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시(受刑詩) 수업실연
녹취록
수업안내
이번에 그 중간고사를 봤는데 한문시험 어땠어요? 어~ 어려웠다고. 선생님이 이번에 여러분들하고 이렇게 소통을 하는 과정 속에 문제를 내다보니까, 난이도가 조금 오버되는 게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풀다가 궁금했던 부분들은 쉬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와서 얘기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하고 수업을 하기 전에 재밌는 얘기를 조금 할까 합니다. 선생님이 대학생 때 맘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하루는 그 여학생한테 선생님이 고백을 하고 싶은 거예요. 보통 우리 남자들이 고백할 때 하는 것들이 있죠? 꽃 한 다발을 사고, 아주 그럴 듯한 명언이 담겨 있는 말들을 외워서 꽃을 딱 전해주면서 그 명언이나 시를 외워주면 여자가 ‘아~ 이 남자, 믿고 따라도 되겠구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때 제가 외웠던 시가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 시를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최근에 방송에서도 많이 나와서 한번 얘기해줄게요.
이 구절 다음에 생략된 구절이 있는데 그게 뭘까요? ‘바로 너도 그렇다.’라고 제가 맘에 드는 여자친구한테 그 시를 읊어주면서 꽃다발을 줬는데 결말이 어떻게 됐을 거 같아요? (웃으며) 여러분도 많이 해봐서 알죠? 그 순간에 흐르는 정적, 그래서 그 순간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 그 후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 사실까지,
배경지식
선생님이 오늘 이 시를 얘기를 해줬는데, 왜 이 시를 얘기해줬을 거 같아요? 바로 이번에 우리가 배워야 될 단원명이 (‘Ⅹ. 한시의 설렘’이라 쓰며) ‘한시의 설렘’이라는 단원명이기 때문에 시를 얘기를 해준 거예요.
그렇다고 하면 이 한시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여러분들과 저번에 우리가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읽었던 구절이 있었어요. 그때 어떤 구절을 읽었는지 기억나세요? 바로 그렇죠. 성삼문에 대한 얘기를 했었어요. 성삼문, 그런데 이 얘기를 하려고 하면 어떤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해요. (손을 번쩍 들며) 알고 있는 사람, 그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여기서 키포인트(힌트라고 했어야 했음)를 조금 주자면, 단종이 관련되어 있고, 사육신이라는 사람들이 나오고, 또는 생육신이라는 사람들이 나와요. 이렇게까지 키포인트를 주면 조금 생각이 날 만도 한데, 그렇지, 어디 솔비가 한 번 얘기해볼까? 어~ 그래 그래! 아 어려운 단어를 얘기를 했어요.
‘계유정난癸酉靖難’ 여러분들이 이전 시간에 배웠던 거 같애. 그 당시에 세종대왕이 죽고, 문종이란 사람이 왕이 되었다가 일찍 죽고 나니까, 단종이란 사람이 어렸을 때 왕이 되었어요. 그랬더니 그 삼촌이란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 중에 수양대군이란 사람이 이 단종이라는 사람을 꺾고 왕이 되었다라고 할 때, 단종을 섬겼던 두 분류의 신하들이 있었어요. 두 분류의 신하가 있었는데, 한 분류는 이 왕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신하가 있었고, 반대로는 저기 왕이 새롭게 바뀌었으니 저쪽에 가서 우리가 저 왕을 섬기자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하는 성삼문은 반대하다가 죽임을 당한 사람이예요.
학습목표
그래서 오늘 배울 시의 내용이 그런 내용인데, 이 시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은 한시의 형식에 대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시상전개를 통해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고요. 내용을 알게 되면 여러분들이 ‘아~ 성삼문이 왕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면서 절의를 지켰다.’라는 내용을 알 수가 있어요. 절의를 지켰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 이해를 해보는 학습을 같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시의 형식
그러면 처음에 한시의 형식으로 갑시다. 한시의 형식에 가면 가장 중요한 게 이 시에는 큰 틀이 있다고 했어요. 큰 틀, 고체시와 근체시가 있는데, 여러분 고체시와 근체시를 나누는 가장 기본이 뭐라고 했습니까? 한번 발표를 해볼까? 기억나는 사람부터 우선 얘기를 해봅시다. 응 슬기, 응 고체시는 5언이고, 근체시는 7언이라고? 아~ 저번에 선생님이 얘기를 해줬는데 약간 헛갈렸던 거 같애. 그래서 여기 지금 PPT를 띄워놨습니다. PPT를 쭉 보시면, 근체시와 고체시를 나누는 가장 큰 기본은 형식이 갖춰진 것을 근체시라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선 운자를 맞춘다던지, 하는 것들이 들어가요.
