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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검단산 트래킹 -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검단산 트래킹 -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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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짐작은 어느 부분에선 꽤나 과학적인 추론이라 할 수 있었다.

지민이는 20134월에 단재학교 영화팀에 들어왔고, 그땐 영화팀이 한참 등산을 할 때였다. 그래서 자연히 등산 계획=건빵이란 생각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들어보는 산 이름을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관악산, 청계산, 아차산, 북악산, 북한산, 남한산과 같은 서울 근교의 산들은 거의 다 가봤지만, 검단산은 산 이름만 들어봤지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지민이에게 거긴 가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없어라고 알려줬다.

 

 

지민이는 단재학교에 오자마자 주구장창 산을 탔고, 급기야 지리산 종주까지 하게 됐다.

 

 

지민이도 나도 처음 가보는 산이기에 기본적인 것부터 조사를 해야 했다. 어떻게 등산로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뭘 할 것인지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짠 것이다. 지민이는 저번 트래킹 때 남한산 계곡에서 재밌게 놀았기 때문인지, 이번에도 계곡에서 쉬면서 놀았으면 하더라.

그래서 정보를 찾아보니, 그다지 정보가 많지 않았다. 남한산 계곡 같은 경우는 꽤 유명하여 서울 근교에서 계곡을 가고 싶은 사람들이 별 부담 없이 찾는 장소다. 그러니 정보가 많은데 반해, 검단산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올려놓은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계곡 같은 곳은 있지만 물놀이를 할 만큼 깊은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검단산은 계곡을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오르다 보면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 오전 중엔 정상까지 올라가고, 오후에 하산하면서 계곡이 있으면 거기서 쉬도록 하자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젠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상황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우린 2번 코스를 따라 올라서, 오전엔 호국사까지 갔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오늘은 천호역 6번 출구에서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과연 이번엔 아이들이 제 시간에 나올까? 그리고 지훈이와 준영이는 나올까?

야외활동을 할 때마다 늘 늦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문제가 되곤 한다. 그래서 어제 회의를 할 때 지각 10분당 500원씩 벌금을 걷기로 한 것이다. 이젠 어느 정도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좀처럼 되지 않아 벌칙으로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지도 3~4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기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씁쓸해질 수밖에 없다. 흘러간 시간만큼 확연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태도만은 바뀌길 바라는 마음은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이날은 지각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민석이와 현세가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벌금이란 게 무섭기 때문인지, 마음을 굳게 잡았기 때문인지 제 시간에 맞춰서 나왔다. 이런 경우처럼 잘 나오지만 어쩌다 한 번씩 늦는 경우는 그나마 이해가 된다. 누구에게나 피치 못할 사정이든, 갑작스런 상황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석이와 현세의 경우 요즘 지각이 부쩍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예 빠진다던지, 시간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던지라는 막무가내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나름 자신들이 지키려는 선 자체는 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제 시간을 지킨 아이들만 손해를 본다. 그래서 회의를 할 때 지각 벌금은 늘 중요한 안건이 된다.

 

 

태기 같은 경우는 이번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새벽에 창문을 열고 선풍기까지 틀고 자는 바람에 감기몸살이 걸려서 오늘은 쉬겠다는 문자를 보내왔으니 말이다. 잘 나오던 아이가 어쩌다 한 번 정도 상황에 따라 빠지는 건 그래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약간 우려스러운 점은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를 하루 정도 빠져도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현세는 감기 때문에 무려 3일이나 학교를 결석했으며, 나머지 아이들 중에도 약간 몸이 안 좋으면 하루쯤은 빠져도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태기가 이날 빠져도 된다고 생각한 데엔 이런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나 지훈이와 준영이었다. 지훈이는 여태껏 트래킹을 할 땐 늦는 경우는 있었어도 아예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저번 트래킹부턴 아예 나오지 않았으며, 요즘은 낮과 밤이 뒤바뀌었다며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준영이의 경우도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참석하는 것이 좌우될 정도이니 절로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0시에 모여 2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결국 전화를 해봤는데, 두 사람 모두 전화를 받지 않더라. 그건 곧 나오지 않겠다는 무언의 표시였기에 우린 검단산으로 그냥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서 잘 모였다. 민석이는 어제 저녁에 컴퓨터를 감금당했다는 비보를 알리며 비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올해 들어 지훈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면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엔 학교에 다니는 의미를 찾지 못해 빠지는 날이 많았다면, 지금은 학교에 있는 게 시간낭비처럼 느껴져 빠지는 날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자기는 지금 수능시험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교는 수능시험을 위한 공부는 시켜주지 않고 연극과 영화, 기타와 같은 씨잘데기없는 공부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학교에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에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저번에 이어 이번까지 트래킹을 아예 빠져버렸으니, 지훈이의 그런 생각은 더욱 더 굳어진 듯했다.

준영이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제 시간에 맞춰 등교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쓸모없는 거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러면 당연히 제 시간에 맞춰서 나오면 오죽 좋겠냐 만은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몸이 맘대로 되지 않다 보니, 그걸 잘 지키지 못한다. 그래도 저번에는 늦게라도 계곡으로 찾아서 왔으니, 이번처럼 자신의 집 근처 산(준영인 하남에 산다)으로 가는 상황에선 더 쉽게 나올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무슨 생각인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잠식 당하면, 그로 인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인용

목차

사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2. 산에 오르는 이유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5. 당연함이란 없다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7. 하류가 되려 하다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9. 검단산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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