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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우리 한시를 읽다 - 18. 짧은 노래에 담은 노래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18. 짧은 노래에 담은 노래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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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짧은 노래에 담은 노래

 

 

정철의 소리가 있는 오언절구

 

 

1. 오언절구는 짧은 시형이기에 좋은 작품을 짓기 어려움.

1) 우리나라 문집엔 칠언절구칠언율시오언율시오언절구 순으로 담겨 있음.

2) 두보(杜甫)한유(韓愈)소식(蘇軾) 등의 이름을 날리던 시인조차도 오언절구에 뛰어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음.

 

 

2. 5언절구의 성행

1) 우리나라에선 16세기 후반 임억령(林億齡), 백광훈(白光勳), 최경창(崔慶昌), 임제(林悌)와 같은 호남의 문인들 중심으로 제작됨.

2) 절구(絶句)당시(唐詩)를 읽는 듯한 흥감을 불어넣은 명편을 제작함.

3) 정철(鄭澈)은 절구에 뛰어난 시인인데, 특히 오언절구에 많은 힘을 기울여 30%나 차지할 정도임.

 

 

3. 정철(鄭澈)추일작(秋日作)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 산비가 밤새 대나무 울리고 가을 풀벌레 소리는 침상 근처에서 나네.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지나는 세월 어찌 멈추게 하랴, 백발이 자라나는 걸 멈추게도 못하는데.

 

1) 이 시에선 시중유화(詩中有聲)’을 들을 수 있음.

2) 이 시를 정철(鄭澈)이 중국 종이에 인쇄하여 성혼(成渾)에게 보여주고 오래된 벽에 있던 작품으로 작가를 알 수 없다.”고 하자, 성혼(成渾)은 여러 번 읽어보더니, “만당(晩唐) 때의 시다.”라고 했다. 그러자 정철(鄭澈)은 쾌재를 외치며 내가 공을 시험하고자 하였더니 공이 과연 속았구려.”라고 했다.

3) 3구와 4구가 직설적이어서 시적 여운이 감쇄되지만 밤비가 대숲을 울리는 소리, 침상 곁에 울어대는 가을날의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됨.

 

 

4. 정철(鄭澈)평교목적(平郊牧笛)

飯牛煙草中 弄笛斜陽裏 안개 낀 풀 속에서 소 여물 먹이고 석양 속에서 피리 부네.
野調不成腔 淸音自應指 들판의 가락 노래를 이루진 않지만 맑은 소리에 절로 손가락이 들썩들썩.

 

1) 한가하게 누런 소가 풀을 뜯고 그 곁에서 목동은 풀피리를 분다. 이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들으니 절로 흥에 겨워 손가락이 움직인다.

2) 이처럼 그림을 지향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까지 울려 퍼지게 되어 흥이 더욱 맑아짐.

 

 

5. 정철(鄭澈)연지(蓮池)

山中畏逢雨 淨友也能喧 산속에서 비 만날까 두려운데 깨끗한 벗은 시끄럽겠지.
漏泄仙家景 淸香滿洞門 선가의 풍경을 새어나가게 하여 맑은 향기 동구에 가득하네.

 

1) 이 작품에서 연잎에 떨어지는 요란한 빗소리만 들려주지 않고 연꽃이 피면 동구까지 향기가 퍼진다고 하여 소리와 향기가 있는 그림이 되게 함.

 

 

 

사람의 대화가 섞인 오언절구

 

 

1. 정철(鄭澈)산사야음(山寺夜吟)

蕭蕭落木聲 錯認爲疎雨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착각하여 가랑비라 여겼지.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 스님 불러 문에 나가 보게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렸던데요.”라고 하네.

 

1) 이 구절은 무가상인(無可上人)만추기가도(晩秋寄賈島)의 아래 구절과 유사함. 여기서의 빗소리는 낙엽이 뒹구는 소리임.

聽雨寒更盡 開門落葉深 빗소리 듣노라니 추위는 다하였고 문을 여니 낙엽은 소복하네

 

2) () 혜홍(惠洪)이 지은 냉재시화(冷齋詩話)에선 무가상인의 시에선 상외(象外)의 구절이다라고 하며 시각적인 형상을 넘어선 오묘한 표현임을 지적했음.

3) 정철의 시는 상외(象外)의 묘함에다 승려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운치를 더함.

4) 스님의 말을 통해 시각적 형상을 넘어선 오묘함이 창출되었음.

 

 

2. 정철(鄭澈)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

未到雙溪寺 先逢七寶僧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먼저 칠보암에서 스님을 만났지
僧乎從我否 春入白雲層 스님! 나를 따라오지 않겠소. 봄은 층층 흰구름에 들어갔다오.”

