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성립(金誠立)이 강남에 공부하러 갔기에 부치다
기부강남독서(寄夫江南讀書)
허난설헌(許蘭雪軒)
燕掠斜檐兩兩飛 落花撩亂撲羅衣
洞房極目傷春意 草綠江南人未歸
해석
燕掠斜檐兩兩飛 연략사첨량량비 |
제비가 비스듬한 처마를 쌍쌍이 날며 스치고 |
落花撩亂撲羅衣 락화료란박라의 |
낙화는 어지럽게 비단옷을 치네. |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
규방엔 눈에 온통 봄을 시름하는 뜻이지만 |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
풀 푸른 강남 사람은 돌아오질 않네요. |
해설
이 시는 강남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남편 김성립(金誠立)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그런데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평생 남편과 금슬(琴瑟)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平生琴瑟不諧, 故多怨思之作]). 「정(情)」이라 제목한 곳도 있으며, 『난설헌집(蘭雪軒集)』에는 실리지 못하고 『명시종(明詩綜)』에 실려 있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이 시가 ‘유탕(流蕩)’하기 때문에 등재(謄載)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선조조(宣祖朝) 이하에 나온 문장은 볼만한 것이 많다. 시와 문을 겸한 이는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이고, 시로는 읍취헌(挹翠軒) 박은(朴誾)을 제일로 친다는 것이 확고한 논평이나,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에 이르러 대가(大家)를 이루었으니, 이는 어느 체제이든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화려하여 명가(名家)를 이룬 이는 유하(柳下) 최혜길(崔惠吉)이고 당(唐)을 모방하는 데 고질화된 이는 손곡(蓀谷) 이달(李達)이며, 허난설헌(許蘭雪軒)은 옛사람의 말만 전용한 것이 많으니 유감스럽다. 귀봉(龜峯) 송익필(宋翼弼)은 염락(廉洛)의 풍미를 띤데다 색향(色香)에 신화(神化)를 이룬 분이고, 택당(澤堂) 이식(李植)의 시는 정밀한 데다 식견이 있고 전아(典雅)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宣廟朝以下文章, 多可觀也. 詩文幷均者, 其農岩乎. 詩推挹翠軒爲第一, 是不易之論. 然至淵翁而後, 成大家藪, 葢無軆不有也. 纖麗而成名家者, 其柳下乎. 痼疾於模唐者, 其蓀谷乎. 蘭雪, 全用古人語者多, 是可恨也. 龜峯, 帶濂洛而神化於色香者. 澤堂之詩, 精緻有識且典雅, 不可多得也].”라 하여, 허난설헌의 시가 전용(全用)한 것이 많음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24~12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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