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바라보며
망월(望月)
송익필(宋翼弼)
未圓常恨就圓遲 圓後如何易就虧
三十夜中圓一夜 百年心事總如斯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
보름달이 아닐 땐 항상 둥글어짐이 더딤을 한스러워하고, |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이취휴 |
보름달이 된 뒤엔 어째서 쉬이 기울어지려는가? |
三十夜中圓一夜 삼십야중원일야 |
30일 밤중에 보름달은 하룻밤이니, |
百年心事總如斯 백년심사총여사 |
인생 백년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다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
해설
늘 둥근달로 있지 못함이 한이 되어, 언제나 둥글어지려고 애쓰는 것이 조각달의 소원이다. 그러나 조각달이 둥근 보름달 되고자 아무리 조바심한들 일석(一夕)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 좁쌀만큼 입쌀만큼 커가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얻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어렵사리 얻어낸 보름달도 그 영광스러움은 잠시 잠깐뿐, 둥글기가 무섭게 이지러지는 길로 접어들게 마련인 것이 또한 달의 운명이다. 한달이면 서른 밤인데, 둥근달은 그 중의 단 하룻밤…… 정확히 말해서 그 하룻밤의 어느 한 순간인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힘겨운 포부를 안고, 천신만고를 무릅쓰며 각고근면(刻苦勤勉)한다. 그러고도 성취 못하는 수많은 불운 가운데, 어쩌다 얻어낸 행운도 없지 않으나, 그러나 애써 이룩한 그 영광은 오래 누리지 못한 채 비운으로 기울기가 일쑤다.
‘인제 밥술이나 먹을 만하니……’ 혹은 ‘인제 좀 알아줄 만하니…’ 호사다마(好事多魔)로 어찌어찌되고 말았다는 식의 탄식을 우리는 이웃들에서 예사로이 듣는다. 알뜰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일조에 기우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인간의 일생 중에 그 부정적 시간은 그리도 긴데 반하여, 긍정적 시간은 너무나 짧다. 들인 노고에 비해 얻어지는 공효는 무척이나 인색하다.
보름달을 쳐다보며 인사의 허무를 탄식하고 있는 작자이다. 서로 다른 소재를 가지고 같은 주제를 읊어낸 그의 아우 한필(翰弼)의 ‘꽃’을 아울러 음미해 보라.
윗시와 아울러 작자의 인생관을 입체적으로 밝혀 주는 그의 ‘산행(山行)’ 한 수를 옮겨 여기 덧붙인다.
山行忘坐坐忘行 | 가다간 앉기를 잊고 앉았단 가기를 잊는 산길! |
歇馬松陰聽水聲 | 솔그늘에 말 쉬이고 물소리를 듣나니…… |
後我幾人先我去 | 내 뒤의 몇 사람이 내 앞을 질러가리, |
各歸基止又何爭 | 저마다 멈출 데 멈추리니 또 무엇을 다투리야? |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년, 306~30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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