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한 글자에 시가 달라진다
古人詩不厭改, 唐任飜「題台州寺」云: ‘前峯月照一江水, 僧在翠微開竹房.’ 旣去, 有人改一字爲半字. 飜行數十里, 乃得半字, 亟回欲易之, 見所改字, 歎曰: “台州有人.”
我東申企齋光漢, 宿淸溪寺, 題詩云: ‘急水喧溪石, 輕香濕澗花.’ 行至半途, 忽得暗字, 復還, 改急爲暗.
盖一不如半字之奇, 急不如暗字之妙, 可見古人於詩不容易下字.
해석
古人詩不厭改.
옛사람은 시에서 고치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唐任飜「題台州寺」云: ‘前峯月照一江水, 僧在翠微開竹房.’
당나라 임번이 지은 「태주사에서 짓다[題台州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前峯月照一江水 | 앞 봉우리에 뜬 달이 온 강물을 비추니 |
僧在翠微開竹房 | 스님은 산허리에 죽방을 열었네. |
旣去, 有人改一字爲半字.
임번이 이미 떠나자 어떤 사람이 ‘일(一)’자를 ‘반(半)’자로 고쳐놓았다.
飜行數十里, 乃得半字,
임번이 수십 리를 갔다가 곧 ‘반(半)’자를 얻어
亟回欲易之,
빠르게 돌아와 그것을 고치고자 했는데
見所改字, 歎曰: “台州有人.”
고쳐진 글자를 보고서 “태주에 사람이 있구나.”라고 탄복했다.
我東申企齋光漢, 宿淸溪寺, 題詩云: ‘急水喧溪石, 輕香濕澗花.’
우리나라 기재 신광한이 청계사에서 자다가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急水喧溪石 輕香濕澗花 | 급류는 바위 골짝을 울리는데 가벼운 향내는 냇가의 꽃을 적셨구나. |
行至半途, 忽得暗字,
걸은 지 절반정도에 이르렀는데 문득 ‘암(暗)’자를 얻었고
復還, 改急爲暗.
다시 돌아와 ‘급(急)’자를 ‘암(暗)’자로 고쳤다.
盖一不如半字之奇, 急不如暗字之妙,
대체로 ‘일(一)’자는 ‘반(半)’의 기이함만 못하고 ‘급(急)’자는 ‘암(暗)’자의 오묘함만 못하니
可見古人於詩不容易下字.
옛 사람이 쉽게 쓰는 걸 용납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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