그래서 우리가 (‘1. 한시의 형식’을 판서하며) 배울 시의 형식은 바로 운자와 규율이 갖춰진 것이기 때문에, 근체시에 속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이 시와 같은 경우는 지금 몇 언으로 되어 있어요? 그렇죠, 다섯 개의 글자로 되어 있잖아요. 다섯 개의 글자로 되어 있고 총 몇 구로 되어 있죠? 네! 네! 맞습니다. 총 네 구로 되어 있습니다. 네 구로 되어 있죠. 우리가 저번 주에 배웠던 시와 같은 경우는 총 7개의 글자로 되어 있었고, 총 8구로 되어 있어요. 선생님이 그걸 뭐라고 했었죠? 8구로 되어 있는 것은 율시라고 표현을 했어요. 근데 오늘은 다섯 개의 글자로 되어 있으니까, (‘오언’이라 판서하며) 오언으로 되어 있고, 그 다음에 율시에 반절로 잘랐다, 그래서 절구(‘절구’라고 판사하며), 오언절구라는 표현을 씁니다. (‘五言絶句’를 한자로 다시 쓰며, 위에 한글로 쓴 것이 걸려 지우진 않고 밑에 한자로 써줌. 지금 생각 같아선 ‘끊을절’을 짚어주며 그래서 8구를 4구로 줄인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 그래서 이 시의 형식과 같은 경우는 ‘근체시이면서 오언절구다.’라는 것만 기본적으로 알고 있으면 됩니다. 크게.
시상전개 1ㆍ2구
여기 세세한 것들이 있는데, 세세한 것까지는 들어가지 말도록 하고 이제 두 번째로 와서 이 시의 형식을 통해서 우리가 시상전개를 한 번 볼 거예요.
시상전개는 처음에 이 시의 뜻을 일으킨다고 해서 ‘起句’라고 하고, 두 번째는 ‘承’, 이어서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전환을 시킨다고 해서 ‘轉’, 그리고 마지막은 ‘結句’라고 하는데 우리가 한 번 이 시를 쭉 읽어보면서 해석을 하고 이게 어떻게 여기에 대응이 되는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선생님이 한 번 쭉 읽어줘 볼게요(이때 성독을 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성독은 용기를 내지 못하다).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하니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라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하니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오”
다시 “擊鼓催人命하니” 여기 해석은 ‘둥둥둥 북 두들기는 소리,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니,’ 어떻습니까? 여기서. 느껴지는 감정? 어떤 감정이 느껴지죠? 그렇죠. 여기서는 지금 사형장에 들어서려고 하는 성삼문의 그러한 상황이 묘사되고 있어요. 여러분이 성삼문이라고 하면 어떤 감정이 느껴지겠습니까? 이 북소리를 들으면. 두려움에 떨겠죠. 두렵다. ‘두렵다!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죠?
