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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펀한 흥으로
만흥(漫興)
홍세태(洪世泰)
家住西峰蒼翠間 日長高枕掩柴關
鳥飛有侶還依樹 雲出無心不返山
閑向小園觀蓓蕾 獨來幽澗聽潺湲
野情懶作交遊態 隣里經年未識顔
高閣深深夏氣淸 雲流雨去日微明
閉門寂寞靑山近 隱几蕭條芳草生
夢裏不知爲化蝶 酒醒何處有啼鶯
林風夕起吹雙袂 矯首晴天緩步行 『柳下集』 卷之十一
해석
家住西峰蒼翠間 가주서봉창취간 |
서쪽 봉우리 푸른 빛 사이에 집 있어 |
日長高枕掩柴關 일장고침엄시관 |
해가 한창이면 높이 베고 사립문 닫아거네. |
鳥飛有侶還依樹 조비유려환의수 |
새는 날 적에 짝이 있어 도리어 나무에 깃들고 |
雲出無心不返山 운출무심불반산 |
구름은 나올 적에 무심해 산으로 돌아가지 않네. |
閑向小園觀蓓蕾 한향소원관배뢰 |
한가롭게 작은 뜰에 가서 꽃봉오리 보고 |
獨來幽澗聽潺湲 독래유간청잔원 |
홀로 그윽한 시냇물에 와서 졸졸 소리 듣네. |
野情懶作交遊態 야정라작교유태 |
시골의 정은 교유함에 게을러 |
隣里經年未識顔 린리경년미식안 |
이웃마을이어도 여러 해 지났지만 얼굴조차 모르지. |
高閣深深夏氣淸 고각심심하기청 |
높은 누각은 깊고도 깊어 여름 기운 쾌청하고 |
雲流雨去日微明 운류우거일미명 |
구름 흐르고 비는 가서 해가 은미하게 밝네. |
閉門寂寞靑山近 폐문적막청산근 |
문을 닫으면 푸른 산 근처라 적막하고 |
隱几蕭條芳草生 은궤소조방초생 |
서궤에 기대면 향긋한 풀 난 곳이라 쓸쓸하네. |
夢裏不知爲化蝶 몽리부지위화접 |
꿈속에서 모르게 나비로 변하고 |
酒醒何處有啼鶯 주성하처유제앵 |
술 깨면 어느 곳인들 꾀꼬리 울어대네. |
林風夕起吹雙袂 림풍석기취쌍몌 |
숲바람이 저녁에 일어 양쪽 소매에 불어오니 |
矯首晴天緩步行 교수청천완보행 |
머리 들어 갠 하늘에 천천히 걷는다네. 『柳下集』 卷之十一 |
해설
이 시는 34세에 지은 작품으로, 『소대풍요(昭代風謠)』와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실려 있다. 평이(平易)하면서도 충담(沖淡)한 풍격을 느끼게 하여 홍세태(洪世泰) 시작품의 대체적 성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지적되곤 하는 시이다. 동시에 천기(天機)가 발현되고 당풍(唐風)의 문학성이 한껏 두드러진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이 시를 전후한 시기에 지은 시가 수작(秀作)으로 꼽히는데, 홍세태는 20대 후반에 낙사(洛社)【낙사의 모임은 1650년대에 시작되었고, 임준원(任俊元)이 후원했던 1680년대에 가장 번성했다가, 그가 죽고 김창흡(金昌翕)이 영평으로 은거한 1689년경에 흩어진 것으로 알려짐】에 참여하고, 낙사의 활발한 모임은 1680년대 10년 정도 기간에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홍세태의 이런 수작(秀作)들이 낙사의 활동과 상당한 관련성을 지닌다고 생각된다. 지우(知友)들과 문학을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연찬(硏鑽)하는 가운데 문학성과 질적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박수천, 「柳下 洪世泰의 시문학」).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33~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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