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데 뻘쭘하게 핀 자두꽃을 보며
이화(李花)
김극기(金克己)
淒風冷雨濕枯根 一樹狂花獨放春
無奈異香來聚窟 漢宮重見李夫人 『東文選』 卷之十九
此咏秋日李花.
해석
淒風冷雨濕枯根 처풍랭우습고근 | 서늘한 바람과 찬 비가 마른 뿌리 적셔 |
一樹狂花獨放春 일수광화독방춘 | 한 나무의 미친 꽃이 홀로 봄을 방사(放射)하네. |
無奈異香來聚窟 무내이향래취굴 | 어찌할 수 없이 기이한 향내가 취굴주【취굴주(聚窟洲) : 신선이 사는 십주(十洲)의 하나이며, 거기서 반혼향(返魂香)이 나는데 그 향내가 풍기는 곳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에 오니 |
漢宮重見李夫人 한궁중견이부인 | 한나라 궁궐의 거듭 이부인【이부인(李夫人): 한무제(漢武帝)가 사랑하는 이부인(李夫人)을 잃은 뒤에 몹시 그리워하다가 이소군(李少君)의 방술로 이부인의 혼을 불러와서 얼굴을 잠깐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시의 뜻은 봄에 없어졌던 오얏꽃이 가을에 다시 살아 왔다는 것을 말한다.】을 보네. |
此咏秋日李花.
이 시는 가을날 자두꽃을 노래한 것이다.
해설
이 시는 봄에 졌던 오얏꽃이 가을에 다시 핀 것을 보고 그 경이로움을 노래한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가을인데 온 나무에 때 아닌 꽃, 즉 미친 꽃이 피었다. 오얏꽃의 향기가 취굴주에서 나오는 반혼향(返魂香)처럼 기이하니, 이 가을에 다시 보게 되었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10에서 김극기의 시를 “시상의 운용이 매우 교묘하다[運思極巧].”라고 평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9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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