그 다음에 두 번째 구절로 가면, ‘回頭日欲斜라’ 그래서 이 두려움의 감정에 쌓여있는 성삼문이, 이 두려움의 감정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고개를 돌려서 어디를 바라보고 있죠? 뒤를 바라보니까, 뭐가 보이고 있어요? 지금 해가 저물고 있는, 그 배경이 보이고 있는 거예요. 야산의 그 배경.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람이,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느껴집니까? 여기서? 이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그 해가 저물고 있는 마음이 느껴집니까? 근데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 해가 뜰 때와 질 때의 감정을 한번 느껴보세요. 해가 뜰 때는 어떤 감정이 느껴집니까? 그렇죠, 희망, 뭐든 할 수 있다. 새로운 이런 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해가 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망의 감정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시상전개 3ㆍ4구
그래서 ‘여기서도 크게 절망을 느끼고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우리가 시에서 가장 재밌게 봐야 할 구는 轉句라고 했었죠. 전구에서는 시상이 바뀌니까. 여기까지는 두려움과 절망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 전구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한 번 봅시다. ‘黃泉無一店이라’ 그렇죠, ‘저승길로 가는 길에는 하나의 주막도 없더라.’라고 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건, 어떤 것이 느껴지죠? 영수는 뭐가 느껴집니까? 어 쓸쓸함이 느껴진다고? 응. 공유는 어떤 게 느껴지죠? 서글픔. 여기서는 그런 서글픔의 감정보다는, 자기가 이제 이 상황을 받아들인 거예요. ‘나 이제 황천길로 갈 것이다.’라고 현실을 직시했다고 볼 수가 있어요. (1구와 2구를 훑으며) 여기까지는 절망의 감정을 느끼다가, 3구에 오면 직시를 하게 된 거예요. ‘나 이 상황을 받아들일 거야.’라고 할 수 있고,
그 다음에 ‘今夜宿誰家’, 마지막 구절에 가면 ‘오늘밤 나는 누구 집에서 머물까?’ 이 순간에 봅시다. (3구를 가리키며) 이제 여기서 상황을 직시했죠. ‘나 이제 죽을 거야. 왜 죽냐? 이 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니까.’ 죽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이제 저승길로 갈 건데, 나 이제 어디서 머물지?’라고 하는 상황이예요. ‘나 이제 삶에 대해 미련이 없다.’라는 것을 알 수가 있죠. 그래서 여기서는 바로 초연한 저자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이런 상황이라고 해보세요. 내가 어떤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죽어야만 하는 상황일 때, 당당할 수 있을까? ‘나는 당당할 수 있다’ 한 번 손들어 봅시다. 어 경숙이가 손을 바짝 들었네. 경숙아 너는 어떻게 당당할 수 있을 거 같애? 두렵거나 그렇진 않을 거 같애? 아~ 너 기독교인이구나. ‘거기 가면 천국이 있잖아요. 저는 이승에서 그렇게 모욕당하며 사느니, 천국에 가서 하나님과 함께 사는 게 좋기 때문에, 기독교 박해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렇죠, 그런 신념도 있다는 거.
절의에 대해 이해하기
그래서 여기서 우리가 성삼문의 얘기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어떠한 신념을 갖게 되면 그 신념을 통해서 자기 핍박을 당하고 또는 죽임을 당할지라도 극복하여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있죠. (여기서 성삼문의 신념이 왜 절의인지, 어떤 절의를 지키기 위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이 좀 더 필요했다고 지적함)
그렇다면 우리가 세 번째로 와서, 성삼문의 얘기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건 ‘節義’라는 거예요(지금 생각이 드는 건 이 때 “우리는 성삼문의 얘기를 통해 무얼 볼 수 있죠?”라고 묻고 그에 대해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것도 방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절의를 볼 수가 있었죠? 이 절의라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모둠별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 절의에 대해서 각자마다 생각이 다를 거예요. ‘아 성삼문처럼 저렇게 죽으면서까지 저렇게 해야 되는지,’라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지켜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각 모둠에서 지금부터 여기에 대해서 서로의 각자의 의견을 얘기를 할 건데, 각자의 의견을 얘기해서 더 많은 의견이 나온 것을 한 번 취합을 해봅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조건 내치거나, 또는 ‘쟤는 완전히 내 취향이야’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취합하지 말고 같이 한 번 얘기를 해보면서 어떠한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지 같이 의견을 취합하도록 합시다. 지금 모둠활동 시작해주세요.
모둠별 지도
“오늘 배운 수업내용은 괜찮았어? 좀 어렵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게 무슨 내용이냐면 절의에 대한 내용이야. 신념을 잘 지키는 거. 그러니까 내가 어떤 신념이 있는데 그걸 지킬 수 있는지, 또는 그걸 왜 지켜야 되는지 생각을 하고 얘기를 하면 좋을 거 같애.”
“아! 지영이는 오늘 아주 5교시임에도 불구하고 기운이 팍팍 넘치는 구나. 그래 열심히 하고 열심히 말 들어주고.”
