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물을 잊은 물고기 - 3. 넓게 읽되 요약해야 하고 번뜩 깨우쳐야 한다 본문

책/한문(漢文)

물을 잊은 물고기 - 3. 넓게 읽되 요약해야 하고 번뜩 깨우쳐야 한다

건방진방랑자 2020. 3. 25. 13:51
728x90
반응형

3. 넓게 읽되 요약해야 하고 번뜩 깨우쳐야 한다

 

낙서가 놀라 말하였다.

그렇다면 장차 어찌해야 할지요?”

내가 말했다.

그대는 저 물건 찾는 사람을 보지 못했던가? 앞을 보자면 뒤를 잃게 되고, 왼편을 돌아보면 오른편을 놓치고 말지. 왜 그럴까? 방 가운데 앉아 있으면 몸과 물건이 서로 가리게 되고, 눈과 허공이 서로 맞닿기 때문일 뿐이야. 차라리 몸을 방밖에 두어 창에 구멍을 뚫고 살펴보아 한 눈의 전일함으로 온 방안의 물건을 다 보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일세.”

낙서가 사례하여 말하였다.

이는 선생님께서 저를 ’, 즉 요약함을 가지고 이끌어 주시는 것이로군요.”

洛瑞驚曰: “然則將奈何?” 余曰: “子未見夫索物者乎? 瞻前則失後, 顧左則遺右, 何則? 坐在室中, 身與物相掩, 眼與空相逼故爾. 莫若身處室外, 穴牖而窺之, 一目之專, 盡擧室中之物矣.” 洛瑞謝曰: “是夫子挈我以約也.”

앞을 보는 사람은 그것 때문에 뒤를 놓치게 되고, 왼편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오른쪽에 빈틈이 생기고 만다. 좁은 방 안에서는 방안의 사물을 옳게 바라볼 수 없다. 숲 속에서 숲의 전체상을 알 수 없는 것과 한 가지 이치이다. 그러나 문밖에서 조그만 틈으로 바라보더라도 방 전체의 모습은 한눈에 또렷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 우리의 독서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폭넓은 독서의 온축이 있다 해도 그것이 내 것으로 체화되지 않고서야 나의 것일 수가 없다. 이것을 보면 이것이 옳게 보이고, 저것을 들으면 저것에 현혹된다. 여기에 있다 싶어 보면 어느새 저기에 있고, 저긴가 해서 가면 어느새 여기에 와 있다. 좌충우돌, 닥치는대로 섭렵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게 살아있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방안에 있지 않고 책 속에도 있지 않으며, 방밖에 있고 글자 너머에 있다. 그저 방안에 틀어박혀 읽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기화 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 이를 달리 말해 박이약지博而約之라 한다. 제 아무리 폭넓은 섭렵도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널리 읽어라. 그렇지만 그것을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시켜라. 요점을 잡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마음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눈으로만 보려하면 흩어져 산만해진다. 이것저것 다 눈에 들이려 하다가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내가 또 말했다.

자네가 이미 의 도를 알았네그려. 또 내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비춤을 가지고 자네를 가르쳐도 괜찮겠는가? 대저 해라는 것은 태양이니, 사해를 덮어 씌워 만물을 기르는 것일세. 젖은 곳을 비추면 마르게 되고, 어두운 곳이 빛을 받으면 환하게 되지. 그렇지만 능히 나무를 사르거나 쇠를 녹일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빛이 두루 퍼져서 정기가 흩어지기 때문일세. 만약 만리에 두루 비치는 것을 거두어, 좁은 틈으로 빛을 들여 모아서, 둥근 유리알에 이를 받아, 그 정채로운 빛을 콩알 만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내리쬐어 반짝반짝 하다가 갑자기 불꽃이 일어나 타오르는 것은 어째서겠나? 빛이 전일하여 흩어지지 않고, 정기가 한데 모여 하나가 되기 때문일세.”

낙서가 사례하여 말하였다.

이는 선생님께서 제게 오, 즉 깨달음으로 타이르는 것입니다.”

余又曰: “子旣已知約之道矣. 又吾敎子以不以目視之, 以心照之, 可乎? 夫日者太陽也. 衣被四海, 化育萬物. 濕照之而成燥, 闇受之而生明. 然而不能爇木而鎔金者, 何也? 光遍而精散故爾. 若夫收萬里之遍照, 聚片隙之容光, 承玻璃之圓珠, 規精光以如豆, 初亭毒而晶晶, 倏騰焰而熊熊者, 何也? 光專而不散, 精聚而爲一故爾.” 洛瑞謝曰: “是夫子警我以悟也.”

햇빛을 가지고 비교해보자. 햇빛은 천지를 비추고 만물이 그 빛을 받아 성장한다. 젖은 곳을 마르게 하고 어두운 곳을 밝게 해준다. 서책이 주는 지식이나 지혜는 우리의 정신을 성장시킨다.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나쁜 마음을 정대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나무를 사르거나 쇠를 녹이는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보다 큰 창조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폭발적인 에너지는 그저 흩어지는 햇빛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물 위로 흩어지는 빛의 에너지가 있다. 이제 그 빛을 볼록렌즈 위로 모아들여서 하나의 초점 위로 집중시킨다. 이 집중을 이 글에서는 이란 말로 설명했다. 그러면 하나의 초점 위로 뭉친 빛살의 소용돌이는 마침내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화하게 된다. 에서 약으로 집약되어 하나의 정점에서 그것은 의 단계로 변화한다. 폭넓은 독서가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되어 마침내 오성悟性을 열어주는 주체적 각성으로 변모할 때 그것은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그전에 의미 없던 모든 것들이 그 순간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나와 무관하게만 여겨지던 많은 것들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하나의 의미가 된다. ‘박이약지의 단계를 넘어서 마침내 약이오지約而悟之의 경지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321

1. 나비 놓친 사마천의 심정으로 읽어라

2. 의미 없는 독서에 대해

3. 넓게 읽되 요약해야 하고 번뜩 깨우쳐야 한다

4. 천지만물이 모두 하나의 서재

4-1. 총평

5. 자기중심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사람들

6. 가련한 공기족들의 미련한 판단능력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