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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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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016125일은 단재학교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2016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던 날이다. 한 달여의 아쉬운 겨울방학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올겨울은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고, 남부지방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그 기간동안 난 뭘 했지?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방학이 시작 될 때만 해도,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은 많았지만 막상 시작되면 별 것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렸을 때 방학계획표를 짤 때의 모습도 딱 이랬다. 계획표를 짠다고 거의 하루를 다 보내곤 했었는데, 야심차게 24시간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배치했다. 그 중 단연 공부에 제일 많은 시간을 할당했고 자는 시간은 11, 일어나는 시간은 6시로 정할 정도로 바른 생활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지켜질 리는 만무했다. 작심삼일은커녕 6시간 동안 계획표대로 살기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땐 계획표를 세우는 게 하나의 놀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행착오를 어린 시절에 이미 경험해봤기에 지금은 방학이라고 해서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그저 이번 방학엔 이걸 해야지~’ 정도의 큰 테두리만 정한다. 그래서 이번 방학엔 야심차게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기를 쓰자고 계획을 세웠다. 2015년에 했던 가장 큰 프로젝트이니만치 그 과정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에 갔다 왔다. 그러곤 쭉 방콕을 하며 여행기를 썼다지. 

 

 

 

미완의 숙제, 그리고 새로운 숙제

 

지금까지 장시간 여행을 했던 적은 2009년과 2011년에 한 달 동안 국내를 걸어 다녔던 국토종단사람여행, 2013년에 3주간의 카자흐스탄 여행, 6일 동안 지리산 종주여행, 2014년 남한강을 따라 4일간 충주까지 걸었던 남한강 도보여행이 있었다. 이 중 남한강 여행만 빼고 여행기를 썼는데, 하루 당 한 편씩 쓴 것이다.

그런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하루 당 한 편의 여행기를, 좀 더 쓰고 싶으면 하루 당 두 편의 여행기를 쓸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좀 더 자세하게 그때의 감상을 담고 싶어졌고 그러다 보니 급기야 하루 당 여러 편의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방학 기간 중 4일째 여행기까지 썼는데 몇 십 편을 넘어가는 여행기를 쓰게 된 셈이다.

물론 이렇게 무한정으로 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너무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여행기의 흐름을 깨는 건 아닌가?’라는 경계도 하게 된다. 무조건 글이 길다고 좋은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여행기의 흐름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유지하되, 그때의 상황이나 생각을 잘 묘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 때문에 방학 동안에 여행기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우연처럼 새로운 숙제를 받게 된 것이다. 삶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던데, 정말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새로운 숙제를 받고 잠시 동안 멘붕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히 깊이 생각해봤어야 할 일이었는데, 적응한다는 핑계로, 삶에 만족한다는 합리화로 그저 미루어왔던 일이 이제야 터졌을 뿐이다.

 

 

스스로에게 낸 숙제도 다 마치지 못했는데, 새로운 숙제를 받다. 

 

 

 

동섭쌤의 강의가 던진 숙제

 

여름방학 땐 친구가 아무 계획 없이 갑자기 불러내 여행을 떠났는데, 뜬금없기에 무척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워낙 계획대로 사는 걸 좋아하고 정해진 것만을 하던 인간인지라, 그런 식의 우발적인 사건은 내 안에 깊이 묻힌 호기심, 무모함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우발적인 사건은 겨울방학에도 계속되었다. 난 그걸 삐딱선이라 표현하는데, 이번엔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삐딱선을 탈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삐딱선은 동섭쌤의 강의를 듣게 되면서 찾아왔다. 2012년에 비고츠키 강의를 들으면서 동섭쌤을 알게 되었는데, 그땐 다른 관점의 비고츠키도 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아무래도 초임교사로 단재학교에 왔고 이제 교육현장에 첫 발을 내디딘 시기라, 모든 게 생소했고 모든 게 신기했다. 그 와중에 들은 강의는 그런 생소함을 더욱 생소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비고츠키와는 많이 다른 걸이라는 정도로 이해될 뿐이었다.

그렇게 4년 가까이 지나며 어느덧 이 생활에 적응되었고 그에 따라 호기심은 진부함으로, 생소함은 익숙함으로 변했다. 동섭쌤은 스타 강사가 되어 전국을 누비며 강의를 하기에 좀처럼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수도권에서 강의를 한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찾아가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예전에 들었던 강의이니, 별로 새로운 건 없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저 인사 드릴 겸 찾아간 강의에서 뜻하지 않게 숙제를 받아 왔다.

 

 

그런데 그건 오만이었다. 4년 전에 들었던 강의도 100% 이해한 것도 아닌데, 그저 한 번 들었다는 이유로 다 안다고 생각한 것이니 엄청난 착각이라 할 만하다. 이때 강의를 들으며, 4년 동안 무언가 열심히 해왔던 내가 붕괴되고 거부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니체의 말처럼 멸망시킬 태풍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예전엔 교육과 나, 사회와 나를 생각할 때 나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교육이 잘못되었거나, 사회가 이상하면, 그런 교육의 잘못된 부분만, 사회의 병폐만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자동차가 고장 나면 차만을 고칠 수 있듯이 교육이든 사회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 강의를 들으니, ‘-교육’, ‘-사회는 떨어질 수 있는 관계도 아닐뿐더러,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교육이나 사회는 자동차처럼 나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내 몸의 장기처럼 붙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이든 사회든 바꾸려면, 나의 생활습관, 심지어는 사고방식까지 완전히 고쳐야만 된다. 왜냐 하면 그런 사회의 모순, 교육의 부조리를 지탱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강연장에서 한 방 세게 얻어맞고 넉다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것이 이번 방학에 새롭게 받은 첫 번째 숙제다.

 

 

이날 저녁의회식은모처럼 달콤하고 맛났다. 2차까지 가서 신나게 달렸다.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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