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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7. 견우(牽牛)와 소도둑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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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7. 견우(牽牛)와 소도둑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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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견우(牽牛)와 소도둑

 

 

[]’()’

 

楊柳靑靑江水平 수양버들 파릇파릇 강물은 넘실넘실
聞郞江上唱歌聲 강 위에선 그 님의 노래 소리 들리네.
東邊日出西邊雨 동쪽엔 해가 나고 서쪽에는 비 오니
道是無晴却有晴 흐렸나 하고 보면 어느새 개였구나.

 

유우석(劉禹錫)죽지사(竹枝詞)이다. 수양버들 가지에 물이 오르니, 강물도 넘실넘실 물이 불었다. 청춘의 봄날, 사랑의 단꿈이 익어가는 강변의 스케치이다. 연잎 사이로 배를 띄웠던 아가씨는 저 건너 방죽가에서 그 님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고 있다. 아가씨는 갑자기 화제를 돌려 날씨 타령을 늘어놓는다. 저편에선 비가 오는데 또 이편에선 햇살이 비친다. 개였나 싶으면 흐린 날씨처럼, 아가씨의 마음도 싱숭생숭 한 게다. 요랬다조랬다 하는 날씨처럼, ! 제까짓 게 하다가도 어느새 어떤 멋진 도련님일까 싶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는 그 심정.

 

이때 4구의 ()’은 개인다는 뜻이지만 애정의 ()’과는 중국음으로 발음이 같다. 개였다 흐렸다 하는 날씨를 가지고 무정(無情)한듯 유정(有情)한 알 수 없는 봄날 아가씨의 마음을 절묘하게 집어낸 절창이다. 한시(漢詩)에 있어서 쌍관의(雙關義)란 이렇듯 하나의 글자가 동음(同音)이나 다의(多義)에 의해 한 가지 이상의 뜻을 함축하게 되는 경우를 이른다. 이러한 쌍관의(雙關義)의 활용은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자(漢字)의 특성상 한시에서 매우 빈번하게 활용된다.

 

 

 

연밥[蓮子]’그리움[憐子]’

 

秋淨長湖碧玉流 가을 긴 호수에 옥 같은 물 흐르는데
荷花深處係蘭舟 연꽃 깊은 곳에 목란배 매어두고,
逢郞隔水投蓮子 님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 남의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 무안했네.

 

허난설헌(許蘭雪軒)채련곡(采蓮曲)이란 작품이다. 가을날 푸른 창공처럼 아스라이 펼쳐진 파아란 강물 위로 배를 띄웠다. 벽옥처럼 흐르는 강물. 하늘과 물이 어우러져 시릴 듯 푸른빛이다. 아가씨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연꽃이 무성한 속에다 타고 온 목란배를 가만히 매어두고는, 만나기로 한 님을 기다렸다. 배를 숨겨 놓은 것은 혹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이윽고 방죽 위로 님이 나타나고, 님은 내가 연꽃 속에 숨어 그를 지켜보고 있는 줄도 까맣게 모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가 하는 양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나머지 그녀는 님의 발치에 연밥을 던지고 말았다. 수줍어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은 못하고 말이다.

 

3구의 연자(蓮子)’는 연밥, 곧 연꽃의 열매를 뜻한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 연자(蓮子)’련자(憐子)’ 그대를 사랑한다는 속뜻을 담아 사랑의 고백이 된다. 말하자면 그녀가 물 건너로 던진 것은 그저 심상한 연밥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사랑의 고백이었던 것이다. 한시에서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 천사(千絲)’천사(千思)’로 쌍관(雙關)하여 두서없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야릇한 봄 마음을 나타내는 것도 모두 비슷한 예이다.

 

 

임태(任態), 요대매시의도(姚大梅詩意圖), 19세기, 27.3X32.5cm.

쪽배를 탄 소녀들이 저마다 연밥을 딴다. 경황없는 중에도 오가는 대화가 흥겹다. 노래가 구성지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2.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3. 장님의 단청 구경

4. 장님의 단청 구경

5. 견우(牽牛)와 소도둑

6. 견우(牽牛)와 소도둑

7. 견우(牽牛)와 소도둑

8. 견우(牽牛)와 소도둑

9.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0.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2.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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