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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협 - 제월당기(霽月堂記)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김창협 - 제월당기(霽月堂記)

건방진방랑자 2019. 2. 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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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후의 달로 당명을 지은 이유

제월당기(霽月堂記)

 

김창협(金昌協)

 

 

보통 사람이 자연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

晝夜之相代, 而日月互爲光明; 四時之運行, 而風雲變化, 草木彙榮, 此有目者之所共覩也. 而世之高賢逸士, 乃或專之以爲己樂, 若人不得與焉者, 何哉? 勢利誘乎外, 則志意分; 嗜欲炎於中, 則視聽昏. 若是者, 眩瞀勃亂, 尙不知其身之所在, 又何暇於玩物而得其樂哉?

 

자연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려면

夫惟身超乎榮辱之境, 心游乎事爲之表, 虛明靜一, 耳目無所蔽, 則其於物也, 有以觀其深, 而吾之心, 固泯然與天機會矣. 此其樂, 豈夫人之所得與哉? 是以, 必其爲歸去來賦, 然後可以涼北窻之風矣; 必其爲擊壤吟, 然後可以看洛陽之花矣. 此我後谷宋先生之所以有霽月堂者歟.

 

제월(霽月)’이라 이름을 지은 이유

堂在湖西之懷德, 卽先生所居里第. 先生之言, “以其簷宇稍褰, 而東南豁, 於澄霽之夕, 得月爲最多故名.” 然先生雅性沖恬, 立朝四十餘年, 多退少進. 及晩更變故, 益無意於當世, 除命屢下, 高臥不起, 優游閒燕, 以適其志, 凡世之得喪欣戚嬰於中者, 旣寡矣. 是以於霽月, 特有會焉, 而得玩而樂之於斯堂之上也. 不然, 洛陽亭館高棟而危檻者, 夫孰不宜月, 而獨先生可以專之乎?

 

달이 가보(家寶)가 되다

且聞氏之先, 嘗有隱君子以風月名其堂者, 雙淸.’ 先生之於是堂, 雖獨取其一而名之乎, 乃其襟懷淸曠, 前後一致. 而卽此月者, 雖謂宋氏傳家之物, 可也, 其孰敢間焉.

 

가보지 않았지만 선생을 보면 제월당이 어떨지 알 수 있다

昌協病且路遠, 尙不得一登是堂. 而先生累書見屬爲記, 辭不獲命, 姑以是說復焉. 尙俟異日裹糧秣駒, 拜先生於堂之上, 淸夜月明, 整襟危坐, 從容論黃太史周茂叔, 以究灑落之義然後, 名堂之蘊, 庶可以有發焉爾.

戊寅臘月小望, 安東後人金昌協, 謹書. 農巖集卷之二十四

 

 

 

 

해석

 

보통 사람이 자연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

 

晝夜之相代, 而日月互爲光明;

낮과 밤이 서로 교대하여 해와 달이 상호간에 광명이 되고,

 

四時之運行, 而風雲變化, 草木彙榮,

사계절이 운행하여 바람과 구름이 변화하고 풀과 나무는 번성하고 울창하니,

 

此有目者之所共覩也.

이것은 눈이 있는 이라면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而世之高賢逸士,

세상의 고귀한 현인이나 은둔한 선비는

 

乃或專之以爲己樂,

혹 그런 것들을 독차지함으로 자기의 즐거움으로 삼는데

 

若人不得與焉者, 何哉?

보통 사람의 경우에 그것들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勢利誘乎外, 則志意分;

권세와 이득이 외부에서 유혹하면 뜻이 분리되고,

 

嗜欲炎於中, 則視聽昏.

욕망이 속에서 타오르면 보고 듣는 것이 어두워진다.

 

若是者, 眩瞀勃亂,

이와 같은 사람은 어둡고 어그러지며 혼란스러워

 

尙不知其身之所在,

오히려 그 몸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니,

 

又何暇於玩物而得其樂哉?

또한 어느 겨를에 사물을 가지고 놀며 그 즐거움을 얻겠는가?

 

 

 

자연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려면

 

夫惟身超乎榮辱之境, 心游乎事爲之表,

무릇 몸이 영욕(榮辱)의 경계를 뛰어넘고 마음이 일과 함의 표면에서 노닐어

 

虛明靜一,

맑고도 밝으며 정밀하고 전일하게 하여

 

耳目無所蔽, 則其於物也, 有以觀其深,

귀와 눈에 가려진 게 없으면 사물의 심오함을 보게 되어,

 

而吾之心, 固泯然與天機會矣.

나의 마음은 진실로 완전하게 천기와 함께 만나리라.

 

此其樂, 豈夫人之所得與哉?

이러한 즐거움이 어찌 보통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是以, 必其爲歸去來賦,

이런 이유 때문에 반드시 귀거래사를 지은 사람인 후에야

 

然後可以涼北窻之風矣;

북창의 바람을 쐴 수 있고,

 

必其爲擊壤吟, 然後可以看洛陽之花矣.

