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부석사의 선비화
榮川浮石寺, 卽新羅太師義相所刱也, 簷下有一樹, 莫知其名, 居僧相傳, 以爲太師柱杖.
始師入定之時, 植其杖於窓外, 遂閉戶坐化. 後杖忽生柯葉, 開花甚繁, 至今千有餘歲愈盛. 昔夸父擲杖, 化成鄧林, 與此頗相類. 而此樹在於簷宇之下, 不借雨露之濡, 而能亭亭獨立, 榮耀長春, 比諸鄧林尤異.
退溪先生有詩曰: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曹溪水, 不借乾坤雨露恩.’
해석
榮川浮石寺, 卽新羅太師義相所刱也.
영천 부석사는 곧 신라 태사 의상이 창건한 곳이다.
簷下有一樹, 莫知其名.
처마 아래에 한 나무가 있는데 이름을 알진 못한다.
居僧相傳, 以爲太師柱杖.
기거하던 스님이 서로 전하며 ‘태사의 지팡이’라고 말했다.
始師入定之時,
처음에 태사가 수행하기 위해 방안에 들어갔을 때에
植其杖於窓外, 遂閉戶坐化.
창 밖에 지팡이를 꽂아뒀고 마침내 문을 닫고 앉아 입적하였다.
後杖忽生柯葉, 開花甚繁,
후에 지팡이에서 갑자기 가지와 잎사귀가 나더니 꽃이 펴 매우 무성해졌고
至今千有餘歲愈盛.
지금 천여 년에 이르러 더욱 성대해졌다.
옛날에 과보가 지팡이를 던졌더니 변해서 등림을 이루어졌다던데
與此頗相類.
이와 매우 서로 유사하다.
而此樹在於簷宇之下, 不借雨露之濡,
이 나무는 처마의 밑에 있어 비와 이슬의 적심에 의지하지 않았는데도
而能亭亭獨立, 榮耀長春,
우뚝하게 홀로 설 수 있어 화려하게 꽃 피우고 길게 봄을 누리니,
比諸鄧林尤異.
등림에 비교하더라도 더욱 특이하다 할 것이다.
退溪先生有詩曰: ‘擢玉森森倚寺門, 僧言卓錫化靈根. 杖頭自有曹溪水, 不借乾坤雨露恩.’
퇴계 선생이 「부석사 운에 차운하다[次浮石寺韻]」라는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擢玉森森倚寺門 | 옥처럼 빼어나 울창하게 절문에 기댔는데 |
僧言卓錫化靈根 | 스님은 “세워둔 지팡이가 영령한 뿌리로 변했지”라고 말하네. |
杖頭自有漕溪水 | 지팡이 머리에 절로 조계수가 있으니 |
不借乾坤雨露恩 | 천지와 우로의 은택 빌릴 것 없어라.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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