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이 있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김정(金淨)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충암(冲庵) 김정(金淨)의 시에, ‘지는 해는 거친 들에 뉘엿 비치고, 갈까마귀 저문 마을 내리는구나. 빈 숲 연기가 싸늘히 식고, 초가집도 사립문 걸어 닫았네.’는 장경(長卿) 유정(劉楨)의 시와 흡사하다. 그의 「우도가(牛島歌)」는 심오하고 황홀하며 그윽하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며 가진 재치를 다 부렸다. 그래서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은 그를 추존(推尊)하여 장길(長吉) 이하(李賀)에게 견주었다[金冲庵詩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煙火冷 白屋掩柴門 酷似劉長卿 其牛島歌 眇冥惝怳 或幽或顯 極才人之致 申企齋推以爲長吉之比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33~23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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