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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신종호 - 상춘(傷春)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신종호 - 상춘(傷春)

건방진방랑자 2019. 2. 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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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애달프다

상춘(傷春)

 

신종호(申從濩)

 

 

茶甌飮罷睡初輕 隔屋聞吹紫玉笙

燕子不來鶯又去 滿庭紅雨落無聲

 

粉墻西面夕陽紅 飛絮紛紛撲馬鬃

夢裏韶華愁裏過 一年春事棟花風 續東文選卷之十

 

 

 

 

 

 

해석

茶甌飮罷睡初輕

다구음파수초경

차 마시길 다하고 깜빡 졸다가 가벼우니,

隔屋聞吹紫玉笙

격옥문취자옥생

집 너머에서 자주빛 옥피리소리 들려.

燕子不來鶯又去

연자불래앵우거

제비 오지 않고 꾀꼬리 가버린 체,

滿庭紅雨落無聲

만정홍우락무성

뜰 가득 붉은 비가 뚝뚝 떨어지네.

 

粉墻西面夕陽紅

분장서면석양홍

분칠한 담장의 서쪽 벽면은 석양으로 붉고

飛絮紛紛撲馬鬃

비서분분박마종

버들개지 살랑살랑 말머리 치는 구나.

夢裏韶華愁裏過

몽리소화수리과

꿈속 아름다운 경치소화(韶華): 아름다운 계절의 경치, 보통 춘광(春光)을 가리키는 시어(詩語).는 근심 속에 지나갔지만,

一年春事棟花風

일년춘사동화풍

일 년의 봄 일은 개나리꽃 바람에 있구나. 續東文選卷之十

 

 

해설

시름에 지쳐 든 오수(午睡), 깨고 나도 흐리멍덩하다. 손수 차를 달이어 한 사발 죽 들이키고 나니, 비로소 잠기도 가시는 듯 적이 개운해진다.

 

산촌의 한낮, 어느 먼 이웃에선지 피리 소리가 한가롭게 또 청승스럽게 들려오고 있다.

 

아직은 제비도 오지 않은 이른 봄이건만, 뜰에 가득한 꽃나무에서는 붉은 비가 내리듯 꽃잎이 우수수 소리도 없이 떨어지고 있다. 바람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 이 봄도 어느덧 가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봄이 덧없다손 저렇듯 서둘러 떠날 줄이야! 망연히 낙화 현장을 바라보며 새삼 시름에 잠기는 작자이다.

 

가엾은 사람! 지난해의 봄, 그 봄과 함께 가버린 그 사람. 꽃같이 아리따운 한 청춘이, 같이 덧없이도 떨어져 간 그 사람. 일점 혈육도 없이 자는 듯 숨져 간 그 사람의 기년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낮 피리의 구슬픈 가락은 이어지고,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상념은 그지없다.

 

꽃 떨어짐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동일 심상(心像)으로 포개어지는 가운데, 낮 피리 소리는 그 시름을 부추기고 있다.

 

이 봄도 어차피 상처난 봄이기는 하나, 일년이 지나는 동안 어느만큼의 안정은 되찾은 듯, 무심히 지고 있는 낙화를 바라보며, 애이불비(哀而不悲)의 한계를 지키려는 작자의 애써 담담한 눈매에, 그러나, 인생에 대한 일말의 체념의 그림자마저 스쳐가고 있음을 숨기지는 못하고 있음을 본다.

 

燕子不來, 春又去, 紅雨, 落無聲등의 암유에서 그 정황을 잠시 짚어 본 것이다.

 

이 시는 두 수중의 첫 수로서, 그 둘째 수는 다음과 같다.

 

粉墻西面夕陽紅

흰 담벼락에 저녁볕 붉어 있고,

飛絮紛紛撲馬鬃

버들개지 어지러이 말갈기에 부딪는데,

夢裏韶華愁裏過

꿈결 같은 봄빛이 시름 속에 지나가니,

一年春事棟花風

한해의 봄 일이 꽃바람에 어는구나.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213~214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소화시평 권상59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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