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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스님! 무엇을 봅니까? - 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본문

책/한문(漢文)

스님! 무엇을 봅니까? - 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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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동자가 홀연히 묘오妙悟를 발하여 웃으며 말하였다.

공덕功德이 이미 원만하다가 지나는 바람에도 움직여 도는구나. 내가 부처를 이룸도 한낱 무지개를 일으킴이로다.”

대사가 눈을 뜨며 말하였다.

얘야! 너는 그 향을 맡은게로구나. 나는 그 재를 볼 뿐이니라. 너는 그 연기를 기뻐하나, 나는 그 공을 바라 보나니. 움직이고 고요함이 이미 적막할진대 공덕은 어디에다 베풀어야 할꼬?”

동자가 말하였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사가 말하였다.

너는 시험 삼아 그 재의 냄새를 맡아 보아라. 다시 무슨 냄새가 나더냐? 너는 그 텅빈 것을 보거라. 또 무엇이 있더냐?”

童子忽妙悟發, 笑曰: “功德旣滿, 動轉歸風. 成我浮圖, 一粒起虹.” 師展眼曰: “小子汝聞其香, 我觀其灰. 汝喜其烟, 我觀其空. 動靜旣寂, 功德何施?” 童子曰: “敢問何謂也?” 師曰: “汝試嗅其灰, 誰復聞者? 汝觀其空, 誰復有者?”

허공에 흩지는 연기를 바라보던 동자는 마음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겠지. 그렇다! 온방에 가득히 피어오르던 연기가 곧장 하늘로 닿을 듯하더니 보이지 않는 바람에도 견뎌내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구나. 내가 부처를 이루려고 용맹정진하면서 원만한 공덕을 쌓는 것은 허공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연기와 같다. 그런데 그 연기는 바람에 움직여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의 피나는 수행으로 얻은 원만한 공덕도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아닌 무로 화해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럴진대 내가 공덕을 쌓아 부처를 이루겠다는 소망은 비온 뒤 잠시 섰다가는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마는 무지개와 같은 허망한 꿈이 아닐까? 큰 스님!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이 저 연기와 같이 허망한 것이로군요. 모든 집착을 버려야하는 것이로군요. 부처가 되겠다는 생각도, 번뇌를 끊겠다는 마음도 저 연기처럼 허공에 던져 버려야 하는 것이로군요.

스님은 그제야 조용히 눈을 뜨며 말한다. 얘야! 너의 코는 아직도 향기에만 빠져 있구나. 나는 그것이 타고 남은 재를 볼 뿐이니라. 향기는 아름답고 재는 쓸모없다는 그 분별의 마음을 내 속에서 걷어 내거라. 향기에 도취되지 말고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그 이치를 헤아려야지. 네 눈은 왜 허공 위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만을 기뻐하지? 그러기에 바람에 흔들려 연기가 사라지면 슬픔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 연기가 사라지면 향기도 스러지고, 다만 재와 허공이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연기는 허공이요 향기는 재인 것을. 무엇이 기쁘고 무엇이 슬플 일이라더냐?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요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인 것을. 연기에 눈을 뺏기고 향기에 코를 뺏기고서 무지개의 허망한 아름다움만을 뒤쫓는다면 공덕이 있다한들 무엇에다 베풀겠느냐? 너는 지금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이냐? 어서 그것을 내 놓아 보아라.

스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자는 심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얘야! 저기 타고 남은 재가 있지? 너 거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아라. 향기가 남아 있느냐? 너 저 허공을 살펴 보거라. 무슨 연기가 남아 있더냐? 아까는 분명히 있었으되 이제는 맡을 수 없고, 좀 전에 또렷이 있었지만 어느 새 찾을 길이 없다. 이라는 이름, 연기라는 허상을 좀체 놓지 못하니 미망迷妄이 생기고 집착이 생기는 게야. 그것을 놓아 버릴 줄 알아야지.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사라지는 연기

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3.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

4. 태를 바꿔가며 변해가네

5. 무엇을 보려는가

5-1. 총평

6. 벗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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