다 토의 끝났습니까? 시간 더 필요하신 모둠? 없으므로 우리가 여기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들에 대해 같이 얘기, 해보기 전에 선생님이 우리가 이거를 한시로만 배웠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를 못하잖아요. 여기 영화를 준비해봤어요(영화 『관상』을 준비했었고 먼저 본 후에 토론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순간에 퍼뜩 떠올랐기 때문에 이때야 어거지처럼 껴넣은 것이다. 실수지만 실수가 아닌 것처럼 하기^^;;). 오늘의 영화는 여러분들이 봤을 거예요. 900만이나 들었던 최고의 명작, 『관상』.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내용이니까, 거기의 한 장면을 보고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네~ 영화를 보고 나니까,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며) 이때의 상황이 어땠는지 확실히 와 닿죠. 그리고 선생님한테, 선생님이 얘기했던 거, 그리고 성삼문이라는 사람이 저 상황에서 느꼈던 불안감, 두려움도 여러분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 아까 모둠별로 토의했던 내용을 얘기를 해봅시다. 건호 모둠팀부터 얘기를 해봅시다. 건호 팀에서는 조선시대 자체가 不事二君이었대, 이런 말을 또 어디서 배웠어(^^ 활짝 웃으며). 선생님이 가르쳐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한 임금만 섬겨야지요. 라고 말했어. 누가 보면 너희는 조선시대에서 태어난 선비인 줄 알겠다.
그 다음엔 지민 모둠팀에서는 어떻게 얘기가 나왔습니까? 지민 팀은 아주 현실적이야. 지민 모둠팀에서는. ‘야~ 왕도 인간이야. 왕도 바뀌었으면 새로운 왕을 섬기는 것도 사람이 할 거지. 그 예전 왕을 굳이 지키고 있어? 그런 보수주의자는 꺼져.’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렇습니다. 이건 너무 과격한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팀에서 마련한 얘기니까.
그 다음에 희수 모둠팀에서는, ‘왕도 인간이니까 바꾼다.’ 바꿈이라고 했고. 그 다음에 민석 모둠팀에서는 아 여기서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아주 여기에 대해서 얘기를 했던 거예요. ‘찬탈한 것은 뭐든 나쁜 거다. 찬탈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섬기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아주 윤리시간에 나올 법한 얘기가, 그대로 나왔죠. 그래서 이러한 내용들로 얘기를 했어요. (2분 30초나 남은 상황에서 정리로 들어가기보다 한 팀을 더 발표시키든, 아니면 절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미를 곱씹어주든 했어야 했었다)
정리
그러면 마지막으로 우리가 여기서 얘기를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봅시다.
처음에 우리가 한시 형식을 통해서 우리가 이 시의 큰 구절을 봤어요. 여기서는 근체시입니까, 고체시입니까? 그렇죠. 근체시였고, 그 다음에 이게 다섯 글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언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그 다음에 다섯 글자이고, 네 개의 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절구다. 그런데 네 개의 구절이 아니고 여덟 개의 구절일 땐 뭐라고 했었죠? 율시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오언절구에 해당하는 성삼문의 시를 배웠고요.
그 다음에 여기서 기승전결로 나누어지는데 기구에서는 사형장에서 북이 두들기면서 사형을 당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승구에선 절망스러움을 보았어요. 어떤 절망스러움이냐? 고개를 돌며 밖을 내다보니 해가 지고 있어요, 해가 지고 있는 절망스러움을 보았는데, 그런데 전구에서는 나는 죽기로 각오했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저승 가는 길을 생각을 할 거야, 그렇게 현실을 직시했어요. ‘나는 저승으로 갈 것이다’ 그 다음에 맨 마지막 결구에서는 ‘그래 저승 가는 길에 나는 어디서 머물까? 어디서 머물러야 되나?’라고 하면서 초연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 다음에 오늘은 이 사람의, 성삼문의 절의라는 측면을 얘기를 하면서 성삼문에 대해서 건호네와 민석이네 팀 같은 경우는 ‘우리는 성삼문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 삶도 가치 있는 삶이다’라고 얘기를 했고, 희수네와 지민이 팀은 ‘우리는 그러한 생각에 반대합니다.’라고 유일하게 말한 모둠팀이었어요. 바로 여기까지 해서 오늘 수업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어야 좀 더 나았을 듯).
피드백(전공)
논쟁
시상전개에서 시각의 다름
K: 시상전개에서 기구와 승구에 두려움과 절망이라 되어 있는데, 저게 맞나요?
J: 저도 저게 궁금했는데 이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는 거 같아서, 저렇게 설명을 해도 감점은 아닐 거 같아요. ‘보면서 해가 지는 것 같다라는 게 이 사람이 어떻게든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까 절망스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G: 그런데 보통 어떻게 보는 거야?
