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보내며
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
정전일엽락 상하백충비
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
홀홀불가지 유유하소지
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
편심산진처 고몽월명시
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
남포춘파록 군휴부후기 『東文選』 卷之九
해석
庭前一葉落 床下百蟲悲 | 뜰 앞에 한 잎사귀 떨어지니 평상 아래 온갖 벌레들이 구슬피 우네【落而知歲之將暮 覩甁中之氷而天下之寒 『淮南子』 / 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趙斗淳】. |
忽忽不可止 悠悠何所之 | 가벼이 가서 멈추게 할 수 없는데 유유하게 어디로 가시나요? |
片心山盡處 孤夢月明時 | 나의 마음 산 가는 곳까지 따라가 외로운 달 밝은 밤에 꿈을 꾸네. |
南浦春波綠 君休負後期 | 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그대 훗날의 기약 져버리지 마시오. 『東文選』 卷之九 |
해설
이 시는 이별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정지상(鄭知常)답게 이별의 시상이 순차적으로 잘 묘사된 시이다.
뜰 앞 나무에서 잎이 하나 떨어지자 가을이 왔음을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 온갖 벌레가 울어대는 늦가을이 되었다. 이별에 임해 갑자기 떠나는 그대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나를 두고 가는 곳은 도대체 어느 곳인가? 그대가 사라진 산끝을 바라보며 홀로 남은 나는 외로운 심정이고, 달이라도 환히 뜨는 날에는 그대는 달을 바라보며 나를 그리워하겠지. 이번의 이별이야 어쩔 수 없다만, 내년 봄에 남포에 봄 물결이 푸르러지면 만나자고 한 약속을 저버리지 마시게.
홀홀(忽忽), 유유(悠悠)라는 상태를 나타내는 첩어(疊語)를 사용해 떠나고 이별하는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7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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