營자 운을 얻어서 지으며
득영자운(得營字韻)
임억령(林億齡)
孤村生夕氣 萬壑動寒聲
고촌생석기 만학동한성
櫪馬飢猶戀 秋蠅凍亦營
력마기유련 추승동역영
已熟小槽酒 如聞疏雨聲
이숙소조주 여문소우성
醉來終日臥 長悔十年營
취래종일와 장회십년영
海月有佳色 風灘非惡聲
해월유가색 풍탄비오성
沿崖已卜地 疏懶亦難營
연애이복지 소라역난영
點筆圖雲勢 彈琴學水聲
점필도운세 탄금학수성
迂生逗湖海 此外更無營
우생두호해 차외갱무영
江邊喬木在 風動老龍聲
강변교목재 풍동로룡성
莫怪長無用 明堂早晩營
막괴장무용 명당조만영 『石川先生詩集』 卷之四
해석
孤村生夕氣 萬壑動寒聲 | 외론 마을에 저녁 기운 생겨 온 골짜기에 찬 소리 일어나네. |
櫪馬飢猶戀 秋蠅凍亦營 | 마굿간 말의 주림은 오히려 가련하고 가을 파리 얼어죽음은 또한 두려워라. |
已熟小槽酒 如聞疏雨聲 | 이미 작은 단지에서 술이 익으니 이슬비 소리 들리는 듯하네. |
醉來終日臥 長悔十年營 | 고주망태 되면 종일토록 누워 길게 십년 간의 살아온 삶 후회하네. |
海月有佳色 風灘非惡聲 | 바다에 뜬 달 아리따운 빛이고 바람 부는 여울 나쁜 소리 아니네. |
沿崖已卜地 疏懶亦難營 | 바닷가 벼랑에 이미 살 만한 곳을 정했지만 엉성하고 게을러 또한 경영키 어렵네. |
點筆圖雲勢 彈琴學水聲 | 붓에 먹물 묻혀 구름의 형세 그리고 거문고 타며 물소리 내네. |
迂生逗湖海 此外更無營 | 우활한 삶은 호수와 바다에 머무니 이 밖에 다시 경영할 게 없네. |
江邊喬木在 風動老龍聲 | 강가에 큰 나무 있어 바람 일자 노룡이 소리치는 듯하네. |
莫怪長無用 明堂早晩營 | 길이 등용되지 못함 이상하게 여기지 마소. 궁궐【명당(明堂): 왕자(王者)의 태묘(太廟)로서 국가의 정교(政敎)를 행하는 곳을 말한다. 하(夏) 나라는 세실(世室), 은(殷) 나라는 중옥(重屋), 주(周) 나라는 명당 또는 청묘(淸廟)라고 불렀다. 『周禮』 考工記 匠人】에서 조만간 경영하게 될 테니. 『石川先生詩集』 卷之四 |
해설
이 시는 영(營) 자 운(韻)을 얻어서 지은 것으로, 현재 느끼는 서글픈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을사전문록(乙巳傳聞錄)』에는 임억령이 해남에 은거하게 된 배경이야기와 시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임억령의 자는 대수, 호는 석천, 본관은 평택이다. 을유년 과거에 올라 벼슬이 관찰사에 이르렀다. 학식은 올바른 방향이 있고 마음은 강직하며, 영특한 기운이 넘치고, 문장이 호방하였으며, 일을 당해서는 민첩하였고, 평생에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경우가 적었다. 을사년 화가 일어날 적에, 공은 나가면 충(忠)과 신(信)을 구비하고, 들어와서는 침묵을 지키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아우 임백령(林百齡)이 몰래 권신들과 결탁하고 사림에게 화를 일으키는 것을 선도하자, 공이 훈계하는 시를 주었는데, 지극히 간절하고 비분(悲憤)하였으나 임백령이 듣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마음으로 말하면, 형제간에는 마땅히 화복을 같이해야 하나, 그 불의를 보고 간절히 꾸짖기를 이같이 하였고 또 몸을 그 사이에 더럽히지 않고,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남쪽으로 돌아갔다. 그때에 ‘잘 있거라 한강수야, 고요히 흐르고 물결일랑 일지 말라 하는 시를 지었다. 금산(錦山) 군수로 있을 적에 임백령이 원종공신록권(原從功臣錄卷)을 보내오자, 이에 산골에 물러가 있으면서 제문(祭文)을 짓고 불에 태워 버렸다. 일찍이 시를 남겼는데, ‘대나무는 늙어 원래 깎임을 면하였고, 솔은 높아 봉함을 받지 않았네. 누구와 더불어 곡조를 같이 탈까? 궁벽한 산골 흰머리 늙은이라네’ 하였으니, 대개 자신의 정경(情景)을 읊은 것인데 지금도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대부들이 그 의(義)를 높이 여겼다. 조남명(曹南溟)이 「증석천자(贈石川子)」를 써 주기를,
