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의 운에 차운하다
차우인운(次友人韻)
임춘(林椿)
十載崎嶇面撲埃 長遭造物小兒猜
問津路遠槎難到 燒藥功遲鼎不開
科第未消羅隱恨 離騷空寄屈平哀
襄陽自是無知己 明主何曾棄不才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
十載崎嶇面撲埃 십재기구면박애 | 10년 동안이나 기구하게도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살았는데 |
長遭造物小兒猜 장조조물소아시 | 오랫동안 조물주 어린아이가 시기했기 때문이라오. |
問津路遠槎難到 문진로원사난도 | 나루를 물으나 길은 멀어 뗏목으로는 다다르기 어렵기만 하고 |
燒藥功遲鼎不開 소약공지정불개 | 선단 만드는 것은 더디기만 한데 솥은 열리지 않네. |
科第未消羅隱恨 과제미소라은한 |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나은【나은(羅隱): 당말(唐末) 시인. 여러번 과거에 응했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다.】의 한을 아직 풀지 못하였고 |
離騷空寄屈平哀 이소공기굴평애 | 이소【이소(離騷): 초사(楚辭)의 글로, 굴원(屈原)이 지었다. 굴원이 초(楚) 나라의 종실(宗室)과 대부(大夫)의 참소 때문에 쫓겨나 근심하고 시름하여 지은 것이다. 리(離)는 만남[遭]이요, 소(騷)는 근심이니, ‘근심을 만나 지은 글’이란 뜻이다.】에 부질없이 굴원의 설움을 붙였다. |
襄陽自是無知己 양양자시무지기 | 맹호연【양양(襄陽): 당(唐) 시인 맹호연(孟浩然)은 양양(襄陽) 사람이다. 오언(五言)시에 능하였다. 그가 서울에 왔을 때에 왕유(王維)가 내서(內署)에 숙직하면서 그를 청하여 놀았더니, 현종(玄宗)이 창졸에 나오므로 호연이 상 밑에 숨었는데, 현종이 물으므로 왕유가 사실대로 아뢰니 기뻐하여 불러내어 그의 시를 외우라 하였다. 그는, “재주가 없으니 맹주가 버리시고, 병이 많으매 친구도 성겨지누나.[不才明主棄 多病故人疏]”란 구를 외우니, 현종이, “경이 짐(朕)에게 구하지 않았었으니 짐이 일찍 경을 버린 적이 없는데.”라고 하면서 놓아 보냈다.】은 스스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는데 |
明主何曾棄不才 명주하증기부재 | 현명한 군주는 어찌하여 일찍이 재주 없다 버리셨는가? 『東文選』 卷之十三 |
해설
이 시는 무신란(武臣亂)을 만난 뒤 고난을 겪으면서 친구의 운에 차운(次韻)한 시이다.
무신난을 만나 10년간 유랑하여 고달픈 나그네의 신세가 되었다. 그 고난은 나의 능력 부재가 아니라 조물주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좋은 운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멀리 있는 나루터에 다다를 수 없고, 선단(仙丹)은 아직 익지 않아서 솥을 열 수가 없다. 현실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없어 과거(科擧)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재주가 있으니 밝은 임금을 만나면 내 재주를 써 주겠지.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3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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