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라지는 연기
담배가 방생한 연기는 지금
어디쯤 자유로이 날아가고 있을까
우리들 삶을 연기와 같다고 말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담배연기,
담배연기를 보며
허무와 자유는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박상천의 「방생放生ㆍ5」란 작품이다. 시인은 삶이란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담배 연기와 같은 거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유롭지만 그러기에 허무한 거라고 말한다. 내 입에서 품어져 나간 담배 연기,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담배 연기, 분명히 있었지만 찾을 길 없는 담배 연기. 그는 왜 담배 연기를 보며 허무와 자유를 같이 떠올렸을까? 자취도 없이 사라졌으니 허무하고, 얽매임 없이 제멋대로 날아가고 있기에 자유롭다고 했다. 그런데 허무는 자유로운가? 자유는 과연 허무한 것인가? 담배 연기는 허무한가? 우리네 인생은 자유로운가? 인생이 허무한 줄은 알아도, 그 속에 자유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기에 삶의 번민은 늘어만 가는 것이다.
앞에서 「염재기念齋記」를 읽었으니 이번에는 「관재기觀齋記」를 읽어 보기로 한다. 염재念齋가 생각하는 집이라면 관재觀齋는 바라보는 집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본단 말인가? 눈앞에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생각을 일으키고, 그 생각의 덩어리들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을유년 가을, 나는 팔담八潭에서부터 거슬러 가서 마하연摩訶衍으로 들어가 치준대사緇俊大師를 방문하였다. 대사는 손가락을 깎지 껴서 인상印相을 만들고는 눈은 코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동자童子가 화로를 뒤적이며 향에 불을 붙이는데, 연기가 동글동글 한 것이 마치 헝크러진 머리털을 비끌어 매어 놓은 것도 같고, 자욱한 것은 지초芝草가 무성히 돋아나는 듯도 하여, 그대로 곧게 오르다가는 바람도 없는데 절로 물결쳐서 너울너울 춤추듯 흔들려 마치 가누지 못하는 것 같았다. 歲乙酉秋, 余溯自八潭, 入摩訶衍, 訪緇俊大師. 師指連坎中, 目視鼻端. 有小童子, 撥爐點香, 團如綰鬉, 鬱如蒸芝, 不扶而直, 無風自波, 蹲蹲婀娜, 如將不勝. |
스승은 가부좌를 틀고 인상印相을 엮은 채 좌선삼매坐禪三昧에 빠져 있다. 곁에서 동자승은 향에 불을 붙이려고 화로를 뒤적인다. 이윽고 불이 붙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둥글둥글 묶은 머리 모습도 같고 무성히 돋아나는 지초의 모양인가도 싶다. 연기는 아무 방해 받는 것이 없이 곧장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러더니 어디서 바람이 불어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요동을 치더니만 너울너울 흔들려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 전문
인용
1. 사라지는 연기
3.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
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5. 무엇을 보려는가
5-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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