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배 그림에 쓴 시
어주도(漁舟圖)
고경명(高敬命)
蘆洲風颭雪漫空 沽酒歸來繫短篷
橫笛數聲江月白 宿禽飛起渚烟中 『霽峯續集』
해석
蘆洲風颭雪漫空 로주풍점설만공 | 갈대 모래톱에 바람 불고 눈 허공에 가득한데 |
沽酒歸來繫短篷 고주귀래계단봉 | 술을 사서 돌아와 조각배 맸네. |
橫笛數聲江月白 횡적수성강월백 | 몇 가락 젓대소리, 강 위에 달이 환해지자, |
宿禽飛起渚烟中 숙금비기저연중 | 자던 새가 물안개 속에 날아오르네. 『霽峯續集』 |
해설
이 시는 고깃배를 그린 그림을 보고 읊은 제화시(題畵詩)이다.
물가에 있는 갈대밭에 바람이 부는데 저 멀리 먼 곳에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갈대밭 옆에는 작은 배가 매여 있는데, 조금 전 술을 사 온 배이다. 훤히 뜬 강물 위로 피리소리가 들려온다(실제 그림에는 피리가 없겠지만 興을 돋우기 위해 상상해서 넣은 것이다). 눈도 희고 달빛도 희다 보니, 자던 새가 놀라 물안개 속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고경명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근대의 관각시(館閣詩)에서는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가 으뜸이다. 그의 시가 초년부터 당을 법받았으며 늘그막에 평해(平海)에 귀양 가서 비로소 심오한 경지에 이르렀다.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의 시 또한 벼슬을 내놓고 한거하는 가운데 크게 진보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 이에 문장이란 부귀영화에 달린 것이 아니라 험난과 고초를 겪고 강산의 도움을 얻은 후에라야 묘경에 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이공(二公)만 그러하랴. 고인이 모두 이러하니 유주(柳州)로 좌천됐던 유자후(柳子厚)나 영외(嶺外)로 귀양 갔던 소동파(蘇東坡)에서도 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近代館閣 李鵝溪爲最 其詩初年法唐 晩謫平海 始造其極 而高霽峯詩 亦於閑廢中 方覺大進 乃知文章不在富貴榮耀 而經歷險難 得江山之助 然後可以入妙 豈獨二公 古人皆然 如子厚柳州 坡公嶺外 可見已].”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82~38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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