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깨끗이 하고 독서하며
정궤독서(淨几讀書)
김시습(金時習)
世人奔競倚吹噓 不學無知步玉除
誤國誤民爲後笑 何如淨几讀經書
古之爲仕者, 不欲躁進以立其身, 但修天爵而已. 如伊之耕莘, 呂之釣渭, 何嘗有心於求宦哉? 然湯之三聘, 文之一見, 出而便會風雲者, 以其道德夙著, 能啓沃人主, 何嘗爲人主之黜陟哉?
今則不然. 依勢吹噓, 苟登仕路, 至有筮仕而省事者矣, 則其所與人語者, 皆爲祿爲身也, 何暇啓沃於人主哉?
此余少年讀書時, 未嘗不掩卷而長嘆也. 然苟不得修道德如伊ㆍ呂, 必也讀書乎. 雖不能愼思篤行, 其與無知, 蓋有分矣. 『梅月堂詩集』 卷之四
해석
世人奔競倚吹噓 세인분경의취허 | 세상사람 분주히 다퉈 과장되게 말함【취허(吹嘘): 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추켜세우다 ② 과장해서 말하다 ③ 선전하다】에 의지하고 |
不學無知步玉除 불학무지보옥제 | 배우지도 않고 아는 것도 없는데 조정【옥제(玉除): 옥으로 꾸민 계단으로, 중국 조정을 가리킨다.】에 올라 |
誤國誤民爲後笑 오국오민위후소 | 나라를 그르치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후세의 비웃음이 되니 |
何如淨几讀經書 하여정궤독경서 | 어찌 책상을 깨끗이 하고서 경서를 읽는 것과 같으랴. |
古之爲仕者,
옛적에 벼슬했던 사람들은
不欲躁進以立其身, 但修天爵而已.
조급하게 그 몸을 세우려 하지 않고 다만 천작을 닦았을 뿐이다.
예를 들면 이윤이 들에서 밭 갈았던 것【경신(耕莘): 평민으로 있으면서 농사짓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만장(萬章)」 上에 “이윤은 유신의 들판에서 밭 갈면서도 요순의 도를 즐겼다[伊尹耕於有莘之野 而樂堯舜之道焉].”고 하였다.】과 여상이 위수에서 낚시질한 것이
何嘗有心於求宦哉?
어찌 일찍에 벼슬 구하는 것에 마음을 두었기 때문이겠는가?
然湯之三聘, 文之一見,
그러나 탕임금이 세 번 초빙하고 문왕이 한 번 찾아옴에
出而便會風雲者,
나가 곧 임금과 신하가 만났고
以其道德夙著, 能啓沃人主,
도덕으로 일찍 드러내어 임금을 보필【계옥(啓沃): 온 정성을 다하여 임금을 보좌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열명(說命)」 上에 “너의 마음을 열어서 짐의 마음을 적셔주라[啓乃心 沃朕心]”이라 하였다.】할 수 있었으니
何嘗爲人主之黜陟哉?
어찌 일찍이 임금의 강등과 승진 따위의 조치로 한 것이겠는가?
今則不然.
지금은 그렇지 않다.
依勢吹噓, 苟登仕路,
권세에 의지해 으스대고 구차히 벼슬길에 올라
至有筮仕而省事者矣,
처음 벼슬함【서사(筮仕):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 “처음으로 관직에 나가는 것을 가리킨다[指初出做官].”고 했고, 이제현(李齊賢)이 지은 「송신원외북상서(送辛員外北上序)」에서는 “처음 벼슬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제학과 대언을 거쳤다[筮仕不幾年, 歷提學ㆍ代言].”라고 했다. 】에 일을 생략하는 사람에 이르면
則其所與人語者, 皆爲祿爲身也,
남과 함께 말하는 것이라곤 모두 월급을 위하고 자신의 몸만을 위하니,
何暇啓沃於人主哉?
어느 겨를에 임금에 보필하리오.
此余少年讀書時, 未嘗不掩卷而長嘆也.
이에 나는 어려 독서할 때에 일찍이 책을 덮고 긴 탄식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然苟不得修道德如伊ㆍ呂,
그러나 진실로 도덕 수련하길 이윤이나 여상과 같이 할 수 없다면
必也讀書乎.
반드시 책이나 읽을 것이로구나.
雖不能愼思篤行,
비록 삼가 생각하고 독실히 행동할 수 없다면
其與無知, 蓋有分矣. 『梅月堂詩集』 卷之四
무지함과 비교하여 대체로 분별이 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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