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선비화를 함부로 다룬 이들의 최후
中國人問仙飛花, 余爲其樹無他種, 事近靈怪故不對. 退溪先生詠仙飛花樹, ‘擢玉亭亭倚寺門, 僧言錫杖化靈根. 杖頭自有漕溪水, 不借乾坤雨露恩.
樹在順興浮石寺, 即新羅時古刹也. 新羅時僧義湘, 將入西域, 植杖於所居寮門前薝內曰: “吾去後, 此杖安生枝葉, 此樹不枯知吾不死.”
義湘去後, 寺僧於其居室, 塑其像, 杖在牌前, 即生枝葉, 雖照日月, 不霑雨露. 長纔齊薝一丈有餘, 千年如一.
光海時慶尚監司鄭造, 至寺見此樹, 謂妖樹. 令鉅之, 寺僧以死爭之. 造曰: “仙人所杖, 吾亦欲杖.” 竟截而去, 即抽雙幹而長如前. 癸亥反正時, 造以大逆誅死, 樹至今四時長靑, 亦無開落, 號爲仙飛花而未嘗開花.
朴弘儁, 余宗人也. 幼時遊寺中, 戲斷一幹. 樹則再孽如前, 而弘儁數十歲前杖死. 偶書之爲浮薄曺年少戒. - 박지원, 「避暑錄補」
해석
선비화에 대한 연암의 생각
中國人問仙飛花, 余爲其樹無他種,
중국인이 ‘선비화’에 대해 물었는데 나는 그 나무는 다른 종류가 없고
事近靈怪故不對.
일은 신령스럽고 괴이함에 가깝다 여겼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退溪先生詠仙飛花樹, ‘擢玉亭亭倚寺門, 僧言錫杖化靈根. 杖頭自有漕溪水, 不借乾坤雨露恩.
퇴계선생이 선비화의 나무를 읊었으니 다음과 같다.
擢玉亭亭倚寺門 | 옥처럼 빼어나 우뚝하게 절문에 기댔는데 |
僧言錫杖化靈根 | 스님은 “세워둔 지팡이가 영령한 뿌리로 변했지”라고 말하네. |
杖頭自有漕溪水 | 지팡이 머리에 절로 조계수가 있으니 |
不借乾坤雨露恩 | 천지와 우로의 은택 빌릴 것 없어라. |
선비화는 의상의 석장이다
樹在順興浮石寺, 即新羅時古刹也.
나무는 순흥의 부석사에 있으니 곧 신라 때의 고찰이다.
新羅時僧義湘, 將入西域,
신라 때 스님 의상은 장차 서역으로 들어가려 할 때
植杖於所居寮門前薝內曰:
기거하던 방 문 앞의 처마 안쪽에 석장을 꽂고서 말했다.
“吾去後, 此杖安生枝葉,
“내가 떠난 후에 이 지팡이는 곧 가지와 잎사귀가 나리니,
此樹不枯知吾不死.”
이 나무가 마르지 않는다면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리라.”
義湘去後, 寺僧於其居室, 塑其像,
의상이 떠난 후에 절의 스님이 그가 머물던 방에 소상을 만들었는데
杖在牌前, 即生枝葉,
지팡이는 위패 앞에 있어 곧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났고
雖照日月, 不霑雨露.
비록 해와 달이 비춰주더라도 비와 이슬에 적셔지진 않았다.
長纔齊薝一丈有餘, 千年如一.
길이는 겨우 처마와 나란하여 한 장 남짓이었고 천년을 한결 같았다고 한다.
선비화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상감사 정조
光海時慶尚監司鄭造,
광해군 때 경상감사가 정조(鄭造)가
至寺見此樹, 謂妖樹.
사찰에 도착해서 이 나무를 보고 ‘요사한 나무[妖樹]’라 여겼다.
令鉅之, 寺僧以死爭之.
그래서 베어버리게 했더니, 사찰의 스님은 죽음으로 투쟁했었다.
造曰: “仙人所杖, 吾亦欲杖.”
그러자 정조는 “선인이 짚었던 것이기에 나도 또한 짚고자 한다.”라고 말하고선
竟截而去, 即抽雙幹而長如前.
마침내 잘라서 떠났으나 곧 두 줄기 가지가 나와 자라는 것이 전과 같았다.
癸亥反正時, 造以大逆誅死,
계해(1623)년 인조반정 때에 정조는 대역죄인으로 죽임을 당했고,
樹至今四時長靑, 亦無開落,
나무는 지금에 이르도록 사시에 길이 푸르렀으며 또한 피었다가 지지도 않았고
號爲仙飛花而未嘗開花.
선비화라 불리며 일찍이 꽃이 열리지도 않았다.
친척 박홍준의 경박한 행위와 이에 대한 경계의 마음
朴弘儁, 余宗人也.
박홍준은 우리 가문 사람이다.
幼時遊寺中, 戲斷一幹.
어렸을 때 절에서 유학하며 장난삼아 한 가지를 잘랐었다.
樹則再孽如前, 而弘儁數十歲前杖死.
나무는 다시 싹이 터서 전과 같았지만 홍집은 수십 년 전에 곤장형으로 죽었다.
偶書之爲浮薄曺年少戒. - 박지원, 「避暑錄補」
우연히 글을 지어 불성실하고 경박한 무리인 젊음이의 경계를 삼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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