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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검단산 트래킹 - 2. 산에 오르는 이유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검단산 트래킹 - 2. 산에 오르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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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쉴 새 없이 달리듯 올랐다. 이러하니 나에게 등산이란 오르라고 하니까 힘들어도 참고 오르는 것일 뿐이었다. 그래도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땐 나름 뿌듯하고도 상쾌한 기분이 감돌았고 콜라 한 병을 사서 마시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콜라와 환타를 한 병씩 사서 배불리 마셨던 추억이 있다.

이처럼 당시 등산이란 학교에서 하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고, 별로 좋은 기억 따위는 없었다.

 

 

전주에서 맘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처음에 갈 때만해도 마지 못해 가는 정도였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힘들지만 참으며 오르기만 했던 곳이 재밌는 곳으로 바뀌게 된 것은, 대학생 때부터였다. 대학에 가선 더 이상 학교 차원에서 등산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상황이니 자연히 산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본 게 등산이고 돈도 별로 없는 대학생이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등산이니, 자연스럽게 산을 찾게 됐던 것이다. 산에 오르며 여러 감정을 느꼈기에, 그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땐 자연스럽게 산을 찾았다. 더 이상 아이들과 경쟁을 하듯 빠르게 오르지 않고 친구들과 오순도순 얘기하며 오르는 맛도 있었고, 그 시간을 오롯이 느끼며 순간을 음미하는 맛도 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등산의 묘미를 알게 됐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어쩔 수 없이 오르던, 경쟁적으로 오르며 괴로움을 느끼던 곳이 아닌,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도 만끽하고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그때부터 산을 억지로 찾아다니게 되었으며, 즐기며 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산은 놀이터이자, 친교의 장소가 되었다.

 

 

 

오른쪽은 2004년 3월 1일에 모악산에 올라 찍은 사진.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그렇던 등산의 개념은 2007년을 계기로 또 한 번 변모하게 된다. 여유를 누리기 위해,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오르던 등산이, 나를 살리기 위한 등산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20072월에 졸업은 했지만 임용엔 보란 듯이 떨어지며 미래도 꿈도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던 시기를 보내야 했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는 그 마음을 아는가? 그리고 그 결과를 혼자만 짊어져야 하는 힘겨움을 아는가? 누가 보기엔 돈도 벌지 않고 공부만 하니 팔자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넉넉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결과도 불투명한 공부를 한다는 건, 피를 말리는 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신은 피폐해져 갔고, 불안증은 커져만 갔다. 바로 그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아마 그때부터 모악산에 자주 올랐던 것 같다. 그건 당연히 살기 위한 발버둥이라 할 수 있다. 등산을 하며 땀을 쭉 빼고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맹목적으로 걷다보면, 수만 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럽던 머리와 온갖 불안으로 답답하던 가슴은 언제 그랬나는 듯이 멀쩡해지곤 했다. 거기에 정상까지 오르며 느꼈던 성취감은 덤이었다. 이랬기 때문에 그때부턴 미친 듯이 한 달에 두 번씩 모악산에 찾아갔던 것이다.

 

 

2009년도에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

 

 

이렇게 산에 오르던 중 단연 최고는 2009년 임용고시가 끝났을 때라 할 수 있다. 2008년 임용고시에선 1차 합격자 발표 때 떨어지긴 했지만 가능성을 봤기에 2009년 임용고시엔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선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1차 시험을 끝냈다. 그러니 시험이 끝났음에도 시원한 마음보다 착잡함이 어렸다. 어찌나 답답하고 막막하던지 이대로는 그냥 집에 갈 순 없었다. 그래서 차를 몰아 모악산으로 간 것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우의를 챙겨 입고 무작정 올랐다. 그래야만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정리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건 그만큼 등산의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더 이상 내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산에 대한 이런 감성이 얽히고설켜 2013년엔 지리산을 종주하게 했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나에게 등산의 개념이 이렇게 바뀌어 갔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런 변화가 있기를 바라며 등산을 커리큘럼으로 넣은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엔 힘든 걸 뭐 하러 해?’, ‘올라가면 내려올 걸 뭐 하러 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테지만, 어떤 식으로든 경험해본 것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오랜만에 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기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오를 생각에 행복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검단산 트래킹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과 산에 오르게 됐다. 기대되는 산행기는 이제 시작된다.

 

 

인용

목차

사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2. 산에 오르는 이유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5. 당연함이란 없다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7. 하류가 되려 하다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9. 검단산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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