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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검단산 트래킹 - 9. 검단산이 준 선물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검단산 트래킹 - 9. 검단산이 준 선물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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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다, 원래 좋은 체력을 타고 났다고 보면 되겠다.

성민이는 등산을 할 때에도 앞에서 먼저 간다. 뒤에서 가면 진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 무리의 맨 앞에서 선발대 같은 모양새로 가는 것이다. 그러다 한 번씩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는데, 조금 쉬었다가 일어서면 산을 날렵하게 뛰어서 올라간다. 물론 전체 등산로를 뛰어 오르는 건 아니지만, 일정 구간까지 뛰어 오르고 쉬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하산하던 등산객들은 성민이가 뛰어서 오르는 모습을 보고 이야~ 체력이 장난 아니네. 역시 젊음이 좋긴 좋아라는 말을 한 것이다.

 

 

▲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기. 

 

 

 

모처럼만에 체력의 한계치를 느껴보다

 

초반부터 중반 코스까진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계속 되었고, 때론 평지와 같은 곳도 있어서 충분히 오를 만했다.

하지만 정상을 500m 남겨둔 곳에서부터인가 갑자기 급경사로로 바뀌며 오르기 힘들어졌다. 조금 걷다가 너무나 힘들어서 어디가 끝인지 올려다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도 없는 급경사로를 무작정 올라야 하니,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  급경사구간이다. 성민이도 힘든지 멈춰서 있다.

 

 

그 순간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을 오를 때의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던 순간이 떠오르더라. 이것이야말로 소위 자신과의 싸움이며 몸무게와의 사투라 할만 했다. 경사가 어찌나 급한지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며 더 이상 못 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정상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에 나란 존재의 한계치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도보여행과 같이 몸으로 하는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하곤 했었다. 더 이상 못할 것 같고, 너무나 힘들어 주저앉아 포기하고만 싶던 순간 말이다. 심할 때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비관적인 생각이 어렸냐는 듯이 추억이 되고,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어린다.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멈춰버리면 그 순간은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되지만, 그 순간을 넘어서서 전체적인 여행의 흐름에서 보면 그때의 힘듦은 오히려 여행의 즐거움처럼 기억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한계치가 느껴지는 순간에 우린 포기하지 말고, 지나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스스로 훌쩍 컸다는 느낌과 함께, 예전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  천왕봉으로 가는 길. 여기서 정말 엄청 힘들었다. 

 

 

 

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뿌듯했던 검단산 트래킹

 

1250분에 호국사에서 출발하여 오르기 시작했고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47분이었다. 거의 한 시간동안 걸어서 도착한 것이다. 정상에서 남한강변을 내려다보니, 팔당댐과 두물머리가 보이더라. 안개 같은 게 껴있어서 가시거리가 좋진 않았지만, 힘들게 올라온 만큼 뿌듯했다. 거기서 5분 정도 쉰 다음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두물머리와 팔당댐이 보인다. 정상에서 보는 맛.

 

 

등산로까지 내려와서 시간은 보니 3시더라. 그렇다면 검단산은 일반적인 속도로 올라가면 1시간 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1시간 정도면 내려올 수 있는 산인 것이다. 등산 시간으론 그렇게 부담이 되는 산은 아니며, 조금이라도 산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올라볼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트래킹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각자 개인플레이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점이 아쉽다. 모두 다 함께 산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이런 경험들은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등산을 하며, ‘한 걸음의 중요성에 대해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고, 한계치를 넘어서는 게 어떤 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등산은 단순히 산에 간다는 의미이기보다, 나 자신과 더욱 친해지기 위해 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산하고 검단산의 전체 모습을 본다. 좋다. 

 

 

인용

목차

사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2. 산에 오르는 이유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5. 당연함이란 없다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7. 하류가 되려 하다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9. 검단산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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