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아는 즐거움이며 새롭게 태어나는 흥분일 테니까.”라고 소감을 썼었는데, 이번 강연을 정리하다보니 오랜만에 그 때의 기분을 느꼈다. ‘유쾌한 혼란’을 느끼고 싶은 분은 우치다란 샘의 물을 맛보시라.
▲ 좋은 강의와 좋은 통역은 마치 함께 동행해야 하는 벗과 같은 존재의의를 지닌다.
박동섭 교수의 선빵 통역에 대해
이런 ‘유쾌한 혼란’을 맛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바로 박동섭 교수다. 우치다쌤의 이야기는 박동섭 교수의 말을 통해 친근한 언어로 재탄생했다.
작년 우치다쌤의 한국에 방문하여 강연을 했을 때, 박동섭 교수의 통역에 대해 우치다쌤은 ‘빙의형 통역’이라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빙의란 내 몸으로 그 사람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말하는데, 그건 단순히 이해라는 측면을 넘어서 인식이 일치되었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통역에 대해 사람들은 ‘선빵 통역’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그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다. 선빵이란 어떤 미세한 조짐이 있을 때, 그 흐름을 나에게 유리하게 가져 오기 위해 날리는 펀치를 말한다. 그처럼 그 사람이 하려는 행동을 먼저 알아채고 그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니(見機而作), 그건 곧 그 사람과 완벽하게 일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반게리온』이란 애니메이션에선 에반게리온과 타는 사람 사이에 싱크로율이란 게 있다.
100%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몸을 움직이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데, 때론 200%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완벽한 물아일체이기에 의식하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아마 선빵통역이란 이처럼 싱크로율 200%에 가까운 통역이 아닐까 싶다. 즉, 생각이나 사상이 완벽하게 공유되고 일체화되어 내가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이 나인 상태의 통역이라 할 수 있다.
▲ 우치다쌤은 육아, 교원평가, 진로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박동섭 교수는 영화, 음악, 소설 등의 다양한 예로 이야기를 한다.
인용
우치다 타츠루(內田樹) |
박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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