J: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식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게 이치에만 맞게 쭉 끌고 가면 될 거 같아요. 진짜 주제만 벗어나지 않게.
K: ‘두려움과 절망’이라 1구와 2구에 쓰여 있다 보니 절의와는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초연하고도 멀어지는 것 같고. 갑자기 막 절망을 느꼈다가 그러니까요.
G: 그래서 轉句에서 분위기 전환 및 환기를 시킨 거야.
K: 두려움에 떨던 사람이 확 초연해진다고요?
J: 그렇다면 승구에서 ‘절망’을 ‘암울’ 정도로만 하면 될까?
G: 그런데 보통 뭐라고 하는지 나도 궁금하긴 하다. ‘고개를 돌려서 해가 지는 것을 본다’라는 걸 뭐라고 하는 거야?
J: 나의 상황 반응?
K: 저는 1구부터 다 초연해보였어요. 사람들이 북을 퉁퉁 쳐가지고 저렇게 죽음을 재촉하는데 자기는 고개를 돌려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니 여기부터 뭔가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G: 나는 저기서 전구의 확 전환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전구에서 확 뒤집어졌다고 생각을 해보고 싶었거든. 보통 시상의 전개가 그러니까. 저렇게 풀어야 왠지 전구가 살 거 같아서 그렇지 않으면 너무 밋밋해진다는 생각해서.
J: 일단 그럴듯하게 잘 풀어나기만 한다면 이런 해석도 괜찮을 거 같아요. 절의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괜찮아요.
(우훗, 막상 피드백할 땐 이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게 걸리긴 했는데, 막상 정리하면서 보니 논쟁적인 부분을 수업에 고스란히 담았다는 생각에 뿌듯하긴 하다. 확실보단 나만의 확신으로 수업하는 자세가 맘에 든다.)
판서의 지움
K: ‘계유정난’을 쓰시고 판서를 지웠는데 그래도 되요?
J: 썼다가 지웠다고?
K: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요.
G: 그러면 내가 판서계획을 잘못한 거지. 남겨서 그게 어딘 가에 들어갔으면, 내가 아이들에게 얘기도 했고, 그걸 통해서 성삼문을 얘기했다는 게 남아 있을 텐데,
K: ‘판서는 지우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또 이건 배경지식 같은 거니까, 썼다가 지워도 된다’라는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애매해서.
G: 그런데 니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만약 3번 가치관 학습 때 써먹을 거 같으면 그 자리에 써놓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거 같긴 하다.
J: 궁금한 게 지우지 말라는 게, 점수를 매기는 데 반영되지 못하니까 지우지 말라는 거예요? 아니면 지우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거라 지우지 말라는 거예요?
G: 첫 번째지.
K: 내가 잘못 쓴 게 아닌데, 내가 판서한 걸 지운 거잖아요. 그게 안 된다는 거 아니예요? 내가 저 사람이 남긴 걸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데 걔가 잘 한 거를 지웠어, 그래서 평가에서 그게 안 보이는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 같아요. ‘계유정난’은 좋았는데.
G: 그래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떻게 저걸 살릴 수 있었을까.
L: 방금 생각한 건데요. S쌤이 한자 카드를 활용하는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수업 시작할 때, 아예 화이트 보드 한 켠에 ‘여러분 여긴 핵심 키워드를 써주는 공간이예요’라고 써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거 같아요. 수연이가 말했던 것 같이 ‘나는 적었어 계유정난’ 이런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아예 칸을 이쪽에다가 놓고서 ‘오늘 한시를 공부하는데 알아두면 좋을 배경지식이 뭐가 있을까?’라고 하며 거기에 적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K: 저기에 적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예 칸을 만들어서 쓰는 거예요?
L: 한자 카드를 그런 식으로 활용하면 좋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화이트보드를 조금 나눠서 하는 것이죠.
한시를 수업했는데 한시의 문장이 판서되지 않는 것에 대해
L: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금 어떤 작품을 하고 있다’는 소개는 꼭 넣고 싶어요. 나는 오늘 시를 했지만 배운 건 한시의 형식이고 시상전개는 어떤 식으로 뭘 했다는 건지를 안 남으니까,
G: 그럼 어떻게 해? 소단원명을 쓰고 그 밑에다 쓰는 거야?
