力拔山 氣蓋世
16:25 가을처럼 맑고 따스한 날씨
자신의 이상은 높디높은데 막상 현실에 가로막혀 그 이상이 한갓 사치로 비쳐질 때도 있다. 꿈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현실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주니깐. 하지만 그 꿈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거나 혹 현실을 거부하며 만들어진 허구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건 저주가 될 수밖에 없다. 혹 내세의 행복의 행복 운운하며 현실을 거부하는 신천지 신자들처럼 말이다. 꿈의 진실성 여부는 나의 능력에 대한 인지가 기본적으로 갖춰졌느냐,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확실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럴 때 꿈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는 것이고 사치가 아닌 향유할 만한 것이 된다.
꿈을 가진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그게 바로 삶이다. 그 꿈을 생각해보고 꾸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었으나 그 꿈을 생각하고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순간, 소소한 이야기는 대범한 이야기로 변했다. 우린 이러한 가능성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과연 나 또한 그런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제목에 인용한 노래는 ‘力拔山兮, 氣蓋世, 時不利兮, 騅不逝, 騅不逝兮, 可奈何, 虞兮虞兮, 奈若何’이다.
힘으론 산을 뽑아버릴 만하고, 기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 | 力拔山兮 氣蓋世 |
때가 불리하니 추가 나아가질 않는구나. | 時不利兮 騅不逝 |
추가 나아가질 않으니, 어이할꼬? | 騅不逝兮 可奈何 |
우야! 우야! 어이해야 할 거나? | 虞兮虞兮 奈若何 |
초패왕 항우가 유방에 의해 포위당하면서도 그 절망감을 이렇게 노래한 것이다. 자신의 이상은 컸고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도 있었지만 불우한 세상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탄식이다. 결국 난 세상 탓을 하며 자포자기하려 이 시를 인용하여 제목으로 삼았다는 말인가, 그것도 2008년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달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정령 그런 뜻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시 구절을 다시 보자. 그렇다. 자신의 의자가 확고히 불타고 있는 부분만을 써놓은 게 보인다. 이로써 오해는 풀리게 되었다. 난 세상이나 내 여건을 탓하고 싶진 않으니깐.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어 온 중요 요소임엔 틀림없지만 그것 때문에 나의 모든 것들이 그 한계 내에서 머무른다고 한다면 어이없다고 할 것이다. 이미 나의 꿈과 이상에 따라 ‘기상은 세상을 덮을 만하고, 힘은 산을 뽑을 만’하다면 그런 한계들 또한 사뿐히 즈려밟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 내 자신이 믿는 것은 나의 의지와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의 확실성일 뿐이다. 그걸 잘 키워 나의 힘으로 삼는다면 나의 꿈도 머지않아 현실로 이루어지리라. 어디선가 그랬었지, 인생 막장까지 이른 사람에겐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바로 그 잠재 가능성을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나도 나 자신에게 더욱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2월의 문을 열면서, 기대 반, 불안 반이다. 이제 3일 후면 결과가 나오니까. 이떤 결과를 받게 되느냐에 따라 내가 머무를 환경도 확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어느 상황에 놓이건 그건 여건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의 힘과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런 여건들을 넘어설 수 있을 테니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게 아니다.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자신감과 의지만이 필요할 뿐이다. 꿈꾸는 자들이여 그것을 현실에서 이루어내기 위해 있는 힘껏 달려가 보자. 그렇게 12월 한 달을 살아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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