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상의 만사
이우상만(李虞裳挽)
이용휴(李用休)
賀年廿七死 志業僅成半
하년입칠사 지업근성반
再爲李姓人 又續廿七算
재위이성인 우속입칠산
五色非常鳥 偶集屋之脊
오색비상조 우집옥지척
衆人爭來看 驚飛忽無迹
중인쟁래간 경비홀무적
無故得千金 其家必有灾
무고득천금 기가필유재
矧此希世寶 焉能久假哉
신차희세보 언능구가재
眇然一匹夫 死覺人數减
묘연일필부 사각인수감
苟非關世道 人多如雨點
구비관세도 인다여우점
島蠻亦具眼 得詩輒珍藏
도만역구안 득시첩진장
家家箱篋裏 各有一虞裳
가가상협리 각유일우상
雖食朝鮮粟 不作朝鮮語
수식조선속 부작조선어
平生愛重義 已盡松穆序
평생애중의 이진송목서
昔君詩贄我 光氣透紙背
석군시지아 광기투지배
未及開卷讀 已知異寶在
미급개권독 이지리보재
其人膽如瓠 其人眼如月
기인담여호 기인안여월
其人腕有靈 其人筆有舌
기인완유령 기인필유설
靈悟英慧者 黃泉豈能錮
령오영혜자 황천기능고
三尺新墳上 定生聡明樹
삼척신분상 정생총명수
他人以子傳 虞裳不以子
타인이자전 우상불이자
血氣有時絶 聲聞無窮已
혈기유시절 성문무궁이 『𢾡𢿜集』
해석
賀年廿七死 志業僅成半 | 이하는 27살에 죽어 뜻한 업이 겨우 반만 이루었는데 |
再爲李姓人 又續廿七算 | 다시 이씨 사람으로 태어나 또 27년을 이었지. |
五色非常鳥 偶集屋之脊 | 오색의 비상한 새가 우연히 지붕마루에 모였는데 |
衆人爭來看 驚飛忽無迹 | 뭇사람이 다투며 보러 왔기에 놀라 날아가 문득 자취조차 사라졌다네. |
無故得千金 其家必有灾 | 까닭 없이 천금을 얻으면 그 집엔 반드시 재앙이 있다지. |
矧此希世寶 焉能久假哉 | 하물며 드문 세상의 보배를 어찌 오래 빌릴 수 있겠는가. |
眇然一匹夫 死覺人數减 | 작디작은 보통사람이라 여겼는데 죽고 나니 인구가 감소했음을 느꼈네. |
苟非關世道 人多如雨點 | 진실로 세상일에 관계되지 않으랴, 사람 많기가 빗방울 같기만 한데 |
島蠻亦具眼 得詩輒珍藏 | 섬의 오랑캐라도 또한 안목이 있어 시를 얻고선 바로 진귀하게 감춰두니 |
家家箱篋裏 各有一虞裳 | 집집마다 상자 속엔 각각 우상의 시가 있지. |
雖食朝鮮粟 不作朝鮮語 | 비록 조선의 곡식 먹었지만 조선의 말로 글 짓지 않았고 |
平生愛重義 已盡松穆序 | 평생 의를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겨 이미 자신【이언진(李彦瑱, 1740~1766): 자(字)는 우상(虞裳), 호는 운아(雲我), 송목관(松穆館) 등임.】의 차례를 다했네. |
昔君詩贄我 光氣透紙背 | 옛적에 그대의 시를 나에게 줄 때 빛이 종이의 뒤까지 투과되어 |
未及開卷讀 已知異寶在 | 책을 펴 읽기도 전에 이미 기이한 보물이 있음을 알았지. |
其人膽如瓠 其人眼如月 | 그 사람 쓸게는 박 같고, 그 사람 눈은 달 같으며, |
其人腕有靈 其人筆有舌 | 그 사람 팔엔 신령함이 깃들었고, 그 사람 붓엔 혀가 달렸다네. |
靈悟英慧者 黃泉豈能錮 | 신영이 뛰어난 지혜를 깨친 그대여 황천이 어찌 가로막겠는가. |
三尺新墳上 定生聡明樹 | 삼척의 새로운 봉분 위에 총명한 나무가 정해져 났구나. |
他人以子傳 虞裳不以子 | 다른 사람은 아들이 전하겠지만 우상은 아들이 없으니, |
血氣有時絶 聲聞無窮已 | 혈기야 때에 끊어진다 해도 명성과 소문은 무궁할 것이네.『𢾡𢿜集』 |
해설
이 시는 이우상의 만사 10수로 되어 있다.
1(首)에서는 27세를 살다간 당나라의 대시인(大詩人) 이하(李賀)가 죽어 뜻한 일을 겨우 반만 이루고 죽었다가 다시 이씨인 이우상으로 태어나 27년을 살았다. 이우상의 시적(詩的) 재능을 이하(李賀)에게 비기고 있는 것이다.
2수(首)는 이우상의 시(詩)가 오색찬란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사람들이 다투어 보고자 하니, 그것이 싫어 이 세상을 떠났다. 이우상의 시적(詩的) 수준이 학문을 하는 단계인 승당(升堂)과 입실(入室)의 단계를 지나 ‘지붕마루[脊]’까지 올라간 것을 은근히 드높이고 있다.
승당입실(升堂入室)은 『논어(論語)』 「선진(先進)」에, “유는 당에는 올랐지만 실에는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由也升堂矣, 未入於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주희(朱熹)의 집주(集注)에, “자로의 학문은 이미 정대하고 고명한 지역에 나아갔지만 다만 깊이 정일하고 은미한 오묘한 곳에 들어가지는 못했을 뿐이다[言子路之學, 已造乎正大高明之域, 特未深入精微之奧耳].”라 하여, 후에는 학문(學問)의 조어(造語)가 정심(精深)함의 비유로 쓰였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65~26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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