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녀자의 원망
규중원(閨中怨)
이매창(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 滿庭蟾影更悽悽
相思欲夢還無寐 起倚梅窓聽五鷄
竹阮春深曙色遲 小庭人寂落花飛
瑤箏彈罷江南曲 萬斛愁懷一片詩
해석
瓊苑梨花杜宇啼 경원리화두우제 |
옥 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소쩍새 우는데 |
滿庭蟾影更悽悽 만정섬영갱처처 |
뜰에 가득한 달빛[蟾影]이 더욱 서글프고 서글프게 하네. |
相思欲夢還無寐 상사욕몽환무매 |
그리운 마음에 꿈꾸려 해도 다시 잠 오지 않아 |
起倚梅窓聽五鷄 기의매창청오계 |
매화창에 일어나 기대 오경의 닭소리 듣네. |
竹阮春深曙色遲 죽원춘심서색지 |
대나무 정원에 봄 깊고 날 새긴 더뎌 |
小庭人寂落花飛 소정인적낙화비 |
작은 뜰에 사람 드물고 낙화 날리네. |
瑤箏彈罷江南曲 요쟁탄파강남곡 |
옥 쟁으로 『강남곡』【강남곡(江南曲): 악부(樂府) 상화가사(相和歌辭)의 곡 이름으로, 「강남채련곡(江南採蓮曲)」이라고도 하는데, 멀리 헤어져 있는 부부가 서로 그리워하는 애절한 심경을 노래하는 뜻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남조(南朝) 양(梁)의 유운(柳惲)의 오언고시, 당(唐) 이익(李益)의 오언절구, 당 저광희(儲光羲)의 오언절구 등이 있다. 이 「강남곡」은 초간본 권1 오언절구조에 수록되어 있다.】을 타니 |
萬斛愁懷一片詩 만곡수회일편시 |
만 섬의 근심과 회환은 한 편의 시라네. |
해설
이 시는 규방에서의 원망을 노래한 것으로,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옥처럼 예쁜 동산에 배꽃이 피고 밤이면 두견새가 구슬피 우는 밤, 뜰에 가득 비친 달빛을 보니 마음이 더욱 서럽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어 꿈에나 만나려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임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깊어 잠마저 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매화가 핀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으니, 오경(五更)이 되자 새벽닭이 운다.
대나무를 심은 뜰에 대나무 잎이 돋아 봄이 깊고 날이 밝기는 멀었는데, 인적이 없는 작은 정원엔 사람이 보이지 않고 꽃잎만 흩날린다. 예쁜 거문고로 남녀 연밥을 따며 부르는 연가(戀歌)인 「강남곡(江南曲)」 연주를 마치니, 시름은 끝없고 마음에 한 편의 시(詩)가 이루어진다.
매창은 1607년 유희경을 다시 만난 기록이 있지만, 그와 헤어진 뒤 10여 년을 유희경을 그리며 살았다. 매창이 마음을 준 두 번째 남자는 이웃 고을에 사는 이귀(李貴)였다. 그는 명문 집안 자제로 글에 뛰어났는데 매창이 그에게 마음이 끌렸음을 보여 주는 허균(許筠)의 기록이 있다. 허균은 1601년 충청도와 전라도의 세금을 거두는 해운판관이 되어 호남에 들렀다.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23일 부안에 도착하니 비가 몹시 내려 머물렀다. 고홍달이 인사를 왔다. 창기 계생은 이옥여(옥여는 李貴의 자)의 정인(情人)이다. 거문고를 뜯으며 시를 읊는데 생김새는 시원치 않으나 재주와 정감이 있어 함께 이야기할 만하여 종일토록 술잔을 놓고 시를 읊으며 서로 화답하였다. 밤에는 계생의 조카를 침소에 들였으니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이다[壬子 到扶安 雨甚留 高生弘達來見 倡桂生 李玉汝情人也 挾瑟吟詩 貌雖不揚 有才情可與語 終日觴詠相倡和 夕 納其姪於寢 爲遠嫌也].”라는 기록이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60~16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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