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청사로 명나라에 가서 삼월 삼짇날 요양성 망경루에 올라
삼월삼일 등망경루 요양성(三月三日 登望京樓 遼陽城)
최립(崔岦)
城上高樓勢若騫 危梯一踏一驚魂
遙空自盡無山地 淡靄多生有樹村
北極長安知客路 東風上已憶鄕園
閑愁萬緖那禁得 料理斜陽酒一樽 『簡易文集』 卷之六
해석
城上高樓勢若騫 성상고루세약건 | 성 위의 높은 누각의 기세가 날아갈 듯하고 |
危梯一踏一驚魂 위제일답일경혼 | 위태로운 사다리 한 번 밟으니 일제히 넋 놀라네. |
遙空自盡無山地 요공자진무산지 | 아득한 허공은 산과 땅 없는 곳에 스스로 다하고 |
淡靄多生有樹村 담애다생유수촌 | 맑은 아지랑이는 나무 있는 마을에서 많이 나네. |
北極長安知客路 북극장안지객로 | 북극성 쪽 장안은 나그네 길 알려주고 |
東風上已憶鄕園 동풍상이억향원 | 봄바람 부는 삼짇날이라 고향의 동산 기억나네. |
閑愁萬緖那禁得 한수만서나금득 | 근심의 만 실마리를 어찌 금할까? |
料理斜陽酒一樽 요리사양주일준 | 석양녘에 술 한 잔 하려네. 『簡易文集』 卷之六 |
해설
이 시는 1577년 주청사(奏請使)로 명(明)나라에 가서 삼월 삼짇날 요양성의 망경루 위에 올라 지은 시이다.
요양성 위의 높은 망경대의 기세가 날아갈 듯 높은데, 그곳에 오르기 위해 가파른 사다리를 한 번씩 밟을 때마다 혼이 온통 놀랄 정도로 망경루가 높이 솟아 있다. 망경루에 올라 저 먼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은 산이 없는 평원에 다하고, 그 아래에의 엷은 아지랑이는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마을에 많이 일고 있다. 북극성은 장안으로 갈 길을 나그네에게 알려 주지만, 지금은 봄이라 봄바람 부는 삼짇날 고향의 동산 생각이 절로 난다. 이런 고향에 대한 만 갈래 시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막을 수 없으니, 석양 속에 술 한 동이 마시면서 시름을 달래고 싶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최립(崔岦)이 문(文)뿐만 아니라 시(詩)도 뛰어나다고 말하고 있다.
“간이(簡易) 최립(崔岦)의 문장은 낮은 곳은 너무 낮고 높은 곳은 너무 높다. 그러나 아조(我朝)의 고문(古文) 중에는 가장 이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재란 원래 문벌의 귀천이 없다. 근세의 홍세태(洪世泰)도 위항(委巷) 출신으로 시로써 크게 이름을 날려서 농암(農巖)이나 삼연(三淵)이 칭송하였고, 당시 사람들이 간이의 문장에 비유하기까지 하였다. 이는 간이의 시(詩)가 문(文)만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이의 시를 어찌 당해 낼 수 있겠는가? 제독(提督) 이여송(李如松)이 중국으로 돌아갈 때에 문사(文士)들이 각자 이별시를 지었는데, 석주(石洲) 권필(權韠)의 시에 ‘석별의 말 가슴속에 맴돌아, 이별의 술잔 받아 들고 일부러 천천히 마시네.’하니, 제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맨 마지막 간이의 시에 ‘하주에서 위세를 떨치매 요동 땅이 안정되었고, 평양에서 승전하니 한성의 왜적이 도망하였네【이여송(李如松)이 명나라 만력(萬曆) 20년[1592, 선조 25] 영하(寧夏) 지역에서 일어난 발배(哱拜)의 반란 제독으로 참전하여 평정하였고, 이어 우리나라의 임진왜란에 참전하여 평양전에서 승첩을 거둔 것을 말한다. 『明史』 卷238 『李山松列傳」】’ 하였는데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하였다. 홍세태 같은 사람은 석주보다도 몇 격이나 낮은데, 더구나 간이에 비하겠는가[𥳑易文章 或以爲低處太低 高處太高 然我朝古文中最爲近可 大抵人材 元無門地貴賤之別 近世洪世泰 亦以委巷之人 大以詩鳴 爲農淵輩所推詡 時人至擬之𥳑易之文 蓋以𥳑易詩不如文也 然𥳑易詩何可當也 李提督還朝時 諸文士各有別詩 石洲詩略曰 別語在心徒脈脈 離杯到手故遲遲 提督無一言 最後𥳑易詩 有曰威起夏州遼自重 捷飛平壤漢仍空 一座閣筆 如洪世泰視石洲 當不知下幾格 况於𥳑易乎]?”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63~6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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