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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서거정 - 수식주창천(誰識酒腸淺)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서거정 - 수식주창천(誰識酒腸淺)

건방진방랑자 2022. 10. 2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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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성시(漢城試)를 치르고 베푼 연회 자리에서 만취하여 돌아와

작어부시연 침취이환(昨於都試讌 沈醉而還)

 

서거정(徐居正)

 

 

昨於都試讌, 沈醉而還, 大臥熟睡. 日已曛黃, 忽開眼, 有婢告曰: “洪鴻樞遣長鬚, 送詩二章.” 起坐一讀, 復就枕, 鼻息如雷.

婢捽起, 仍以筆墨進, 督和之. 予曰: “宜報大醉.” 婢曰: “長鬚云 今者不得和詩而去, 受鴻樞苛譴, 復來者, 政爲如此. 不得, 死且不去矣.’ 彷徨立督.”

予大笑曰: “古云 酒令嚴於軍令.’ 今知詩令又嚴於酒令也.” 亟命張燈, 急就一章, 問長鬚則已不得詩, 抆淚而去.

細君詰曰: “以子不詩, 責及長鬚. 子如不飮, 飮當不醉; 子如不詩, 詩可不作. 每見子中酒過醉, 苦吟撚鬚, 予甚苦之, 予甚苦之. 曾未見一益, 反受奴隷之責. 小腸, 不如不飮; 惡詩, 不如不作.”

僕曰: “相對拊掌一笑. 乃吟一絶, 錄呈左右, 幸同與子深一笑. 四佳詩集卷之九第八

 

誰識酒腸淺 自知詩料貧

수식주장천 자지시료빈

大醉逢妻諫 苦吟被僕嗔

대취봉처간 고음피복진

撚鬚難得句 拭吐不須巾

연수난득구 식토불수건

相對孟光處 呵呵一笑新

상대맹광처 가가일소신

 

 

 

 

 

 

해석

昨於都試讌, 沈醉而還,

어제 한성시(漢城試)를 치르고 베푼 연회 자리에서 만취하여 돌아와

 

大臥熟睡.

대자로 누워 깊이 잠들었소.

 

日已曛黃, 忽開眼, 有婢告曰:

해가 이미 뉘엿뉘엿 질 때에 갑자기 눈을 떠보니, 여종이 옆에 있다가 말합디다.

 

洪鴻樞遣長鬚, 送詩二章.”

홍 중추(洪逸童)께서 하인을 보내 시 두 편을 보내오셨습니다.”

 

起坐一讀, 復就枕,

일어나 앉아 한 번 읽고선 다시 베개를 베고 자니

 

鼻息如雷.

코고는 소리가 우레 같았습니다.

 

婢捽起, 仍以筆墨進, 督和之.

여종이 흔들기에 일어나니 곧 붓과 먹을 내어놓고서 화답하길 재촉합디다.

 

予曰: “宜報大醉.” 婢曰:

제가 마땅히 만취했다 알려라.”라고 말하니, 여종이 말합디다.

 

長鬚云 今者不得和詩而去,

하인이 이제 화답한 시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면

 

受鴻樞苛譴, 復來者, 政爲如此.

주인께 가혹한 나무람을 받기에 다시 온 것이 정히 이와 같네.

 

不得, 死且不去矣.’

받지 못한다면 죽어도 못 가네.’라고 하며

 

彷徨立督.”

방황하며 선 채로 재촉하고 있습니다.”

 

予大笑曰: “古云 酒令嚴於軍令.’

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옛말에 주령(酒令)이 군령(軍令)보다 엄하다

 

今知詩令又嚴於酒令也.”

이젠 시령(詩令)이 또한 주령(酒令)보다 엄하다는 걸 알겠구려.”

 

亟命張燈, 急就一章,

빠르게 등불을 밝히라 명하고 급히 한 수를 써내려가며

 

問長鬚則已不得詩, 抆淚而去.

하인에 대해 물으니 이미 시를 얻지 못해 눈물을 닦고 갔다고 하더이다.

 

細君詰曰: “以子不詩,

그러자 아내세군(細君): 원래 제후(諸侯)의 부인을 뜻하였는데, 동방삭(東方朔)이 자신의 처를 세군이라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뒤로부터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한무제(漢武帝)가 관원들에게 하사한 고기를 동방삭이 허락도 받지 않고 칼로 잘라 집으로 가져가자 무제가 자기 비판을 하도록 명하였는데, 이에 동방삭이 허락도 받지 않다니 이 얼마나 무례한가. 칼을 뽑아 잘랐으니 이 얼마나 씩씩한가. 많이 가져가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청렴한가. 돌아가 세군에게 주었으니 이 얼마나 인자한가[歸遺細君 又何仁也]”라고 하자, 무제가 그만 웃고 말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 내용이 한서(漢書)65 동방삭전(東方朔傳)에 보인다.가 비난했다. “당신은 시를 잘 짓지도 못하면서

 

責及長鬚.

하인에게 꾸지람이 이르도록 했습니다.

 

子如不飮, 飮當不醉;

당신이 잘 마시지 못하면 마실 때 마땅히 취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子如不詩, 詩可不作.

시를 잘 짓지 못하면 시를 짓지 마셔요.

 

每見子中酒過醉,

매번 당신이 술이 떡이 되는 것과

 

苦吟撚鬚, 予甚苦之,

시가 잘 지어지지 않아 괴롭게 읊조리며 수염을 비틀어대는 걸 보니

 

予甚苦之.

제가 심히 괴롭습니다.

 

曾未見一益,

더하여 제가 심히 괴로운 것은 일찍이 하나의 도움됨을 보지 못하면서

 

反受奴隷之責.

도리어 하인의 책망만 받기 때문입니다.

 

小腸, 不如不飮;

창자가 작으니 마시지 않는 것만 못하고,

 

惡詩, 不如不作.”

졸필이니 짓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僕曰: “

그래서 제가 그러하구려.”라고 말하고서,

 

相對拊掌一笑.

아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한바탕 웃어젖혔습니다.

 

乃吟一絶, 錄呈左右,

이제 한 수의 절구를 읊은 것을 기록하여 좌우에 드리니

 

幸同與子深一笑. 四佳詩集卷之九第八

임자심과 함께 한바탕 웃으시구려.

 

誰識酒腸淺 自知詩料貧

뉘 알랴 술 창자 작은 것을, 절로 아네 시의 재료가 빈천하다는 걸.

大醉逢妻諫 苦吟被僕嗔

만취하여 아내 잔소리 듣고, 괴롭게 읊조리니 종이 화를 내내.

撚鬚難得句 拭吐不須巾

수염 비비 꼬아도연수(撚鬚): 위에 제시된 노연양의 시에서도 나오는 고사를 차용한 것이며, 당나라 이백이 장안의 저잣거리에서 술에 취해 자다가 갑자기 현종의 부름을 받아 공중에 들어가 침향정(沈香亭)에서 모란을 읊은 청평사(淸平詞)를 짓게 되었는데, 현종이 그가 취한 것을 깨우려고 친히 수건으로 입가에 토한 것을 훔쳐 주었다는 고사가 있음. 시구 얻기 어렵고 토할 것 닦아줄 수건도 필요치 않네.

相對孟光處 呵呵一笑新

서로 맹광의 아내처럼 대하며 깔깔대는 한바탕 웃음소리 새롭다오. 四佳詩集卷之九第八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생활의 발견과 일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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