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사 8척 방에서
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
정지상(鄭知常)
百步九折登巑岏 家在半空唯數閒
靈泉澄淸寒水落 古壁暗淡蒼苔斑
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
紅塵萬事不可到 幽人獨得長年閑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
百步九折登巑岏 백보구절등찬완 | 백보 아홉 길 꺾어 산등성이에 오르니 |
家在半空唯數閒 가재반공유수한 | 집이 반절 허공에 몇 칸 집이 있네. |
靈泉澄淸寒水落 령천징청한수락 | 영천이 맑고도 맑아 차가운 물 떨어지고 |
古壁暗淡蒼苔斑 고벽암담창태반 | 옛 벽 어두워 푸른 벽에 이끼가 껴있네. |
石頭松老一片月 석두송로일편월 | 돌머리와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달이 떠 있고 |
天末雲低千點山 천말운저천점산 | 하늘 끝 구름 가엔 천 점 산이 솟았네. |
紅塵萬事不可到 홍진만사불가도 | 붉은 속세의 때 온갖 일에 이르질 않으니, |
幽人獨得長年閑 유인독득장년한 | 은둔한 사람 홀로 긴 세월의 한가로움을 얻었구나. 『東文選』 卷之十二 |
해설
이 시는 개성사라는 절에 올라서 느낌을 기록한 것이다. 백보에 아홉 번이나 굽이를 돌아 오를 정도로 산이 가파른데, 그 험한 산에 올라 보니 개성사라는 절이 있다. 그런데 그 절은 허공에 반쯤 놓여 겨우 몇 칸밖에 안 되는 작은 절이다. 절 안을 살펴보니, 맑고 시원한 샘이 흘러나오고 어둑한 오래된 벽에는 푸른 이끼가 자라 얼룩무늬를 형성하고 있다. 밤이 되자 바위 끝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 위에 조각달이 떴고 낮에는 하늘가 구름 아래 수많은 산들이 솟아 있다. 인간 세상의 잡다한 온갖 일들은 이 절에 이를 수 없어 숨어 사는 스님이 긴긴 세월 동안 번뇌에 쌓이지 않고 한가로움을 누리는가 보다.
이 시는 ‘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에 쌍요체(雙拗體)의 수사(修辭)를 사용하고 있다. 노(老)와 편(片)은 측성으로 요(拗)이며 천(千)을 평성으로 놓아 구(救)했다. 최자(崔滋)는 이 구의 시어가 “매우 맑다[淸絶].”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78~7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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