L: 그러니까 나는 선택할 거예요. 소단원명이 있어서 소단원명을 쓰면 그렇게 하고, 아까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이렇게 하는데 산문이면 상관이 없겠는데, 한시는 이게 긴 것도 아니고 짧잖아요. 그리고 하물며 나는 작가도 하고 있단 말이예요. 여기서는 한시를 뭘 하고 있는지를, 증거가 안 남아서 나는 모를 거 같아. 성삼문의 수형시를 한 번 더 써주면서 한 번 더 얘기를 해주는 거야. 아까 수연이와 예슬이가 ‘이게 절의와 연관이 되던가요?’라고 했는데, 이건 제목을 쓰면서 해주거나, 시를 짓게 된 배경설명 한 마디만 언급해줬으면, ‘이 사람의 수형시를 봤는데 왜 수형을 할까요? 아까 계유정난을 했었죠. 이 사람은 그렇게 죽게 됐는데, 그 사람이 쓴 시는 어떻게 쓰여 있을지, 시상전개를 통해서 한 번 봅시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나간다면 더 이해가 될 거 같아요.
K: 되게 신기한 게 한시 수업에서는 정작 왜 한시는 안 보이는 걸까요?
L: 그러니까 아까 J가 그랬잖아요. 한시인데 한 구절이라도 판서를 해주는 게 좋다고, 나는 전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전구를 써주는 거죠. 내가 중요하다고 한 거, 주제를 말할 수 있는 구절은 써주면 좋겠어요.
G: 소단원하고 제목하고 어떻게 쓸지 생각을 한 번 해봐야겠네.
K
장점
1. 학습목표 구성이 알찬 거 같은데요. 맘에 들어요. ‘형식-시상전개’ 아주 완벽해요.
2.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습관적으로 (혼잣말-아 아까 동기유발 안 했다), 동기유발 같은 거 할 때 동영상이나 그림 같은 거 보여주는데 이번엔 마지막에 보여주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동영상을 보여준 것은, 그러니 의외성이 좋았던 거 같아요. 저 같으면 만날 초반에 넣고 시작하는데 그렇게 한 번씩 동영상을 위치를 바꿔서 하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지루하지가 않죠. (솔직히 이건 부랴부랴 때운 건데 너무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아이들은 마지막에 배치된 걸로 좋게 봐준 듯)
단점
1. 학습목표라는 글자가 없어서. 보면 우리는 알잖아요, 그러나 알려주는 게 없으니까 ‘학습목표’라는 글자가 꼭 있어야 할 거 같아요.
2. 오언절구를 한글로도 쓰고 한자로도 썼는데, 굳이 두 번이 아니라 한자로 한 번만 썼어도 되지 않았을까?
J
장점
1. 수업 시작 부분에서 유명한 시구를 인용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얘기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점, 아주 좋았습니다.
2. 그리고 작자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주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던 거 같습니다.
3. 그리고 시상전개랑 내용이랑 연계가 아주 잘 된 거 같아요.
4. 모둠 활동 전에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인지 명시했던 거 아주 좋았습니다.
5.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모둠활동에 한글을 쓰는데 성어(不事二君) 하나씩 써주는 것도 뭔가 수업의 품격이 올라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다 성어를 써버리면 저게 성어 쓰기야 뭐야 그럴 수 있는데, 과하지 않게 딱 하나 써가지고 굉장히 있어보였어요.
단점
1. 궁금한 점이기도 한데, 대단원명을 써도 되요. 여기에 있는 것처럼 ‘나 가거든’ 이런 게 아니라, 대단원명이잖아요. 만약 저게 소단원명이라 하더라도, 본문의 내용이랑 상관이 없는 거니까. (K: 대단원명을 굳이 쓰시고, 설명을 했잖아요. 왜 굳이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냐면 ‘한시의 설렘’이다. 2/2차시잖아요. 1/2차시에서 저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1/2차시에 한시수업을 처음 했을 거 같아요. 그러니 소단원명을 적어주고 그거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게 나았을 거 같아요.)
2. 한시의 형식 얘기할 때 詩體라는 말을 꼭 써줘야 할 거 같아요. 1이라하고 시체라고 명확하게 해주면 더 좋았을 거 같고, 그리고 이게 도식화가 안 되어 있어서 ‘시체-고체시, 근체시’, ‘근체시-절구, 율시’, ‘절구-5언, 7언’ 이라는 범주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5언 따로, 7언 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여요. 오언절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나 판서가 없어서 그런 게 좀 아쉬웠던 거 같아요.
