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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용문산 여행 -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용문산 여행 -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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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즐거운 고기파티 시간이 끝났다.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은 만큼, 어찌 보면 치우는 그 순간도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밥을 먹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렸다. 맛있게 먹은 만큼 치울 때도 함께 치울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모두 함께 맛있게 먹도록 애써서 준비를 한 것이니, 치울 때도 함께 도우며 치워야 한다. 그래야 즐거운 시간이었던 만큼, 그 기억은 퇴색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배가 찬 아이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인지, 아예 관심이 없는 건지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킨다.

저번 후기에서도 말했다시피 가장 기본적인 일들은 그걸 했다고 해서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으며, 칭찬해주지 않고, 했다는 사실조차 종종 잊게 되는 일들이다. 그러니 소홀히 하게 되고, 아예 하지 않게 되며, 한다는 것을 시간 낭비로 여긴다. 설거지하는 일, 청소하는 일, 정리하는 일, 눈을 치우는 일 등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바로 그런 기본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이걸 동섭쌤은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라고 표현했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며, 사람들도 각자의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치다쌤은 그런 의미에 덧붙여 아주 본질적으로 의미 없어 보이는 것 안에 의미가 있음을, 허무하게 변해버리는 것 안에 생명의 본질이 있음을 알게 되거든요.’라는 말을 한 거다. 이번엔 그러지 못했지만, 다음 여행엔 좀 더 이런 기본적인 일들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기본적인 일이어서 아무도 칭찬해주거나, 공감해주지 않는 그런 일 속에, 의미가 숨어 있다. 

 

 

 

놀이와 대화가 빠진 유별했던 저녁 시간

 

저녁을 먹고 난 시간부턴 완벽한 자유시간이다. 몇몇의 학생은 마당에 나와 배드민턴을 치며 더부룩해진 배를 안정시켰으며, 거실에선 티비 삼매경에 빠졌다. 처음엔 마블빠인 현세가 추천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조금 보다가, 나중엔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 날 저녁의 풍경은 이랬다.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예전엔 여행을 오면 밤이 가장 뜨거웠다. 밤새도록 게임을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엔 게임을 하며 함께 즐기기보다 그냥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아쉽긴 하더라. 아이들은 마피아나 진실게임이나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이젠 너무 지겨워요라고 말을 할 정도로 많이 하긴 했다.

호기롭게 조들호에 도전장을 던진 아이들은 열심히 보기 시작했으나, 새벽이 깊어지자 하나 둘씩 잠을 자기 시작했고 민석이만 새벽 5시까지 홀로 남아 버티다가 결국 잠에 들었다.

 

 

2014년 2학기에 갔던 캠핑장에서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아이들. 

 

 

 

여행은 끝났으나, 우리의 2학기는 이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로 비가 엄청 내리더라. 기상청의 예보가 제대로 적중했고 바람까지 불어 기온은 한결 더 내려가 있었다.

이곳은 12시까지 퇴실을 하면 되니 여유가 있다. 그래서 930분에 남학생들을 깨웠고 아침 먹을 준비를 하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유부초밥과 주먹밥과 찐 계란을 만들어 내려왔더라. 여행엔 늘 이런 감사의 손길들이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정성껏 준비해줘서, 배불리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린 비를 뚫고 집으로 가면 된다. 여름처럼 뜨겁고 날씨가 좋았다면 오전에도 물놀이를 하고, 오후에 퇴실하고 난 후에도 물놀이를 한 후 가려 했다.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 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이렇게 폭염에 시달리던 2016년의 여름은 끝자락에 들어섰고, 단재학교 2학기는 시작점에 들어선 것이다. 끝과 시작은 그렇게 오묘하게 교차되며 삶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이번 학기에도 우리 신나게 살아보자.

 

 

이제 집으로 가는 길. 끝남은 시작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또 한 학기가 시작되었다. 

 

 

인용

목차

사진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5. 용문 5일장

6. 중원폭포에서 놀다

7. 먼저 자리를 뜬 선배들의 사연

8. 무의미 속에 의미가 있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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