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말의 정수이며 존양성찰에 도움이 된다
정언묘선서(精言妙選序)
이이(李珥)
이이가 생각하는 시의 본원
人聲之精者爲言, 詩之於言, 又其精者也. 詩本性情, 非矯僞而成, 聲音高下, 出於自然. 三百篇, 曲盡人情, 旁通物理, 優柔忠厚, 要歸於正, 此詩之本源也.
후대의 시가 가진 문제점
世代漸降, 風氣漸淆. 其發爲詩者, 未能悉本於性情之正. 或假文飾, 務說人目者多矣.
정언묘선을 지은 이유와 수집 방향
余數年抱病, 居閒處獨, 殿屎之隙, 時搜古詩, 備得衆體. 患詩源久塞, 末流多岐, 學者睢盱, 眩亂莫尋其路. 乃敢採其最精而可法者, 集爲八篇, 加以圈點, 名曰『精言妙選』. 以沖淡者爲首, 使知源流之所自. 以次漸降, 至於美麗, 則詩之絡脈, 殆近於失眞矣, 乃以『明道韻語』終焉. 俾不流於矯僞, 去取之閒, 有意存焉.
시는 존양성찰에 도움이 된다
詩雖非學者能事, 亦所以吟詠性情, 宣暢淸和, 以滌胸中之滓穢, 則亦存省之一助. 豈爲雕繪繡藻, 移情蕩心而設哉. 覽此集者, 其念在玆. 『栗谷先生全書』 卷之十三
해석
이이가 생각하는 시의 본원
人聲之精者爲言, 詩之於言, 又其精者也.
사람 소리의 정수(精髓)가 말이 되니, 시란 말에 있어서 또한 정수(精髓)다.
詩本性情, 非矯僞而成,
시는 본래 성정(性情)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거짓을 교정하질 않아도 완성되니
聲音高下, 出於自然.
聲音의 높고 낮음이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三百篇, 曲盡人情, 旁通物理,
『시경』 300편은 인정(人情)을 곡진히 하고 물건의 이치를 두루 통하여
優柔忠厚,
넉넉하고 부드럽고 충성스럽고 도타우니,
要歸於正, 此詩之本源也.
요체는 바름으로 돌아간 것으로 이것이 시의 본원이다.
후대의 시가 가진 문제점
世代漸降, 風氣漸淆.
세대가 점점 흘러감에 풍기(風氣)가 점점 뒤섞여졌다.
其發爲詩者, 未能悉本於性情之正.
그래서 발설하여 시가 된 것이 다 성정의 바름에 근본하지 않게 되었다.
或假文飾,
어떤 시는 문장으로 꾸미는 것을 빌려
務說人目者多矣.
남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힘쓰는 것들이 많아졌다.
정언묘선을 지은 이유와 수집 방향
余數年抱病, 居閒處獨,
나는 여러 해 동안 지병을 앓고 한가로이 거하고 홀로 있으면서
殿屎之隙, 時搜古詩, 備得衆體.
신음【전시(殿屎): 신음】하는 사이에 때때로 고시(古詩)를 찾아 갖춤으로 여러 시체(詩體)를 터득했다.
患詩源久塞, 末流多岐,
시의 근원이 오래도록 막혀, 말류가 여러 갈래로 갈라짐으로
學者睢盱, 眩亂莫尋其路.
배우는 자들이 눈을 부릅떠도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그 길을 찾아내질 못함을 근심하였다.
乃敢採其最精而可法者,
그래서 감히 가장 정수로써 본받을 만한 시를 채집하여 모으니,
集爲八篇, 加以圈點, 名曰『精言妙選』.
8권이 되었고 권점을 첨가하고서 『정언묘선』이라 이름 지었다.
以沖淡者爲首, 使知源流之所自.
충담한 작품으로 서두를 삼아 원류가 자립한 것을 알도록 했다.
以次漸降, 至於美麗, 則詩之絡脈,
다음으로 점점 내려와 미려한 것에 이르면 시의 맥락이
殆近於失眞矣, 乃以『明道韻語』終焉.
거의 참됨을 잃는 것에 가까워지니, 그래서 『명도운어』로 마무리 지었다.
俾不流於矯僞, 去取之閒, 有意存焉.
거짓을 바로잡는 데에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시를 버리고 취하는 사이에 유의함이 있었다.
시는 존양성찰에 도움이 된다
詩雖非學者能事, 亦所以吟詠性情,
시는 비록 배우는 사람의 능사는 아니지만 또한 성정(性情)을 읊음으로
宣暢淸和, 以滌胸中之滓穢,
맑고 조화로운 기운을 펼쳐 가슴 속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것이니,
則亦存省之一助.
또한 존양성찰(存養省察)에 일조하리라.
豈爲雕繪繡藻,
어찌 새기고 그리며 수놓고 꾸미면서
移情蕩心而設哉.
정(情)을 옮겨 마음을 방탕하게 함으로 시를 지으려 하는 것이겠는가.
覽此集者, 其念在玆. 『栗谷先生全書』 卷之十三
이 문집을 보는 사람은 생각을 여기에 두어라.
인용
'산문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득신 - 증귀곡시서(贈龜谷詩序) (0) | 2019.02.23 |
---|---|
장유 - 석주집서(石洲集序) (0) | 2019.02.23 |
성현 - 월산대군시집서(月山大君詩集序) (0) | 2019.02.22 |
서거정 - 계정집서(桂庭集序) (0) | 2019.02.22 |
박지원 - 부석사 선비화를 함부로 다룬 이들의 최후 (0) | 2019.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