반드시 격양가를 지은 사람인 후에야 낙양의 꽃을 볼 수 있다.

 

此我後谷宋先生之所以有霽月堂者歟.

이것이 나의 후곡 송 선생이 제월당을 소유한 까닭이 아니겠는가?

 

 

 

제월(霽月)’이라 이름을 지은 이유

 

堂在湖西之懷德, 卽先生所居里第.

제월당은 호서의 회덕에 있으니, 곧 선생께서 살던 마을로 집이 있던 곳이다.

 

先生之言, “以其簷宇稍褰, 而東南豁,

선생께서 말씀하신다. “처마가 조금 들려 있고 동남쪽이 트여

 

於澄霽之夕, 得月爲最多故名.”

맑고 비 개인 저녁이면 달빛을 얻음이 많기 때문에 이름 지었네.”

 

然先生雅性沖恬,

그러나 선생의 바른 성품은 화목하고 편안하여

 

立朝四十餘年, 多退少進.

조정에 나간 지 40년 동안 대부분은 물러나셨고, 조금 근무하였다.

 

及晩更變故,

늦은 나이에 다시 변고가 있음에 이르러선

 

益無意於當世, 除命屢下,

다시 당세에 뜻이 없어 제수(除授)의 명이 자주 내려왔지만

 

高臥不起, 優游閒燕, 以適其志,

고고하게 누워 일어서지 않았고 유유자적 노닐며 한가함에 그 뜻을 즐겼으며,

 

凡世之得喪欣戚嬰於中者, 旣寡矣.

세상의 득실이나 기쁨과 슬픔에 마음을 얽매게 하는 일은 이미 적었다.

 

是以於霽月, 特有會焉,

이런 이유 때문에 비 개인 후에 뜬 달에서 특별히 회합하여

 

而得玩而樂之於斯堂之上也.

사물을 가지고 놀며 이 당 위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不然, 洛陽亭館高棟而危檻者,

그렇지 않았다면 한양의 정자로 높은 대들보에 위태로운 난간을 지닌 사람이

 

夫孰不宜月, 而獨先生可以專之乎?

누가 달과 어울리지 않아, 유독 선생만이 그것을 독차지할 수 있었겠는가?

 

 

 

달이 가보(家寶)가 되다

 

且聞氏之先,

그리고 송씨의 선조 중 송유라는 분은

 

嘗有隱君子以風月名其堂者, 雙淸.’

일찍이 은둔한 군자로 광풍(光風)과 제월(霽月)로 당에 쌍청(雙淸)’이라 이름 지었다는 것을 들었다.

 

先生之於是堂, 雖獨取其一而名之乎,

선생은 이 당에 비록 홀로 그 하나인 제월(霽月)을 취해 이름을 지으셨는데,

 

乃其襟懷淸曠, 前後一致.

회포금회(襟懷): 마음속에 품고 있는 회포의 맑고 트인 부분은 선조인 송유나 송규렴 선생과 일치하는 것이다.

 

而卽此月者, 雖謂宋氏傳家之物, 可也,

그렇다면 달이라는 것은 비록 송씨네에서 전해진 가보(家寶)라고 해도 괜찮으리니,

 

其孰敢間焉.

누가 감히 헐뜯으랴?

 

 

 

가보지 않았지만 선생을 보면 제월당이 어떨지 알 수 있다

 

昌協病且路遠, 尙不得一登是堂.

나는 병이 들었고 또한 길까지 멀어 아직 한 번도 제월당에 가보질 못했다.

 

而先生累書見屬爲記,

그러나 선생이 자주 편지를 써서 기문을 써주길 부탁했는데

 

辭不獲命, 姑以是說復焉.

사양하였음에도 명을 얻질 못해서 일부로 이 이야기로 회답하는 것이다.

 

尙俟異日裹糧秣駒, 拜先生於堂之上,

오히려 다른 날을 기다려 양식을 싸서 말에게 꼴을 먹이고 몰아서 선생을 당 위에서 배알(拜謁)하리니,

 

淸夜月明, 整襟危坐,

맑은 밤에 달마저 밝고 정돈된 옷깃에 정자세로 앉아

 

從容論黃太史周茂叔,

조용히 황전견이 주돈이의 말을 칭송한 것황정견이 주돈이의 인품을 霽月光風이라고 칭찬한 것을 말함.을 논하여

 

以究灑落之義然後, 名堂之蘊, 庶可以有發焉爾.

상쾌한 뜻을 궁구한 후에야 당을 이름 지은 깊은 뜻이 거의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戊寅臘月小望, 安東後人金昌協, 謹書. 農巖集卷之二十四

때는 무인년 섣달 14일에 안동 후인인 김창협이 삼가 쓰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천기론

천기와 문학

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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