 

1) 시축에 시를 써달라고 하자 딴청을 피우며 자신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이른 봄의 흥취를 느끼게 함.

2) 백운(白雲)이란 시구는 이 스님이 설운(雪雲)이기에 더욱 묘미가 있음. 속세에서 영달을 상징하는 청운(靑雲)의 삶이 아니라 은자로서 백운의 삶을 살아가는 설운의 마음이 청춘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음.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 사람 말을 인용하다

 

 

1.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전하는 오언절구 중 상당수는 근체시가 아니다. 이를 고절구(古絶句)라 한다.

1) 민가(民歌)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오언절구는 근체시로 이행하던 과정에서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율격을 따르지 않음.

2) 또 근체시의 율격을 따른 오언절구라도 일부러 고졸한 맛을 풍기기도 함.

3) 정철(鄭澈)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라는 시에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끌어다 쓰는 것은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서임.

 

 

2. 손필대의 전가(田家)

日暮罷鋤歸 稚子迎門語 날이 저물어 호미질 그만두고 돌아오니 어린 아들이 문에서 맞이하며 얘기하네,
東家不愼牛 齕盡溪邊黍 동쪽 집에서 소를 살피질 않아 시냇가의 기장들을 죄다 뜯어먹었대요.”

 

1)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 것도 아니고 시의 기교라 할 것도 없음.

2) 그럼에도 저물녘 흙 묻은 손, 아버지 기다리는 아이,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까지 그림.

 

 

3. 김득신(金得臣)전가(田家)

籬弊翁嗔狗 呼童早閉門 울타리 망가지자 노인은 개에게 화를 내며 아이를 불러 일찍 문 닫게 하고선,
昨夜雪中跡 分明虎過村 지난 밤 눈 속 발자국은 분명 범이 마을을 지나간 게야.”

 

1) 임방(林埅)수촌만록(水村漫錄)에선 손필대(孫必大)의 시와 나란히 들면서 뛰어난 작품이라 평가함.

2) 이여(李畬)는 이 작품이 김득신(金得臣)의 대표작이라 하면서 정경(情景)을 묘사한 것이 핍진하기 때문이라 함.

3) 개가 울타리를 비벼대 울타리가 부서지자 노인은 개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아이에겐 문단속을 시키며 말한다. 위의 시와 마찬가지로 말이 반 이상이나 포함되어 참으로 질박하다.

4) 손필대(孫必大)의 시나 이 시나 이야기가 있는 시가 되었고, 특히 이 시에선 카메라를 움직여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음.

 

 

4. 이양연(李亮淵)촌노부(村老婦)

老婦夜中績 先聞山雨時 할매가 밤중에 길쌈하다가 먼저 산 빗소리 들었네.
庭麥吾且收 家翁不須起 뜰의 보리는 나가 거둘거잉게, 영감태기는 인나지 마쇼.”

 

1) 밤에 호롱불을 밝히고 할머니는 길쌈을 한다. 영감은 꾸벅꾸벅 조는데 그때 비가 오자 할머니가 자라고 하고 자신이 치우겠다고 함.

2) 할머니의 말을 직접 인용하여 질박한 노부부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줌.

 

 

5. 이옥(李鈺)아조(雅調)

小婢窓隙來 細喚阿只氏 어린 계집종이 창틈으로 와서 쥐죽은 듯 말하네. “아기씨,
思家如不禁 明日送轎子 친정 그리움이 사무치거들랑 내일 가마를 오라할까요?“

 

1) 자신의 시집을 비속한 말이라는 뜻에서 이언(俚言)이라 했지만, 내심 당대의 시경이라 여김.

2) 이언인(俚諺引)을 보면 이에 대한 논쟁이 나옴. 어떤 이가 분 바르고 연지 찍고 치마 입고 비녀 꽂은 여자의 일만 다루냐고 따지자 국풍(國風)에 가장 많이 다루어진 것이 여성에 대한 일이고, 가장 우아하다던 25편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 가운데서 여성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은 5편뿐이고, 특히 위풍(衛風)39편 중 37편이 그러하다고 말함.

그리고 천지만물 중에서 사람에 대해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의 일 중에서는 그 감정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감정은 남녀의 정을 살피는 것이 가장 오묘하기에 이 책을 지었다[天地萬物之觀, 於是乎, 莫眞於觀男女之情矣].”고 함.

이 책은 조선의 국풍이기에 남녀의 정을 다룰 때 조선에서 쓰이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 옳다고 함.

2) ‘아가씨를 음차했고, 여종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하여 조선풍이 물씬 풍기게 함.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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