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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기 - 산장우야(山莊雨夜)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고조기 - 산장우야(山莊雨夜)

건방진방랑자 2022. 7.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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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의 밤비

산장우야(山莊雨夜)

 

고조기(高兆基)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東文選卷之十九

 

 

 

 

해석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어젯밤 송당(松堂)엔 비 내려 계곡 소리 베개 서쪽에서 들렸지.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새벽에 뜰의 나무를 보니, 자던 새가 둥지 떠나지 않았네. 東文選卷之十九

 

 

해설

산 있는 곳에 골이 있고, 골 있는 곳에 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승경(勝景)은 언제나 산수(山水)’의 승()으로써 일컬어지는 것이다. 산은 있되 물이 없으면 산은 적막하고, 물만 있고 산이 없으면 물은 심심하다.

 

이 세상 소리 가운데 산곡간을 흐르는 물소리만큼 맑고 밝고 영롱한 소리가 어디 또 있다 하리? 더구나 겨울 동안 목이 잠겼다가 봄비에 노랫목이 트인 그 흐름의 기쁨! 그러자니 그 노래 또한 그렇게도 찬란할 수밖에……

 

지난 밤 산장에 내린 비로 서쪽 시내가 오랜만에 목이 트였다. 적막하던 산중에 갑자기 활기와 유열이 넘치는 듯, 지그시 누워 듣는 베개맡의 아름다운 선율은 들을수록 유관하고도 희한하다. 어느 인간의 목소리나 인간의 악기가 저 소리를 당할 수 있다 하리? 해가 돋도록 자연의 명곡을 만끽하다가, 느직이 일어나 내다보는 뜰 나무에는, 깃들어 자던 멧새도 아직 둥지를 떠나지 않고 있지 않은가? 평소 같으면 동트기가 바쁘게 깃을 떠나, 저들끼리의 노래자랑에 여념이 없었을 저 수다쟁이들이, 오늘따라 저 신기로운 물소리에 매료되어, 오히려 제 노래를 잊고 있음이리라.

 

미물도 자연의 정을 이해하고, 사람 또한 미물의 정을 헤아리니, 이 정히 자연의 하나하나를 다 유정자(有情者)로 교정(交情)하는 은자의 합자연(合自然)의 경지라 할 만하다.

 

일침서(一枕西)’는 다음 시의 일애천(一涯天)’과 아울러 그 수사가 멋스럽고, ‘미리서(未離棲)’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곳에, 은근한 여유와 새침한 맛이 있다. 그것은 물소리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도취되어서라고만 한정되지 않고, 비에 재촉된 정수(庭樹)’의 꽃 봉오리들이 밤사이에 활짝 벙글어, 새들의 눈을 황홀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란 함축마저도 가능케 해주고 있음에서다.

 

다음에 가을밤 나그네의 회포를 부친 오율(五律)한 수를 덧붙인다.

 

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 새는 서리 내린 숲의 새벽을 지저귀고, 바람은 나그네의 잠을 놀라깨우네.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 처마엔 지새는 반달 해사히 남아있는데, 이 몸은 한 외딴 하늘 가에 와 있구나.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 낙엽은 돌아갈 길을 메우고 찬 나뭇가지엔 밤 안개가 걸려 있다.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 강동은 가도 가도 다 못 가는데 가을은 이 물갓마을에서 끝나려 하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62~63

 

 

인용

허공 속으로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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