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부벽루에서 쓴 이색과 신광수의 시
1. 예전부터 시인묵객(詩人墨客)은 부벽루(浮碧樓)에 올라 시를 지었으며 김극기(金克己)의 ‘오색 구름 속의 백옥루가 지상으로 날아와 천상의 놀이에 알맞은 듯[五色雲中白玉樓, 飛來地上稱天遊]’라는 시도 있음.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성은 텅 빈 채 달 한 조각 있고, 바위(조천석)는 천년 두고 구름뿐인데, |
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 기린 말 타고 떠나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이여 어디서 노시는가? |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 길게 바람 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읊조리니, 산을 절로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는구나. |
1) 원(元)에서 공부하던 중 23살 때 잠시 귀국하여 개성으로 가는 도중에 지은 시.
2) 수련은 대구(對句)이고 당시에 기피하던 고유명사를 써서 표현했음. 두보(杜甫)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수련을 응용하여 지금.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 이색(李穡), 「부벽루(浮碧樓)」 |
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 | 두보(杜甫), 「등악양루(登岳陽樓)」 |
3) 함련에선 일반적으로 ‘자연유상 : 자연무상’을 대비하는 걸 깨고 자연유상을 보임. 정지상(鄭知常)의 「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처럼 새로운 미감을 창출함.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이색(李穡), 「부벽루(浮碧樓)」 |
靈泉澄淸寒水落 | 정지상(鄭知常), 「開聖寺八尺房」 |
古壁暗淡蒼苔斑 |
4) 경련에선 옛날 기린마를 타고 만주 벌판까지 호령하던 동명왕의 자취를 이제 찾을 수 없다는 무상감을 말함으로 시인이 강개한 정을 발산함
5) 미련에선 3연의 강개를 풀어버린 후, 다시 자연을 바라보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란 깨달음에 이름. 이백(李白)의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와 같은 느낌임.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 이색(李穡), 「부벽루(浮碧樓)」 |
鳳凰臺上鳳凰遊 | 이백(李白),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
鳳去臺空江自流 |
3. 평가
1)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13에서 “이 작품이 꾸미지 않았는데 성률이 절로 맑아 읊조리노라면 신일(神逸)함을 느낄 수 있다”라고 함.
2) 남용익(南龍翼)은 「壺谷詩話」에서 ‘7언절구의 걸작으론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들었고, 5언율시로는 이 작품을 들음[五言律則牧隱, 昨過永明寺; 七言絕則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已有定論].’이라 함.
3) 중국 사신들도 이 시를 보고 감탄했으며 한 사신이 이 시를 보고서 ‘문에는 아직도 고려의 시가 걸려 있으니, 당시에 이미 중국의 문자를 이해했다.[門端尙懸高麗詩, 當時已解中華字者]’라고 평가하기도 함.
4) 그 중국 사신은 부벽루의 경치는 중국 소주나 항주와 나란하며, 중국의 것들은 화려하지만 인공적인데 반해 부벽루는 맑은 강물과 절벽, 섬, 봉우리가 모두 자연에서 나온 것이라 더 낫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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