3. 그리고 시상전개와 내용이 연계가 잘 된 건 좋은데, 좀 아쉬웠던 게 (혼잣말: 아 이거와는 관련이 없겠구나) 그러니까 본문 판서가 하나도 없어서, 저렇게 내용이 한글로 적혀 있어서 내용 확인엔 좋은데 본문 판서가 없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궁금한 건데 본문 내용 설명을 잘 해주셨는데 이게 어떻게 절의라는 주제와 연결되는지 설명이 있으셨나요? 죽음 앞에서 초연했는데, 그게 주제 절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게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L
장점
1. 떨림이 없다. 자연스럽다.
2. 이야기를 잘 아니까 천천히 잘 이끌어간다. 이야기를 하다가 한시로 넘어갔다는 것도 좋았고,
3. 오류상황(근체시는 오언이고, 고체시는 칠언이다)을 만들어 PPT를 보여주며 정정해주는 것이 좋았어요.
4. 절의라는 것에 대해서 오빠가 생각하고 있는 개념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사람이 말야 신념을 갖게 되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그러면 극복할 수 있지. 성삼문이 그랬었나봐’라고 하면서 들어가니까 그것도 좋았고.
5. 토의 토론의 자세를 미리 설명하는 것도 좋았고, 이걸 아예 질문으로 던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 우리 토의토론을 할 건데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토론을 하는 것은 아예 찬반을 나누잖아요. 그러면 뭐가 중요하죠? 그렇죠 무조건적인 비판을 삼가는 것, 그렇죠 경청하는 것, 좋아요 그렇게 우리 한 번 해보도록 합시다.’라고 던져보면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갖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6. 마무리조차도 선생님이 설명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들에게 던져서 함께 하는 게 좋았어요.
단점
1. 학생들을 시켰으면 좋겠는데, 우선은 잘 시키시는데 한시를 할 때에는 굉장히 설명을 많이 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2. 시를 짓게 된 배경 설명을 살짝쿵만 하고 지나갔으면 ‘이 사람이 지금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시 제목을 써주고 시작했으면 좋겠던 거예요. 시는 시 제목에 50%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들었거든요. 특히나 이 시는 아예 형을 받는 시잖아요. 그게 가장 아쉬웠지, 다른 건 아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3. ‘한시의 설렘’을 할 때도 왜 저렇게 한시의 설렘을 할까 했는데, 나 여자친구에게 고백할 때 이렇게 했어라고 하면서 시로 넘어갔는데, 아마 오빠도 시간 배분을 안 봤겠지만, 앞에가 엄청 많이 잡아먹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여러분 지금 따분하고 그런 시간이니 선생님이 재밌는 얘기해줄까’하면서 했다면 풀려고 하는 느낌이 강했을 텐데, 아까 그 얘기만 들으면, 따분하고 그런 게 아니라 한시를 하려고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나중에 ‘시를 왜 얘기해줬을까’ 그러면서 한시로 넘어가셔서, 그게 좀 걸렸어요.
4. 마지막에 마무리를 잘해주셨는데, 두 번째서 다시 시상전개를 다하시더라구요. 시간이 남아서 그런 거 같았어요. 다시 시작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시 시작을 한다, 시상전개에 대해선 형식만 얘기해줘도 될 거 같은데 이 내용을 다시 들어가고 있으니까, 차라리 그럴 거면 절의를 더 강조해줬으면 더 좋을 거 같은 거야. ‘여러분 이 사람이 이 시를 통해서 무엇을 드러내고 싶었죠. 그래요 충성과 절의예요.’ 이렇게 조금 해주면 ‘그래요 여러분 이런 활동을 했었지. 참 잘 했어요.’ 이렇게 하면, 나는 생각하기에 모든 작품에서 주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 그 부분에 포인트를 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다시 반복한다.
후기
불만스러움의 이유, 그리고 나름의 발전
지금까지 수업실연을 세 번 해봤다. 그런데 여느 때에 비해 이번엔 그렇게 못한 것도,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는데 끝나고 나선 실망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끝났는데도 찝찝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었다.
