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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대 - 송경사(松京詞)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최성대 - 송경사(松京詞)

건방진방랑자 2019. 9. 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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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노래

송경사(松京詞)

 

최성대(崔成大)

 

 

開城少婦貌如花 高䯻紅粧半面遮

向晩宮墟闘草去 葉間蝴蝶上銀釵

 

麗王舊跡秪荒臺 荊棘叢中野卉開

何處元妃洗粧閣 月如春鏡苑東來

 

荒城驅馬意悠悠 携酒來登百尺樓

文物繁華問無處 暮雲西北自生愁

 

玉燭亭空山月曉 銀盂井廢夕陽斜

平原古塚無人處 半是前朝卿相家

 

崧陽女兒哭如歌 千古興亡奈爾何

曾上臯蘭吊百濟 義慈遺業亦空波 杜機詩集卷之三補上

 

 

 

 

해설

開城少婦貌如花
개성소부모여화
개성의 어린 아낙 모습이 꽃 같은데
高䯻紅粧半面遮
고고홍장반면차
높은 다리와 붉은 화장으로 얼굴이 반쯤 가려졌네.
向晩宮墟闘草去
향만궁허투초거
느지막이 궁궐의 텅빈 곳을 향해 투초투초(鬪草): 풀싸움. 풀의 우열(優劣)을 다투는 놀이로서 음력 55단오절(端午節)에 이 놀이를 하였다.하고 떠나니
葉間蝴蝶上銀釵
엽간호접상은채
잎사귀 사이에 있던 나비가 은색 비녀에 올라탔구나.

 

麗王舊跡秪荒臺
려왕구적지황대
고려의 임금과 옛 자취 다만 황량해진 만월대
荊棘叢中野卉開
형극총중야훼개
가시덤불 속엔 들판 꽃 피었네.
何處元妃洗粧閣
하처원비세장각
어느 곳 정비가 씻고 화장하던 누각인듯
月如春鏡苑東來
월여춘경원동래
봄 거울 같은 달이 동산의 동쪽에 떠올랐네.

 

荒城驅馬意悠悠
황성구마의유유
황량한 성에 말 몰더라도 뜻은 그윽하고 그윽해
携酒來登百尺樓
휴주래등백척루
술 가져다가 백 길이의 누대에 올랐네.
文物繁華問無處
문물번화문무처
문물이 번화했음을 물을 곳 없이
暮雲西北自生愁
모운서북자생수
저물녘 구름이 서북쪽에서 절로 생겨 근심스럽게 하네.

 

玉燭亭空山月曉
옥촉정공산월효
옥촉정은 비었지만 산 달만 밝고
銀盂井廢夕陽斜
은우정폐석양사
은 사발로 마시던 우물[龍井은 허물어졌지만 석양빛만 비끼네.
平原古塚無人處
평원고총무인처
사람 없는 평원의 옛 무덤은
半是前朝卿相家
반시전조경상가
반쯤은 고려의 고관대작의 집안이겠지.

 

崧陽女兒哭如歌
숭양녀아곡여가
송양숭양: 개성(開城)의 별칭이다의 계집아이의 곡소리는 노래 같으니
千古興亡奈爾何
천고흥망내이하
천고의 흥망을 어이할 거나?
曾上臯蘭吊百濟
증상고란적백제
일찍이 고란사고란사(皐蘭寺): 충청남도 부여읍에 있는 절로, 조룡대(釣龍臺)ㆍ낙화암(落花巖)ㆍ자온대(自溫臺) 등과 함께 백제(百濟)의 고적(古跡)으로 유명하다.에 올라 백제를 조문했는데
義慈遺業亦空波
의자유업역공파
의자왕의 남겨진 왕업이 또한 부질없이 물결 치네. 杜機詩集卷之三補上

 

 

해설

이 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부(少婦)’의 미화(美化)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낭자머리에 붉은 단장한 꽃 같은 얼굴이며, 그 얼굴을 반만 가린 교태도 그러려니와, 예쁜 그녀를 꽃으로 착각하여 은비녀에 올라앉는 나비마저도, 미녀의 뒷맵시를 돋우는, 살아 움직이는 실물의 나비잠[蝶簪]으로, 또는 그 나비 같은 여인의 영상을 구성하는 인상 매체(印象媒體)로 제공되어 있음을 본다.

 

곧 나비의 그 가냘픈 예쁜 몸매며, 그 가뿐가뿐 민첩한 몸짓의 이미지는, 곧바로 꽃의 요정(妖精) 나비의 요정 같은 여인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바지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참으로 시를 이해하는 이라면, 유독 초점이 강조되어 있는 성장 미녀의, 이 천연색 화면에만 혹하여, 그 배후의 흐릿하게 바람되어 있는 흑백의 바탕 화면을 도외시하지는 않으리라. 3구의 궁허(宮墟), 투초(鬪草)’는 이를 계시(啓示)해 주는 단서이며, 시제도 송경(松京)’으로 이를 귀하여 주고 있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잡초가 우거진 궁터이면, 뜯어 모은 풀의 종류의 다과(多寡)로 승부를 가리는 풀싸움놀이의 적지(適地)로 선정이 되었을까! 바야흐로 풀꽃은 한물로 흐드러져 운집한 벌 나비들이 봄을 잔치하고 있는 궁터! 반천년 왕업(王業)이 이드르르한 잡초에 부쳐진 석양 만월대(滿月臺)의 빈터에서, 거기 어떤 사연이 있는지조차 관심 없는, 다만 저의 미모와 교기(嬌氣)에만 자홀(自惚)해 있는, 무심한 시속(時俗) 여인을 바라보는 감회는, 낙화암의 진달래, 휴전선의 양귀비처럼, 역사와 현실의 낙차(落差)가 크면 클수록 그 괴리감(乖離感), 그 무상감(無常感)은 증폭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작자가 그리고자 한 것은, ‘소부(少婦)’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부(少婦)’를 미화(美化)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심화(深化)되어 가는 역사적 감개, 이 양극(兩極)을 극대화함으로써 더욱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두드러지게 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자의 지기(知己)인 신유한(申維翰), 그의 시풍을 개평(槪評)하여, 담적(澹寂), 한완(閒婉), 농섬(穠纖), 연일(姸逸)하다 하였는데, 이 말은 이 시에도 감쪽같이 부합되는 적평(適評)이라 할 만하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476

 

 

인용

목차

한시사

문학통사

0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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