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만의 객사에서 읊조리며
용만객영(龍灣客詠)
신흠(申欽)
九日遼河盧葉齊 歸朝又滯浿關西
寒沙淅淅邊聲合 短日荒荒雁翅低
故國親朋書欲絶 異鄕魂夢路還迷
愁來更上譙樓望 大漠浮雲易慘悽 『象村稿』 卷之十三
해석
九日遼河盧葉齊 구일요하로엽제 |
9월 9일에 요하의 갈대잎 가지런하고 |
歸朝又滯浿關西 귀조우체패관서 |
조정에 돌아갈 길 또한 패관 서쪽에 막혔네. |
寒沙淅淅邊聲合 한사석석변성합 |
찬 모래는 서걱서걱거려 변방의 소리에 더하고 |
短日荒荒雁翅低 단일황황안시저 |
짧은 해는 어둑어둑하여 기러기의 날개 낮게 드리웠네. |
故國親朋書欲絶 고국친붕서욕절 |
고국의 친구와 편지 끊기려 하고 |
異鄕魂夢路還迷 리향혼몽로환미 |
타국의 넋은 꿈에라도 길에서 다시 헤매네. |
愁來更上譙樓望 수래갱상초루망 |
근심이 와서 다시 초루【초루(譙樓): 성문 위에 세운 망루.】에 올라 바라보니 |
大漠浮雲易慘悽 대막부운이참처 |
매우 아득한 뜬 구름에 쉬이 서글프고 처량해지네. 『象村稿』 卷之十三 |
해설
이 시는 1594년 가을에 주청사(奏請使) 윤근수(尹根壽)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사신을 가면서 압록강을 건너 요동에 들어서서 느낀 회포를 노래한 것이다.
때는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요하에 국화꽃은 보이지 않고 갈댓잎만 가지런한데, 돌아갈 날은 기약이 없어 또다시 패관 서쪽에 묶였다. 날씨가 차 모래바람은 서걱거리며 날아 변방 소리에 합해지고, 날이 짧아 해가 져서 벌써 어둑한데 기러기가 나직이 날고 있다. 이제 요동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갈 터이니, 고국의 친척과 벗들과의 서신이 끊어질 것이고, 타향의 꿈속에는 고향길이 아련할 것이다. 시름에 겨워 다시금 망루(望樓)에 올라 저 멀리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진 큰 사막의 뜬구름에 마음이 너무도 쉽게 서글퍼진다(戰亂에 싸인 조선을 두고 중국으로 가고 있으니,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시에 대해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29번에서, “현옹 신흠은 어려서부터 문장을 지어 곧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평하는 사람이 간혹 그를 낮게 평가하나, 또한 지나치다. 그의 「용만」 시에, ……농염하고 노성하여 가볍게 볼 수 없다[申玄翁欽, 自少爲文章, 便自成家, 評家或卑之, 亦過矣. 其「龍灣」詩曰: ‘九月遼河蘆葉齊, 歸期又滯浿關西. 寒沙淅淅邊城合, 短日荒荒雁翅低. 故國親朋書欲絶, 異鄕魂夢路還迷. 愁來更上譙樓望, 大漠浮雲易慘悽.’ 濃厚老成, 不可輕也.].”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4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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