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 읊조리다
병음(病吟)
신흠(申欽)
生涯未卜瀼東西 十載京塵滾馬蹄
一任浮名饒齒頰 長憐豪氣貫虹霓
靑山正向重樓近 碧草新封小逕迷
奚僮催報日高舂 強起扶頭笑我慵
烏几靜憑消寂寞 柴扉長掩斷朋從
煙光半罩窓前樹 春色偏濃霽後峯
始識無能眞有味 不妨湖海着元龍 『象村稿』 卷之十三
해석
生涯未卜瀼東西 생애미복양동서 | 생애동안 정하지 못해 동서로 흘러 |
十載京塵滾馬蹄 십재경진곤마제 | 10년 한양 티끌이 말발굽에 흘렀구나. |
一任浮名饒齒頰 일임부명요치협 | 한 번 뜬 이름에 저항하니 이와 뺨이 배불렀고 |
長憐豪氣貫虹霓 장련호기관홍예 | 길이 호기로움을 사랑하여 무지개를 관통했네. |
靑山正向重樓近 청산정향중루근 | 청산이 바로 향하는 중루가 가깝고 |
碧草新封小逕迷 벽초신봉소경미 | 푸른 풀이 새로 심어진 좁은 길은 어지럽네. |
從此城南爲吏隱 종차성남위리은 | 이로부터 성남에 낮은 벼슬에 숨은 은자가 되어 |
肯敎桃李更成蹊 긍교도리갱성혜 | 복숭아와 오얏나무에게 다시 길【『史記』 卷109 「李將軍傳」의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에서 나온 것으로, 내실이 있음으로서 저절로 따라붙은 명예라 하더라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을 이루게 하겠는가【긍(肯): 반문을 표시하며 ‘豈’와 같다[表示反問, 猶豈]】. |
奚僮催報日高舂 해동최보일고용 | 아이가 잽싸게 해가 높이 솟았다고 알리니 |
強起扶頭笑我慵 강기부두소아용 | 억지로 일어나 머리 들어 나의 게으름 비웃었네. |
烏几靜憑消寂寞 오궤정빙소적막 | 오피궤【오궤(烏几): 오피궤(烏皮几)의 약칭으로, 검은 가죽으로 만든 팔받침대를 말한다】 고요히 기대니 적막마저 사라지고 |
柴扉長掩斷朋從 시비장엄단붕종 | 사립문 길이 닫아놓으니 벗의 방문마저 끊겼네. |
煙光半罩窓前樹 연광반조창전수 | 안개와 빛이 창 앞 나무에 반절이나 끼어 있고 |
春色偏濃霽後峯 춘색편농제후봉 | 봄빛은 비갠 봉우리에 두루 짙게 펼쳐져 있네. |
始識無能眞有味 시식무능진유미 | 비로소 무능함이 참된 맛이 있음을 알았으니, |
不妨湖海着元龍 불방호해착원룡 | 너른 바다에서 원룡【원룡(元龍): 삼국시대 위(魏) 나라 진등(陳登)의 자】에게 의탁하는 걸 방해치 마라. 『象村稿』 卷之十三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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