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사체로 쓰다
궁사(宮詞)
허균(許筠)
中元佳節設蘭盆 蔓菓紛披百種繁
東序罷朝宮監去 上林深處祭亡魂
해석
中元佳節設蘭盆 중원가절설란분 |
중원의 아름다운 계절에 우란분 설치해 |
蔓菓紛披百種繁 만과분피백종번 |
덩굴 과일을 어지럽게 널리고 온갖 씨앗이 번성하네. |
東序罷朝宮監去 동서파조궁감거 |
동서【동서(東序): 정침(正寢)의 동쪽에 있는 서(序)를 말한다】에서 조회 마치자 궁감【궁감(宮監): 세금(稅金)을 걷으려고 각 궁에서 보내던 사람.】은 떠나 |
上林深處祭亡魂 상림심처제망혼 |
상림원 깊은 곳에서 죽은 넋을 제사하네. |
해설
이 시는 중원절 우란분재를 형상화한 시이다.
7월 15일은 중원절(中元節)이라고 하는데, 도가에서는 천상(天上) 선관(仙官)이 1년에 3번 인간의 선악(善惡)을 살피는 때를 상원(上元)이라 하여, 1월 15일은 상원(上元), 10월 15일은 하원(下元)이라 했다. 7월 15일을 합쳐 삼원(三元)이라 하는데, 고려 이후 조선 초까지 불가(佛家)의 행사로 이어져 이날에는 사찰에서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갖추어 분에 넣어서 시방대덕(十方大德)에게 공양하는 우란분재를 지내고 망자(亡者)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보통 백중(百中)이라 하며 망혼일, 백종(百種)이라고도 부른다. 옛날에는 이날 백 가지의 찬을 차려놓고 백 명의 중을 불러 밥을 먹이고 잔치를 베풀었다고도 하며, 또는 백 가지 씨앗 종자를 갖추었다 하여 백종(百種)이라고도 한다. 16세기 이후 농촌에서는 호미씻이 행사로 세서연(洗鋤宴)의 기록이 나타나는데, 이때 발뒤꿈치가 하얗게 되므로 백종(白踵)이라고도 한다.
제주(題注)에 “석주(石洲) 권필은 말하기를 ‘왕맹(唐나라 王維와 孟浩然)이나 왕조를 논할 것 없이 스스로 기일하고 주려하고 우유하고 한창하며 또 궁중 고실(故實)을 차례로 가리키듯이 다 말했으니, 한 시대의 詩史에 대비할 만하다. 송원(宋元)의 사람들로는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할 작품으로서 스스로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石洲云 毋論王孟 王趙 自是奇逸遒麗 優游閑惕 且悉宮中故實如指次 足備一代詩史 宋元人不敢逼 而自勒成一家言也].’.”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41~14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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