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군수로 가는 허균을 전송하며
송인부수안군(送人赴遂安郡)
황정욱(黃廷彧)
詩才突兀行間出 宦路蹉跎分外奇
摠是人生各有命 悠悠餘外且安之
仙人化鶴樓中去 病客金蠅里上居
岐路傷心未相別 恨無餘力引君車 『芝川集』 卷之一
해석
詩才突兀行間出 시재돌올행간출 | 시재 우뚝하여 무리 중에 뛰어난데 |
宦路蹉跎分外奇 환로차타분외기 | 벼슬길 미끄러지니, 삶이 분수 이상으로 기구하기만 하네. |
摠是人生各有命 총시인생각유명 | 모든 사람의 삶이 각각 운명이 있으니 |
悠悠餘外且安之 유유여외차안지 | 유유하게 남은 생을 또한 편안히 하시게. |
仙人化鶴樓中去 선인화학루중거 | 신선인 그대는 화학루【화학루(化鶴樓): 수안에 있는 누각의 이름.】 속으로 떠나가고 |
病客金蠅里上居 병객금승리상거 | 병든 나그네인 나는 금승리【금승(金蠅): 현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이다.】 속에 산다네. |
岐路傷心未相別 기로상심미상별 | 갈림길에서 상심하여 서로 이별하지 못하는데 |
恨無餘力引君車 한무여력인군거 | 남은 힘으로 그대 수레 끌지 못함이 한스럽다네. 『芝川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1604년 좌천되어 수안군수로 부임하는 허균(許筠)을 보내면서 지은 것으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허균(許筠)의 삶 속에 자신의 분노의 심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황정욱은 손녀가 선조(宣祖)의 아들 순화군(順和君)과 혼인하여 외척으로 권력을 누리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호소사(號召使)가 되어 왕자 순화군(順和君)을 배종(陪從)하여 강원도에 가서 의병을 소집하는 격문을 돌렸다. 왜군의 진격으로 회령에 들어갔다가 국경인(鞠景仁)의 모반으로 임해군(臨海君)ㆍ순화군과 함께 안변(安邊)의 토굴에 감금되었다. 이때 적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로부터 선조에게 보낼 항복 권유문을 쓰라고 강요받았다. 이에 거부했으나, 그의 손자와 두 왕자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아들 황혁(黃赫)이 이를 대신 썼다. 그는 항복권유문이 거짓임을 밝히는 또 하나의 글을 한글로 썼는데, 이를 입수한 체찰사(體察使)가 항복권유문만을 보내고 사실을 밝힌 글은 전해 주지 않았다. 따라서 이듬해 부산에서 석방되어 돌아온 뒤 항복권유문이 문제가 되어 당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동인(東人)의 탄핵을 받아 길주(吉州)에 유배되었다가 1597년 풀려났지만 도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성 근교인 노량진 근처에서 살았다.
시를 써 준 허균(許筠) 역시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예속(禮俗)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탄핵을 받아 벼슬길이 순탄하지 않았다.
1구와 2구에서는 허균(許筠)의 시재(詩才)가 우뚝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외직(外職)으로 나가야 하는 기구한 현실을 노래하고,
3구와 4구에서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운명이니 편안히 받아들이라는 당부로 맺고 있다.
노수신은 김만중(金萬重)의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본조의 시체는 네다섯 번 변했을 뿐만 아니다. 국초에는 고려의 남은 기풍을 이어 오로지 소동파(蘇東坡)를 배워 성종, 중종 조에 이르렀으니, 오직 이행(李荇)이 대성하였다. 중간에 황산곡(黃山谷)의 시를 참작하여 시를 지었으니, 박은(朴誾)의 재능은 실로 삼백 년 시사(詩史)에서 최고이다. 또 변하여 황산곡과 진사도(陳師道)를 오로지 배웠는데, 정사룡(鄭士龍)·노수신(盧守愼)·황정욱(黃廷彧)이 솥발처럼 우뚝 일어났다. 또 변하여 당풍(唐風)의 바름으로 돌아갔으니, 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ㆍ이달(李達)이 순정한 이들이다. 대저 소동파(蘇東坡)를 배워 잘못되면 왕왕 군더더기가 있는데다 진부하여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강서시파(江西詩派)를 배운 데서 잘못되면 더욱 비틀고 천착하게 되어 염증을 낼 만하다[本朝詩體, 不啻四五變. 國初承勝國之緖, 純學東坡, 以迄於宣靖, 惟容齋稱大成焉. 中間參以豫章, 則翠軒之才, 實三百年之一人. 又變而專攻黃ㆍ陳, 則湖ㆍ蘇ㆍ芝, 鼎足雄峙. 又變而反正於唐, 則崔ㆍ白ㆍ李, 其粹然者也. 夫學眉山而失之, 往往冗陳, 不滿人意, 江西之弊, 尤拗拙可厭].”라고 언급한 것처럼, 송풍(宋風)의 영향을 받았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84~38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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