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서(寄家書)②
이안눌(李安訥)
塞遠山長道路難 蕃人入洛歲應闌
春天寄信題秋日 要遣家親作近看 『東岳先生集』 卷之一
해석
塞遠山長道路難 새원산장도로난 | 변방의 산은 길고 길은 험난해서 |
蕃人入洛歲應闌 번인입락세응란 | 변방사람이 한양에 들어가려면 한해가 응당 다 가야만 한다네. |
春天寄信題秋日 춘천기신제추일 | 봄날에 소식 쓰면서 ‘가을날’이라 쓰는 것은 |
要遣家親作近看 요견가친작근간 | 부모님께서 ‘근래에 붙인 것’이라 생각하셨으면 해서지. 『東岳先生集』 卷之一 |
해설
먼 변방이라 산은 많고 도로는 험하니, 변방 사람이 편지를 가지고 서울에 닿을 때면 연말이 다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봄날 보낸 편지에 가을 날짜 적어 보낸 것은 부모님께서 근래 보낸 편지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이안눌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사람들이 자민의 시는 둔하여 드날리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가 함흥에 있을 때에 지은 시에, ‘비 개자 관가의 버들 푸르게 늘어지니, 객지에서 처음 맞은 삼월 삼짇날이라네. 다 함께 고향 떠나 돌아가지 못한 신세, 가인은 「망강남」의 노래를 부르지 마소’는 청초(淸楚)하고 유려(流麗)하니 중국 사람들과의 차이가 어찌 많다 할 수 있겠는가[人謂子敏詩鈍而不揚者 非也 其在咸興作詩曰 雨晴官柳綠毿毿 客路初逢三月三 共是出關歸未得 佳人莫唱望江南 淸楚流麗 去唐人奚遠哉].”
그리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53에서, “택당 이식(李植)이 하루는 동악 이안눌을 뵈러 갔는데(이식은 이안눌의 再從姪이다), 마침 그 자리에 스님 두 분이 찾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는 정월 초닷새였고, 그전 사흘 동안 연이어 눈이 내렸다. 동악이 즉시 입으로, ‘봄날 닷새에 눈은 사흘 동안 내리고’라고 불렀다. 택당이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며 잠시 대구가 어떻게 놓일까 기다리고 있었더니, 동악이 또 ‘먼 손님 네 분에 스님이 두 분이로구나!’라 하였다. 대구가 지극히 묘하여 택당이 경탄하기를 마지않았다[澤堂一日往拜東岳 適有二緇徒來在 時維正月之初五 而前三日連雪 東岳卽口占 春天五日雪三日 澤堂睼視 姑俟其對句如何 東岳又吟 遠客四仁僧二人 儷偶極妙 澤堂驚軟不已].”라 하여, 이안눌의 뛰어난 시(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93~19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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