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제대로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건 아니다. 곱씹지 않으면 시간은 기억의 저편으로 흐릿해져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대로 맹목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살아내는 것이기에, 이런 시간을 ‘살아지는 시간’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불연 듯 ‘지금 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에 멈칫 하게 된다. 맹추위로 수도가 동파되었던 겨울이 지나가고 모기가 달려드는 여름이 다가왔음에도 무신경한 듯, 익숙한 듯 아무런 감흥도 없이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 옷차림도 바뀌었고, 그에 따라 무수한 신경의 변화도 있었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만큼 바쁘게 살아왔지만, ‘지나간 건 시간이고 남은 건 허탈함’뿐이라 할 수 있다.
▲ 계절은 그렇게 변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묻혀 버린다. 그러나 그걸 의식할 때 느껴지는 감정은 허탈감이다.
허탈함이란 삶을 돌아본 자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시간에 치이지 않고 삶에 눌리지 않는 그 순간에 우린 허탈함, 씁쓸함, 공허함이란 감정을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지만 그 최선이란 게 내 삶을 지탱해주거나 안도감을 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나갔지만 그게 나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 바로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만이 정답이 아니며,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르게 살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 생각에 따라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이런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이라 표현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 격주 금요일마다 떠나는 트래킹을 이렇듯 기록하는 이유는 시간을 살아지려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어디든 떠나며, 일정에 따라 무엇이든 하게 되기에, 이런 식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반추해볼 수 있을 때 기억은 아련한 추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담을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우린 ‘살아간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고, 놓치고 있던 순간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된다.
▲ 이건 어떻게 보면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자 하는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부질없다 할지라도,해보련다.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이번 트래킹의 목적지는 처음으로 산으로 정해졌다. 지금껏 트래킹을 시작하며 둘레길을 걸은 이후에 산을 간 적은 없었다. 천변에서 농구를 하거나, 공원에서 산책이나 런닝맨을 하거나, 계곡에서 쉬는 활동을 했을 뿐이다. 트래킹이라 하지만 거의 쉬는 것 위주로 활동하게 된 데엔 아이들 중에 걷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산은 엄두도 못 내게 되었고, 그나마 산 둘레길을 걷는 트래킹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검단산’으로 정해지며 참으로 오랜만에 산이 트래킹 코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등산을 그렇게 싫어하는 아이들이 산을 트래킹 코스로 정한 이유는 순전히 무관심과 우연 때문이다. 3월에 첫 트래킹 코스를 정하며 1학기 트래킹 코스를 모두 정했었다. 그때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하나씩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그 의견 중엔 ‘검단산’도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하나의 코스로 ‘검단산’이 나왔다면 바로 반발을 했을 텐데, 수많은 의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인지, 너무도 먼 미래의 일이란 생각 때문인지 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얼렁뚱땅 그 의견은 사장되지 않고, 아이들의 무관심과 빨리 회의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속에 채택되기에 이른 것이다.
▲ 3월에 1학기 트래킹 전체 일정을 정할 땐 아이들도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검단산이 정해졌다.
인용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2. 산에 오르는 이유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5. 당연함이란 없다
7. 하류가 되려 하다
9. 검단산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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