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에 짓다
추일작(秋日作)
정철(鄭澈)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
산우야명죽 초충추근상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류년나가주 백발불금장 『松江原集』 卷之一
해석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 | 산비가 밤새 대나무 울리고 가을 풀벌레 소리는 침상 근처에서 나네. |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 지나는 세월 어찌 멈추랴? 백발이 자라나는 걸 멈추게도 못하는데. 『松江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가을날 지은 것이다.
산에 내리는 밤비가 대숲을 울리니, 가을날 풀벌레 소리가 침상 가까이에서 들린다. 벌써 가을이라, 이번 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 수 있겠는가? 백발이 자라 머리가 성성하구나.
홍만종(洪萬宗)의 『시평보유(詩評補遺)』에 의하면, 정철이 이 시를 지어 중국 종이에 써서 성혼(成渾)에게 보이면서 작자를 알 수 없다고 하니, 성혼이 여러 번 보더니 만당(晩唐)의 시라고 했다고 한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정철에 대한 평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호방하고 준걸스러워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우뚝 뛰어난 사람이다. 우계(牛溪)와 율곡(栗谷) 등 제현이 추대하였고, 심지어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하며 적자(赤子)의 마음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이라고 칭송하였다. 그의 문집은 한 권뿐이지만 준걸스럽고 통창스러운 맛이 흘러넘치고 자연스럽게 격을 이루었다. 이것으로 보면 그가 명재상이었음을 가히 알 수 있다[鄭松江豪爽俊邁 卓立不羣 爲牛栗諸賢所推詡 至以冰淸玉潔 赤心奉公稱之 其文集雖是一卷 俊爽飛動 自然成章 以此觀之 可知其名宰相矣].”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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