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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립 - 차송령노운(次宋靈老韻)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최립 - 차송령노운(次宋靈老韻)

건방진방랑자 2021. 4. 1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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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노 송남수의 시에 차운하다

차송령노운(次宋靈老韻)

 

최립(崔岦)

 

 

容易歸田判未能 未歸那免與愁仍

官還戴笠身疑卒 食每無魚計似僧

亂世用文方釋馬 從人安字轉成蠅

英豪不快由來事 爲我誰能說海鵬

 

官御日化覺君能 執戟修文笑我仍

報主寸心終是仕 耽山一味獨如僧

人生豈得纏錢鶴 世路還多點玉蠅

惟有相逢同感槪 不知誰鷃又誰鵬 簡易文集卷之六

 

 

 

 

해석

容易歸田判未能
용이귀전판미능
시골로 돌아가는 쉬운 일도 판가름할 수 없었으니
未歸那免與愁仍
미귀나면여수잉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연이은 근심 피하리오?
官還戴笠身疑卒
관환대립신의졸
벼슬은 도리어 도롱이 이니 몸은 졸병인 듯하고
食每無魚計似僧
식매무어계사승
먹을거리에 매번 물고기 없으니 헤아리면 스님 같네.
亂世用文方釋馬
난세용문방석마
난세에 문장을 쓴 것은 곧 말을 풀어놓은 듯하고
從人安字轉成蠅
종인안자전성승
사람 따라 글자를 편안히 쓰니 더욱 파리인 듯하네.
英豪不快由來事
영호불쾌유래사
영웅호걸은 유래 있는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니
爲我誰能說海鵬
위아수능설해붕
나를 위해 누가 바다의 붕새에게 말해주려나?

 

官御日化覺君能
관어일화각군능
관리[官御] 직책이 날마다 바뀌니 그대의 잘함[]을 깨달았지만
執戟修文笑我仍
집극수문소아잉
살아선 창을 잡은 하급관리였다가 죽어선 문장으로 수문랑이 될 테니 나를 비웃으리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해 높은 관직에 오르지 못하다가 죽고 나서야 염라대왕의 신임을 얻어 문예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조소할 것이라는 뜻의 자조적(自嘲的)인 표현이다. 집극은 창을 쥐고 숙위(宿衛)하는 낭중(郞中)이라는 뜻으로, 보통 관직이 높지 않은 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 ()나라 때 문제(文帝)와 경제(景帝)와 무제(武帝)에 이르기까지 줄곧 인정을 받지 못해 낭중(郞中)의 직위에만 머물렀던 안사(顔駟)의 고사가 있다. 漢武故事또 진()나라 소소(蘇韶)가 죽어서 지하에 가 보니, 안연(顔淵)과 복상(卜商)이 귀신의 성자로 대접받으면서 수문랑(修文郞)으로 있더라는 전설이 있다. 太平廣記319.
報主寸心終是仕
보주촌심종시사
임금에 보답하는 작은 마음으로 끝내 벼슬했지만
耽山一味獨如僧
탐산일미독여승
산을 탐하는 하나의 맛은 유독 스님과 같네.
人生豈得纏錢鶴
인생기득전전학
인생에 어찌 돈을 멘 학인간 세상에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욕심을 말한다. 어떤 이는 양주 자사(楊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이는 많은 재물을 얻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나는 허리에 십만 관()의 돈을 두르고, 학을 타고서 양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淵鑑類函3 3 얻으리오?
世路還多點玉蠅
세로환다점옥승
세상길에 다시 옥 점 찍은 파리흠 없는 옥돌에다 파리가 오물을 내갈기듯[蠅糞點玉], 아무 까닭 없이 바른 사람을 헐뜯고 무함하는 소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많다네.
惟有相逢同感槪
유유상봉동감개
오직 서로 만나 함께 감개스러워하니
不知誰鷃又誰鵬
부지수안우수붕
알지 못하겠네. 누가 메추리이고 누가 붕새인가? 簡易文集卷之六

 

 

해설

이 시는 1593년 승문원(承文院) 제조(提調)로 외교문서를 담당하던 때 송남수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지금은 임진왜란 중이라 전원으로 돌아가는 쉬운 일도 이루지 못했으니, 전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떻게 거듭된 시름을 면하겠는가? 전쟁통이라 승문원(承文院)의 벼슬은 벙거지 쓰고 보니 이 신세 마냥 졸개 같고, 밥상엔 고기도 안 나오니 절간의 중이나 같다. 난세에 외교문서를 쓰니 말을 풀어 놓은 듯 혼란스럽고, 사람 따라서 글자 쓰니 파리똥처럼 자질구레한 글만 쓴다. 영웅호걸은 유래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듯 전고에 얽매이지 않고 시상을 전개하듯, 자신도 붕새처럼 변화무쌍한 시를 짓고 싶다.

 

최립(崔岦)은 팔문장가의 한 사람으로(“首與友善而推許者 李山海崔慶昌白光勳崔岦李純仁尹卓然河應臨也 時人號爲八文章宋時烈이 지은 墓碣文)

여장로권서(如長老卷序)에서, “기예는 크고 작음이 없이 하늘에서 터득한 것이 있으면 비록 공교로움을 다했더라도 모두 천기, 하늘에서 터득한 것이 없다면 비록 조화를 훔친 듯할지라도 다만 전공하여 도달한 것이지, 반드시 천기라고 할 수는 없다. …… 나는 문장으로 세상에 쓰임이 없는데도, 세상에서는 간혹 이러한 명성으로 귀착시키니, 거의 스님의 문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技無大無小 有得於天者 則雖殫極工巧 皆天機也 無得於天者 則雖若可奪造化 特專攻所至 而未必天機也 …… 余無文章之用於世 而世或以此名歸之 殆文章之浮屠者也].”라 하여, 문장에 대한 명성보다 문장을 통하여 세상에서 현달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신흠(申欽)청창연담(晴窓軟談)에서 함련에 대해 사람에게 준 시 한 연에서 …… 라 하였는데, 말이 잘한 농담에 가깝고, 음조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贈人詩一聯曰 亂世用文方釋馬 從人安字轉成蠅 語近善謔 而侶律天成].”라고 평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61~62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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