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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스님! 무엇을 봅니까? - 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본문

책/한문(漢文)

스님! 무엇을 봅니까? - 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건방진방랑자 2020. 4. 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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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알 수 없어요의 전문이다. 향은 타고 나면 재가 남지만, 만해는 그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고 썼다. 타고 남은 재에서 단지 허무虛無와 공적空寂만을 본다면 그것은 깨달음이랄 수도 없다. 그처럼 그칠 줄 모르며 타는 나의 가슴이 있어, 재가 되고 허공이 된 뒤에도 허무적멸虛無寂滅로 스러지지 않고 알 수 없는 향기가 되고 작은 시내의 노래가 되며, 오동잎의 파문이 되어 전 우주를 껴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 사라지는 연기

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3.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

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5. 무엇을 보려는가

5-1. 총평

6. 벗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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