잠이 부족하면 만사가 별로가 된다
그래서 곰곰이 그 이유를 따져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첫째는 이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에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수업 시간 내내 비몽사몽 흐리멍덩한 느낌이었다. 그게 확 잠이 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제정신일 순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정신이 차려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마 수업이 끝났을 때, 더욱이 내가 마지막 수업이었기 때문에 드디어 끝났다는 느낌이 들기보다 뭔가 말로는 할 수 없던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낸 문제에 대한 부담감
둘째는 좀 더 진지한 얘기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진 아이들이 내온 문제를 현장에서 받아 그걸 내 식으로 소화해서 발표를 하면 됐었다. 그러니 20분 안에서 내 식대로 소화를 하고 그걸 조금이라도 나의 지식을 덧붙여 발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고 그것만으로도 임기응변이나 즉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니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모든 게 달랐다. 내가 문제를 냈으니 말이다. 그러니 문제를 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준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안다는 건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도 있더라. 그 말은 곧 ‘밑져야 본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올해 전북의 시험체제가 여전히 지도안을 쓰고 하는 식이었다면, 늘 해왔던 방식대로 그렇게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북도 지도안 없이 20분 정도의 시간만 주어지면 그때 구상을 하고 바로 수업하는 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 스터디에서도 즉흥적으로 문제를 구상하고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체제가 갖춰졌고 솔직히 이런 체제는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준비를 해오고 지도안도 써오고 그것대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면서 이런 느낌조차 못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분명해지는 게 있더라. 여전히 다른 팀 수업실연 스터디에서는 지도안을 써오고 그것에 따라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수업을 해야 하고 만족보단 불만족이 큰 상태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이런 스터디가 꾸려진 것, 그리고 우리 스터디도 이런 방식대로 진행되어 즉흥성과 번뜩이는 기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분명히 나에게 좋은 점이라 말할 수 있다.
실제 내용에 마음의 소리까지 담다
이번엔 수업실연 타이핑을 치면서 그때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 그리고 좀 더 보강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녹여 냈다. 확실히 뭐든 시작하고 틀을 만들고 계속 하다보면 좀 더 나아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게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내 생각은 ‘이게 옳을까? 헛 시간을 보내는 걸까?’라고 고민하기 이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해보는 자세가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그게 옳다는 생각을 하든, 괜히 뻘짓했다는 생각을 하든 나름대로의 경험치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질 않으면 여전히 하던 방식대로 안주하고 그것만을 하며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내면 드는 생각은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것 무엇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비하감일 뿐이다.
그런 것에 반해 지금은 어떻게든 나의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들고 좌충우돌하며 하나씩 쌓아가고 있으니 이번처럼 수업실연 타이핑에서 그저 영상과 음성만을 텍스트로 담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에 덧붙여 그 당시에 부족한 부분들, 그 당시의 마음의 소리까지 함께 담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이면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피드백을 내 식대로 소화하자
이번에 수업실연에 대한 다겸이의 피드백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다겸이는 수업이 끝난 후에 시상전개를 너무 자세히 훑어줘서 그랬다는 부분을 얘기했다. 분명한 건 시간을 써야 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부분이다. 잘 썼었어야 했는데 두 번의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그렇게 잘 조절되진 못했고 그만큼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남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시상전개를 한 번 더 자세히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시에 대해서 수업했는데 시의 내용이 잘 남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막상 수업은 했는데 본문이 기억나지 않는 것, 그리고 시를 공부했는데 시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강조한 것이니, 그건 고쳐야 할 점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보강하여 그 부분을 충실히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수업과 다음 주 마지막 수업을 기대하며
2차 준비는 짧을 수밖에 없다. 발표가 나기 전까지 그 시간동안만 공부하는 시간으로 굳어졌다. 그래서 벌써 다음 주면 이 스터디는 마지막을 고하게 된다. 아쉽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교사가 진행하는 스터디도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음 주니까 그때까지 좀 더 재밌게 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듬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수업 자체를 싫어하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와 함께 소통하는 장이기 때문에 좀 더 즐기며 해보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다. 그리고 이 순간은 행복한 순간들이다. 그러니 이 순간에 내맡겨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나에겐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수업하는 게 재밌고 이렇게 스터디라는 이름으로 모여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들이 신난다. 이 순간을 맘껏 누려보자. 그런 행복 속으로 들어가서 만끽해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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