今有石川子 其人古遺節 | 지금 석천자 있으니 그 사람 예전 남은 절의 있는 사람이로다. |
芙蓉信聳豪 何言大小別 | 부용이 진실로 크게 솟아났으니 어찌 크고 작음 분별하여 말하리? |
昔年邀我于 山海之蝸穴 | 옛날 나를 찾았지 산해의 오막살이로 |
看來豆子熟 琬琰東西列 | 보아하니 콩은 익었고 아름다운 구슬은 동서로 나열되었네 |
石川千木奴 破甘香滿舌 | 석천의 천 알 귤을 단 알을 깨무니 향기 입안에 가득하다. |
雖飢可食言 人益洪爐雪 | 아무리 굶주린들 어찌 말이야 먹으리 사람만 홍로점설(紅爐點雪) 어찌 하마 하랴 |
尙忍明逸戒 有懸非解泄 | 그대의 현명하고 편안한 훈계 높게 차나니 마음에 얽힌 사정, 풀어헤칠 수 없네 |
하였으니, 그 서로 친함이 이와 같았다. 아! 공의 현철함으로써, 기특한 재주를 지니고도 큰 사업을 하지 못하였으니, 세상이 모두 애석해하였다[林億齡字大樹 號石川 平澤人 登乙酉科 官至觀察使 學識有方 處心剛直 英氣發越 文詞雄放 遇事敏捷 平生少許可 乙巳禍作 公出則忠信俱備 人則含默不言 其弟百齡陰結權奸倡禍士林 公貽訓戒之詩 至切至憤 百齡不從 以常人言之 則兄弟之間 所當與同禍福 而見其不義 切責如此 且不汙身於其間 竟棄官南歸 有詩 好在江漢水 安流莫起波云 及守錦山 百齡送原從功臣錄卷 乃山谷屛處作祭文以付火 嘗有詩曰 竹老元逃削 松高不受封 何人與同調 窮谷白頭翁 蓋自況也 至今膾炙人口 士大夫高其義 曺南溟贈以詩曰 今有石川子 其人古遺節 芙蓉信聳豪 何言大小別 昔年邀我于 山海之蝸穴 看來豆子熟 琬琰東西列 石川千木奴 破甘香滿舌 雖飢可食言 人益洪爐雪 尙忍明逸戒 有懸非解泄 其相與如此吁以公之賢 而抱負奇才 不得大有爲 世皆惜之].”
권별(權鼈)의 『해동잡록』에는 그가 시(詩)가 있었음을 다음과 같이 기재(記載)하고 있다.
“자는 대수(大樹)이며 본관은 선산(善山)이다. 호는 석천(石川)이고 중종(中宗) 을유년에 급제하였다. 기개와 절의가 있고 또한 시를 잘 짓기로 이름이 났다. 을사년에 사화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가담하지 않았다 하여 세상에서 이것으로써 그를 많이 찬양하였다. 관직은 관찰사에 이르렀다[字大樹 其先善山人 號石川 我中廟乙酉登第 有氣節 又以能詩名 不附乙巳之人 世以此多之 官至觀察使].”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임억령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은 사람됨이 고매하고 시 역시 사람됨과 같았다. 낙산사영(洛山寺詠)은 마치 용이 오르고 비가 내리는 형세로 문세(文勢)가 날아 꿈틀거려 그 기이한 경치와 자못 장려함을 다툴 만하였다. 그 시에, ‘마음은 유수와 함께 세상으로 나오고, 꿈에는 백구 되어 강 위를 나네’라 한 구절은 기상이 높아 신룡이 바다를 희롱하는 뜻이 있다[林石川爲人高邁 詩亦如其人 洛山寺詠龍升雨降之狀 文勢飛動 殆與奇觀敵其壯麗 其心同流水世間出夢作白 鷗江上飛 矯矯神龍戲海意].”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96~298쪽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황 - 서호반학(西湖伴鶴) (0) | 2021.04.10 |
---|---|
이황 - 매화답(梅花答) (0) | 2021.04.10 |
임억령 - 초공섭(招公燮) (0) | 2021.04.10 |
송순 - 견차두소릉운(遣次杜少陵韻) (0) | 2021.04.10 |
송순 - 증무영독서아동양정(贈撫寧讀書兒童養正) (0) | 2021.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