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유롭던 아침이 긴박한 아침으로
10시까지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모이기로 했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한껏 여유를 부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눈은 떠졌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행복을 만끽했고, 좀이 쑤실 때쯤 일어나 씻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겨우 8시가 살짝 넘었을 뿐이다. 강동구청역에서 9시 17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면 되니, 맘은 한결 가볍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무려 25분이나 남았다.
그제야 가방을 챙기고 외출복을 갈아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아 디어클라우드Dear Cloud의 ‘늦은 혼잣말’이란 노래를 들으며 길을 나섰다. 그 순간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시간이었다.
▲ 최근 자주 듣고 있는 디어클라우드의 노래를 들으며 출발했다.
여유로운 아침이 산산이 부서진 이유
집에서 강동구청역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인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으니, 행복이 절로 밀려온다. 이미 초등학교 아이들은 모두 등교를 마친 뒤라 간간히 학부모님들만 눈에 띄며, 출근시간도 살짝 비낀 후라 거리엔 한산함이 묻어난다.
▲ 등교시간에 맞춰서 가면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이땐 시간이 지났을 때였기에 한산했고 그래서 좋았다.
역 안으로 들어가 개찰구 앞에서 여느 때처럼 지갑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그때 평상시와는 다른 느낌에 온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당연히 있다고 믿었던 지갑은 없고, 카메라만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일렀다. 주머니에 지갑이 없을 경우, 가방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가방 앞주머니에 지갑을 여러 번 넣고 다녔기에 마지막 기대를 품고 가방을 뒤져보았다. 그런데 럴 수 럴 수 이럴 수가~ 여태껏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하필 이 날엔 카메라를 챙기는 것만 신경 쓰느라 지갑은 전혀 신경조차 쓰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방법은 없었다. 집이 멀지 않기에 지갑을 가지러 갔다가 오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 집에서 다시 돌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여.
시간에 쫓김은 불행이지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집을 향해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역으로 향할 때만 해도 완벽한 자유와 여유로움을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뭔가에 쫓기기 시작하니, 마음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졌고 그에 따라 일념(빨리 지갑을 가져와야 한다)만이 온 생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달려 들어가 지갑을 찾아보니 글쎄 어제 입었던 외투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바로 가지고 나왔다. 그제야 한 고비를 넘었기 때문인지, ‘강동구청역으로 갈까? 천호역으로 갈까?’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하더라. 강동구청역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이며 6분마다 전철이 배차되어 있는데 반해, 천호역까지는 15분 거리이며 4분마다 배차되어 있다. 어차피 천호로 가야 하기에 강동구청역에서 타면 그만큼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걷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천호로 바로 가서 타기로 맘먹었다. 얼추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대로만 갈 수 있다면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더라. 그래서 그때부턴 열나게 뛰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여유를 누리며 이 순간이 주는 행복을 만끽했지만, 지금은 시간에 쫓기며 늦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때론 불안이야말로 살아 있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거나,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완벽한 삶을 살 때 사람은 지루하다는 감정이 들며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하는 것이다. 새롭다는 건 기대와 함께 두려움이 동시에 따라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야말로 무뎌진 신체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며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불안한 마음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 경복궁역 안엔 해시계가 있다.
인용
1. 어른의 관점을 버리고 학생의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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