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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김종직 - 한식촌가(寒食村家)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김종직 - 한식촌가(寒食村家)

건방진방랑자 2019. 2. 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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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날의 농촌에서

한식촌가(寒食村家)

 

김종직(金宗直)

 

 

禁火之辰春事多 芳菲點檢在農家

鳩鳴穀穀棣棠葉 蝶飛款款蕪菁花

帶樵櫳上烏犍返 挑菜籬邊叉髻歌

有田不歸戀五斗 元亮笑人將奈何 佔畢齋集卷之十九

 

 

 

 

해석

禁火之辰春事多
금화지진춘사다
한식날금화지진(禁火之辰): 한식날로 불을 하는 때이기에 이렇게 부름. 봄 일 많아
芳菲點檢在農家
방비점검재농가
농가에선 꽃풀 점검하지.
鳩鳴穀穀棣棠葉
구명곡곡체당엽
비둘기 구우구우구명곡곡(鳩鳴穀穀): 비둘기가 구우구우 욺. ()를 시구(鳲鳩), 즉 뻐꾸기로 본다면 그 우는 소리는 곡식씨를 뿌리도록 재촉한다포곡(布穀)’으로도 풀이됨. 당체나무잎에서 울고
蝶飛款款蕪菁花
접비관관무청화
나비 훨훨 장다리꽃에서 나풀나풀 난다.
帶樵櫳上烏犍返
대초롱상오건반
언덕 위에서 땔감 진 검은 소가 돌아오고
挑菜籬邊叉髻歌
도채리변차계가
울타리 가에서 채소 캐던 낭자들 노래 부르네.
有田不歸戀五斗
유전불귀련오두
밭일 있어도 오두미 생각나서 돌아가질 못하니,
元亮笑人將奈何
원량소인장내하
도연명원량(元亮): ()의 도잠(陶潛)의 자(). 호는 연명(淵明). 팽택령(彭澤令)으로 지방 순시관인 독우(督郵)가 오니 영접하라는 명을 받았으나, ‘그깟 다섯 말 쌀[五斗米]를 위해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팽택령을 그만두고 귀향함. 이 웃으면 어이할까? 佔畢齋集卷之十九

 

 

해설

임지(任地)에서 맞은 한식절의 정경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이제 봄의 영위(營爲)로 활기에 차 있다. 화창한 날씨, 따뜻한 바람, 촉촉한 몇 차례의 봄비를 겪고 나면, 온갖 꽃다운 생명들의 봄 잔치가 벌어진다. 산도 들도 마을도 한결로 뒤덮어 물들이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의 봄의 잔치! 농가에서는 날로 바빠져 가는 한편, 꽃다운 일들도 나날이 무르익어 간다.

 

울타리께에 서 있는 체당나무에 이따금 와서 우는 산비둘기 소리가 평화롭고, 노란 웃음 자지러진 장다리 꽃밭에는, 삶의 기쁨에 도취된 나비들이, 미친 듯 신들린 듯 어지럽게 춤을 춘다.

 

나뭇단을 싣고 뚜벅뚜벅 초동과 함께 석양 언덕길로 돌아오고 있는 검정소의 걸음걸이는, 착하고 수더분한 그 마음씨만큼이나 듬직하고, 여느 곳보다 빨리 봄이 깃든 양지 울타리 밑의 살오른 냉이며 꽃다지를 캐는 계집애들의 수줍은 노랫소리는, 눈 녹은 개울물 소리처럼 명랑하게 들려온다.

 

내 고향에도 바야흐로 저러하려니…… 두고 온 고향이 불현듯 간절해진다. 도연명은 오두미(五斗米)를 위하여 향리소인(鄕里小人)에게 절요(折腰)할 일이 아니꼬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고는 그 즉시로 사직하고, 새벽길을 재촉하여 옛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내 또한 진작부터 귀거래를 입버릇처럼 뇌면서도 우유부단하여, 고원의 논밭은 묵혀 둔 채, 박록(薄錄)에 미련 못 끊고 매인 몸이 되어 있으니, 스스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도연명이 비웃는 무엇이라 변명할 길이나 있겠는가?

 

12구는 한식절의 개관(槪觀)이요, 3~6구의 두 대련은 점검한 방비(芳菲)’의 목록격이며, 78구는 객자(客子)의 술회(述懷)이다.

 

작자는 입경(入京)시에서 이렇게 탄식하기도 했다.

 

強爲妻孥計 虛抛故國春 어쩌랴. 처자식 먹이려다가 헛되이 고향 봄을 버려 두었네.

 

끝으로 그의 시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는 보천탄 바라보며[寶泉灘卽事]’ 중의 한 수를 옮겨 본다.

 

桃花浪高幾尺許 복사꽃 뜬 물결이 몇 자나 불었는고.
狠石沒頂不知處 은바위 머리 잠겨 옛터 잃은 가마우지,
兩兩鸕鶿失舊磯 쌍쌍이 물고기 물고
啣魚却入菰蒲去 풀숲으로 들어라!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186~187

 

 

인용

작가의 이력 및 작품

소화시평 권상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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